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국유학생 “일본군이 한국인들에게 교훈 못줘” 발언도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와 반대 대자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게시판에 함께 붙어있다. 뉴시스
대학가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움직임에 중국 유학생 일부가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도를 넘은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중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이성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일부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생과 홍콩 출신 학생들을 상대로 과격한 언동을 하거나 모욕을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일부 유학생들의 극단적 행동이 한국 학생들의 반중(反中) 정서에 불을 댕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는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한국외대와 한양대, 전남대 등에서 홍콩 지지 시위 대자보를 붙이는 한국 학생들을 위협하고 비웃는 영상과 사진이 다수 게시됐다. 이들은 영상에서 한국 학생들을 향해 ‘돈을 받고 하는 짓’이라는 조롱의 의미로 동전을 던졌다.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찢거나 대자보 위에 욕설을 써넣은 사진도 올라왔다.
이런 갈등은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지지 시위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홍콩 출신 유학생은 지난 16일 중국 유학생들의 ‘위챗’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캡처해 에브리타임에 올렸다. 대화 내용은 중국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붙은 장소를 공유하면서 “바로 찢어버리자” “(대자보를 붙인 사람들에게) 밤길 조심하라고 문자 보내자”고 서로 독려했다.
17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모 대학 중국인 유학생 위챗 단체대화방
국민일보가 추가 입수한 단체대화방 내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에게 “일본군이 (한국인들에게) 교훈을 주지 못했다” “한번 더 위안(위안부)을 시켜야 한다”고 저주했다. 광둥어로 “오늘밤 너희들(홍콩 시위를 지지한 한국인들) 조상의 무덤을 파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시간당 5만원을 받고 (홍콩 지지) 대자보를 붙인다”고 퍼뜨렸다. 홍콩 지지 대자보에 적힌 게시자 연락처로 “홍콩은 중국 땅”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인증’을 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 지지 집회를 진행해온 정의당 청년모임 모멘텀의 김지문 조직국장은 “국내에서 홍콩 시위 지지 움직임은 이미 6월 정도부터 있었다”며 “지지 내용이 바뀌지도 않았는데 특정 시점부터 갑자기 중국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홍콩 출신 유학생은 “일부 중국 학생들은 신원을 가리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다수 중국 유학생 사이에선 반대의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의견이 많다. 한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중국인 유학생 단체대화방에서는 최근 홍콩 출신학생들이 강제로 퇴장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동을 저지르는 중국 학생들에게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도 극단적인 반중 정서로 흐르는 건 경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는 외국인들에게 허용돼 있지만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는 행동”이라며 “우리 법의 테두리 내에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다만 “중국 유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처벌은 일반적인 반중·혐중 정서와는 구분돼야 한다”면서 “중국인 일반에 대한 분노로 확대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조민아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