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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펌) 사회발전의 측면에서 본 겨울왕국2 감상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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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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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가 감독한 11월 21일 개봉작
겨울왕국 2를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영상과 멜로디로 독재를 비판하는 수작이었습니다.
작품내 전제정에 대한 비판이 민주주의의 열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암중모색이랄까요?
최근 중국과 홍콩, 자본의 힘을 통한 문화 검열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디즈니의 대답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겨울왕국2를 이해하기 위해 1의 스토리를 잠깐 함께 훑어보지요.

겨울왕국1의 주인공 엘사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여왕이 됩니다.
어릴 적 소중한 사람이자기 탓에 총-과 비스무리한 무언가에 맞는 것을 직접 본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오랫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꺼려 합니다.
자책하고 또 자책하죠.

그러다 엘사가 비로소 대중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수많은 국민은 부풀려진 과거의 기억을 엘사에 포갭니다.
선왕에 대한 기억은 풍화하여 좋은 기억만 남게 되었고, '공주'로 이미지메이킹된 엘사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그리지요.
하지만 웬걸(when girl),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동생과 갈등을 빚어내던 중,
엘사는 끝내 참지못하고 폭력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맙니다.

동생에게 화를 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를 얼음으로 물들게 하고야 말죠.
겨울과 얼음으로 은유되는 것은 독재의 서슬퍼런 공포정치 그 자체일 것입니다.
희디 흰 색이 아닌 핏빛으로 그려졌어도 위화감이 없었을 것입니다.

나름 자제한답시고 자제하는 군주의 아주 적은 권력의 사용도
권력의 분립이 이루어지지 않아 견제되지 않는 전제정의 아래에서는
필연적으로 공포정치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묘사하였습니다.
대표곡 Let it go는 이와 어울리는 독재자의 노래, 그 자체입니다.

Couldn't keep it in; Heaven knows I've tried
(내 내면의 폭풍을) 숨길 수 없었어. 하늘은 내가 노력했던 걸 알거야.

Let it go, let it go
그냥 내버려두자, 내버려두자.

Can't hold it back any more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

Let it go, let it go
그냥 내버려두자, 내버려두자.

Turn away and slam the door
돌아서서 문을 닫아버리자.

I don't care
난 상관안해

What they're going to say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소통 않는 독재의 공포를 노래한 Let it go만으로도 글 한 편을 쓸 수 있겠습니다.)

겨울왕국2 이야기를 해야 하니 1편 스토리를 간략히 줄이자면,
이렇게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엘사가 본인의 행동에는 책임지지 않고
그저 철인정치의 이데아를 그리며 스스로 힘을 조율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맺어집니다.

허나 주제는 간명합니다.
요컨대, 개인인 왕의 역량과 그 도덕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전제정의 참담한 한계를 드러내는데 주력한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마지막, 동생 남자친구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장면에서 디즈니의 본심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2편은 전제정 이후를 다룹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이번 편의 소재인 불,물,땅,바람 등 원소는
도시의 불을 밝히고 이동수단이 되거나 하는 존재로 도시에 기능하며 실제로 운영하는 주역입니다.
즉, 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등장한 신흥 부르주아 세력을 은유하는 것이지요.

부르주아 세력의 부흥으로 인하여 엘사는 실질적인 권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고, 주변사람들과 소일거리 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부르주아들은 파업을 하기도 하고, 집권세력 엘사의 약점인 북풍과 과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마침내 전제 군주 엘사를 유폐시키고 본인들과 동일한 입장으로 격하시키는 것이 본작의 핵심 스토리죠.

적국 뿐 아니라 국민을 기망한 '평화의댐' 사건과 '북풍'과 '부모의 기억'에만 매달리다가
국민을 다시금 도탄에 빠뜨리는 엘사를 통해 전편의 주제인 전제정의 참담함을 다시금 그려내는 한편
이를 통해 도덕적인 우위까지 등에 업은 부르주아들이 자연스레 산업사회의 주요 권력이 되어가는 과정을 우아하게 묘사합니다.

엘사가 몸으로 말하는 퀴즈에서 제대로 표현하지도, 다른 사람의 말을 맞추지도 못하며 겉도는 장면은 키친 캐비닛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그 캐비닛에서 국가를 좌지우지하던 친인척 중 한명이 다시 왕이 된 것은 또 하나의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안나와 원소 간 모종의 결탁이 있었음은 당연한 추론입니다.

본글이 패러디 하고 있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대로

'겨울왕국'이라는 영화의 국내제목, 좋습니다.
원제에서는 눈을 뜨고 찾아볼 수 없는 '왕국'과 '겨울'을 통해
본 작의 주제를 간결하고 적절하게 우리말 제목으로 옮겨낸 듯 느껴집니다.

산업혁명 이후 브루주아 세력이 권력을 차지한 아렌델에는 봄이 올까요?
본작에서 은유하듯 혁명 없이 그것은 요원한 일일 것입니다.
원소들이 의도적인 파업과 태업을 통해 끝내 뜻한바를 이뤄내는 것에서,
디즈니의 명징하게 직조된 의도가 마음 한켠을 울립니다.

아렌델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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