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하재근의 이슈분석> 구하라에게 가해진 사회적 폭력
1,327 4
2019.11.25 11:35
1,327 4

<하재근의 이슈분석> 우리 사회가 가한 집단폭력에 대해 반성해야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구하라가 24일 오후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사 도우미가 발견해 신고했다. 사망 원인 등 경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예단해선 안 된다.

사망원인과 별개로, 구하라가 최근 힘들어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녀의 측근은 인터뷰에서 “힘든 일이 계속 겹쳐서 많이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올 5월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말도 나왔다.

구하라는 그 사건 전에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아파도 안 아픈 척", "한마디 말로 사람을 살릴수도 죽일수도 있다", "행복한 척 괜찮은 척 이제 그만하고 싶다. 걱정도 끼치기 싫다“는 글을 SNS에 올렸었다. 사건 하루 전날엔 "그렇게 계속 참고 살다 보니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엉망진창 망가지고 있다"라고 썼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엔 “이제부터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건강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후 6월에 일본에서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솔로 앨범도 냈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차에 이번 비보가 전해져 충격이다.

사망에 이른 경위에 대해선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구하라에게 생전에 가해진 집단적 가해 행위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작년 8월 전 남자친구와의 분쟁이 시작된 이후 구하라에게 엄청난 악플 세례가 퍼부어졌다. 남자친구의 상처 가득한 얼굴 사진이 공개되고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남자친구의 주장도 소개됐기 때문이다. 한쪽 말만 듣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대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하라를 공격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 구하라를 먼저 찼다는 지인 증언이 나오고, 둘이 이별 과정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별폭력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면 바로 판단 유보 상태로 돌아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중은 여전히 구하라를 일방적으로 공격했다. 남자친구 측의 주장만 맹신했다. 구하라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빌미가 됐다.

그러다 영상 협박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친구가 영상을 가지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구하라 측의 소극적인 대응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남자친구가 “나는 지금 그럼 협박으로... (영상을) 올려버리(?) 협박으로 들어가도 돼.”라고 말하는 녹취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됐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구하라를 공격했다.

그리고 검찰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자친구가 먼저 구하라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폭행해서 시비가 붙었고, 구하라의 몸에 타박상을 입혔으며, 영상 유포 협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하라도 남자친구 얼굴에 상처를 내긴 했지만 먼저 폭행당했고, 영상 협박까지 받은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로 처분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구하라를 공격했다. 영상협박 등 이별폭력을 당했을 가능성이 검찰 수사로 확인이 됐는데도 어떻게 그 피해자를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재판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잘못을 확정할 순 없지만 최소한 그전에 예단해서 비난했던 것을 사과하고, 판단을 유보하기라도 했어야 했다.

그 사건으로 구하라는 남자 얼굴에 상처낸 여자라는 낙인이 찍혀 집중적인 공격과 조롱을 당했다. 대중은 영상협박이나 이별폭력의 문제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 연예인만 공격했다. 사생활 폭로 공격을 당하면 연예인은 원래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그런 특수성도 무시했다. 그나마 중립적이라는 사람들은 쌍방폭행론을 주장하며 ‘둘 다 똑같다’라고 했다. 이렇게 싸늘한 시선 앞에서 영상협박 피해자는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을까?

이런 상황에서 구하라는 계속 재판 절차를 이행해야 했고 그때마다 대중의 입방아에 올라야 했다. 현재 1심이 끝나고 항소심이 남아있다. 대중의 응원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이어지는 사생활 법정싸움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구하라의 사망원인은 예단할 수 없다. 그것과 별개로 생전에 우리 사회가 구하라에게 가한 집단폭력에 대해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태 초기에 남자친구 측의 주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치에 닫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도 무조건 구하라만 공격했다. 영상협박 같은 사생활 까발리기가 얼마나 무서운 가해행위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았다. 최근에 구혜선이 안재현에게 가한 진흙탕 폭로 공격 때도 안재현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한쪽 말만 듣고 너무 쉽게 누군가를 마녀로 찍어 집단공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구하라는 생전에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여론공격에 그녀가 당했던 고통이 짐작된다. 이런 사회적 폭력이 다시 있어선 안 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일리안 하재근 문화평론가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119&aid=0002366329&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페이스샵 X 더쿠🧡] 공기처럼 가볍게 슬림 핏! 무중력 선! ‘비타 드롭 선퀴드’ 체험 이벤트 374 04.27 67,06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84,66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07,32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82,97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06,598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68,90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486,28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33,03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9 20.05.17 3,046,58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19,24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989,24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9401 유머 새벽에 보면 엄청 시원해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2편 3 04:44 469
2399400 이슈 [MLB] 4회말 나온 이정후의 분노의 호수비.twt 9 04:24 1,503
2399399 이슈 인피니트 'Last Romeo & I Hate' (rock ver.) 2 04:18 451
2399398 유머 집주소가 더 길어져서 망한 사람 17 04:03 3,232
2399397 유머 일본 버블의 절정기때 등장해 충격을 준 어느 여가수의 의상 10 03:43 4,154
2399396 유머 스윗튠이 돌판을 조지던 시절 만들어낸 미친 Inst 들 33 03:25 2,476
2399395 유머 중국 시점에서 보는 페이커.x 12 03:15 2,967
2399394 정보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전라북도의 새이름.txt 17 03:09 3,966
2399393 기사/뉴스 K팝 크리에이터를 저격한 대가 8 03:05 3,297
2399392 이슈 이제는 실생활과 대중문화에서도 보기 힘든 높임말 29 02:49 4,990
2399391 유머 망한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꽤 흥했던 걸그룹 유닛곡 32 02:43 4,322
2399390 이슈 이유가 궁금하다는 최근 스테이씨 소속사 행보 53 02:34 6,786
2399389 이슈 엔믹스, 제가 옆 대기실을 썼었는데요. 노래 연습을 정말 쉴 틈 없이 하시더라구요. 이런 노력이 있어서 케이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20 02:25 5,076
2399388 이슈 수지 한맥 현장 비하인드컷....jpg 6 02:17 2,651
2399387 이슈 다시마 패션.jpg 9 02:04 3,593
2399386 팁/유용/추천 의외의 발라드 맛집인 쿨 발라드 10곡 (무묭픽 주의) 11 02:02 1,372
2399385 유머 은근히 모르는 사람이 많은 수육의 비밀.jpg 21 01:56 6,416
2399384 유머 판다월드에서 가장 장난을 잘 받아주던 판다🐼 43 01:54 4,381
2399383 유머 강동호(백호)가 얘기하는 데덴찌(편가르기) 제주도버전 7 01:54 1,352
2399382 이슈 엠넷 피셜 첫방부터 라이브한 아이브 29 01:54 3,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