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 『길가메시』에는 까다로운 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성스럽게 차린 제물 이야기가 나온다. 요리는 신을 모시는 의전의 하나였다.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수메르의 도시 우르크에서 제작된 설화석고 꽃병을 보면 제관이 이난나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과일과 곡식이 담긴 바구니를 옮기는 장면이다. 곡물과 함께 버터와 맥주도 보인다. 이렇듯 요리는 신을 경배하는 의식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제사 뒤 제물을 먹는 것은 인간이 신과 교신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설형문자 점토판 중에는 그런 요리의 레시피 기록이 수두룩하다.
인류가 발명한 문자의 초기 용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처럼 '신의 요리책'을 만드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에도 인류는 다양한 요리를 즐겼다. 설형문자로 기록된 빵의 종류가 300가지가 넘을 정도이니 말이다.
곡물 가루 반죽을 커다란 도기 단지의 안쪽 면에 붙여서 만드는 제빵 방식은 지금 중동에서 '난'을 만드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 재해석된 요리의 맛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말해 맛있었다. 독특하고 복잡하지만 즐거우며 현대 요리사가 요리한 것 같은 맛이 난다.
적에게 적합하기는커녕 친한 친구와 나누어 먹을 만한 요리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서피에 따라 요리하는 경험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요리의 새로운 맛을 체험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 먼 과거의 세계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바빌론, 니푸르 또는 니네베 궁전 연회가 어떠했는지 살짝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