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검정치마 ‘할리우드(Hollywood)’= “넌 영화 속에 살고/그런 너를 지켜보네/조명을 내려 줘요”
새 앨범을 기약 없이 기다리게 만들던 검정치마의 갑작스러운 싱글입니다. 정규 2집 ‘돈트 유 워리 베이비(Don’t You Worry Baby)’가 지난 2011년에 발표됐으니 무려 4년 만의 신곡이로군요. 전자음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소리의 공간, 그 공간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보컬, 그리고 “하얀 마음 때 묻으면/안 되니까 사랑해 줘요/처음만 있고요/끝은 아득하네요”처럼 섬세한 가사가 합쳐지니 곡의 제목처럼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각설하고 멋진 곡입니다.
이번 싱글로 검정치마는 정규 3집을 제단하긴 어렵습니다. 검정치마는 “이번 싱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전자 사운드를 담은 곡이 될 것”이라며 “3집은 이번 싱글과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이 담길 예정이기 때문에 이 곡으로 3집의 방향을 예측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거든요. 기분 좋은 밀당입니다.

▶ 나얼 ‘같은 시간 속의 너’= “아무 말도 하지 마요/더는 안된다는거 잘 알아요/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잘 빠진 90년대 팝 사운드가 간결한 편곡을 만나니 나얼의 탁월한 보컬의 더욱 돋보입니다. 심지어 클라이맥스 부분에도 그 흔한 현악 세션이 끼어들지 않습니다. 물론 듣기에만 편안할 뿐이지, 노래방에서 부르다가 목이 턱 막혀 ‘취소’ 버튼을 누르기 딱 좋은 곡이니 선곡은 자제하시고요. 편곡자를 살펴보니 나얼의 ‘바람기억’을 편곡했던 강화성 작곡가입니다. 담백하지만 결코 빈 느낌을 주지 않는 사운드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군요. 절제를 아는 멋진 편곡입니다.
이 싱글은 브라운아이드소울 싱글 프로젝트를 알리는 곡이었습니다. 나얼의 싱글을 필두로 정엽, 영준, 성훈의 솔로 싱글들이 이어졌죠. 그간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을 들려줬던 나얼은 이 곡을 통해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 듣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멜로디가 그 증거이죠.
▶ 로로스(Loro‘s) ‘타임(Time)’= “오늘도 나 그대 꿈꾸며/한참을 헤매이다 눈을 뜨는데/차라리 다 꿈이길 바래/그 꿈의 끝에서 내 이름 불러주오/그대여”
로로스의 이름 앞에 붙은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의 주인공이란 수식어가 이제 식상한가요? 그렇다면 ‘이제 무슨 곡을 내놓아도 기대되는 밴드’라는 수식어는 어떨까요? 로로스의 신곡 ‘타임’은 잔잔하지만 결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곡입니다.
로로스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결코 사회 부조리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정규 2집 ‘완디(W.A.N.D.Y)’의 수록곡 ‘호모 세파라투스’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연상케 하는 가사로, ‘몬스터’는 선량한 시민의 내면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구조를 질타하는 가사로 부조리를 꼬집었던 곡이죠.
이 곡 역시 가사 어느 곳에도 언급돼 있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의 깊은 슬픔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픔을 내면으로 갈무리하는 이승열의 나지막하면서도 짙은 목소리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널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널 어쩌면 널 어쩌면 좋니/네가 왜 이렇게 좋니/머리끝부터 발끝까지/눈을 떼질 못하잖니/어머님이 누구니/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그야말로 박진영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곡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렀다면 당장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수위의 가사를 가진 곡이지만, 박진영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곡입니다. 정말 데뷔 때부터 한결 같지 않습니까?
40대 중반 남자 가수의 댄스곡이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미쓰에이를 비롯해 새파란 후배들을 누르고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단지 선정성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겁니다. 박진영의 전작에도 충분히 선정적인 곡들이 많았으니까요. 이 곡의 히트는 중독성 강한 가사와 솔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만듦새가 탄탄한 음악, 그리고 유쾌한 퍼포머스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겠죠. 이 곡은 그만큼 아슬아슬하고 또 매력적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진영은 “60살에 생애 최고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목표”라더군요. 2032년 1월 13일을 기대해보지요.
▶버고(Virgo) ‘처녀자리에서 온 여인’= “끝도 없이 돌아가는 불빛속의 몸짓/너와 나는 커져가는 우주 속에 먼지/내 마음을 사로잡는 알수없는 신비/너와 나를 데려가네 처녀자리”
이 곡 어디에도 ‘피겨여왕’ 김연아를 언급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사에 담긴 ‘깊이파인 옷’과 ‘반짝이는 장식’ 그리고 김연아의 별자리 ‘처녀자리’는 이 곡이 ‘피겨여왕’의 모습을 소리로 그려낸 곡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댄서블한 록 사운드를 타고 노는 밴드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김연아의 춤사위를 정말 매력적으로 시각화합니다. 마치 우주적이랄까요? 여기에 박현준(기타),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등 정상급 연주자들의 연주가 더해지니 금상첨화죠. 조용히 발매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싱글입니다.
“쏟아지는 관심은 뒤로 하고/깊어가는 눈으로 얘기해봐/두근거리는 마음은 리듬에 맞춰/불나비처럼 너에게 타오른다오”

▶ 빅뱅 ‘루저(Loser)’ㆍ‘배배(Bae Bae)’= ‘루저’의 “외톨이” “쓰레기” “머저리” “양아치” 같은 극단적인 단어 선택이 허세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배’의 “피가 한쪽으로 또 쏠렸어 네게” “너와 몸이 완전 착착 감기네” “찹쌀떡 찹쌀떡 궁합이 우리 우리 궁합이” 같은 ‘19금’ 은유와 재치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래 들으면 귀를 피로하게 만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로 구태의연하게 만든 곡이었다면, 이 같은 가사는 설득력을 잃었을 겁니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담백한 편곡,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조화를 중시한 보컬과 랩. 데뷔 10년차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멋진 컴백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돌(Idol)은 ‘우상’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위에 ‘칼군무’ 등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그룹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죠.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음악적으로 퍼포먼스 이상의 무언가를 들려주는 그룹 빅뱅을 아티스트의 범주로 분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죠. 그런데 최근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아이돌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더군요. 데뷔 10년차를 바라보는 빅뱅은 이제 아이돌이나 아티스트와 같은 수식어를 넘어 진짜 ‘우상’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빅뱅은 ‘우상’에 근접하는 한국 최초의 아이돌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선우정아 ‘봄처녀’= “형형색색 널 뒤흔드는 칼라/각색각양 다가오는 몸짓/가지 가지 처치 곤란한 밤/뒤죽박죽 도시의 봄이라”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만큼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요? 팝, 재즈,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음악적 역량은 물론 탁월한 보컬까지. 이제 선우정아는 메이저와 인디, 장르로 묶어둘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죠.
‘뮤지션들의 뮤지션’ 선우정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2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싱글 역시 그런 선우정아의 성격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입니다. 멋을 아는 도시 여자들을 노래하는데 홍난파의 가곡 ‘봄처녀’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다니요. 여기에 빠르지 않으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까지 더해지니 제대로 멋진 댄스곡 하나가 탄생했습니다.
이 곡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모델들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산다라박의 우정출연도 볼거리이죠.

▶ 솔루션스(The Solutions) ‘스테이지(Stage)’= “날 부르는 이 곳엔/두 눈을 감아도/너의 숨이 보이고/시작되는 리듬에/네 손을 보여줘/나를 던질 수 있게”
뜨거운 계절에 어울리는 청량한 음악입니다. 주로 영어 가사로 노래를 만들어왔던 솔루션스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한글 가사라 더욱 반갑고요. 물론 영어 가사가 포함돼 있지만 “내가 너를 꿈꿀 때마다 우린 함께야(Whenever I dream of you. We’re together)” 수준의 기본적인 독해력만 있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이 싱글은 그동안 듀오로 활동해 온 솔루션스가 4인조 밴드로 재편된 이후 발표하는 첫 신곡이자 지난 6월 발표한 새 미니앨범 ‘노 프라블럼(No Problem!)’의 선공개곡입니다. 전작인 정규 2집 ‘무브먼츠(Movements)’에서 과감하게 전자음을 활용했던 솔루션스는 이번 싱글에선 밴드로 재편된 라인업을 강조하려는 듯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솔루션스는 “우리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춤을 추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록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듣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닐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정말 신나는 곡입니다.
▶ 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 거야/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정말 아무것도 아니지/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더 이상 ‘어른들을 위한 동요’는 없습니다. 이 싱글을 들으실 때엔 반드시 트랙 리스트 순서대로 들으세요. ‘희한한 시대’ 보다 앞선 트랙에 담긴 이 곡의 내레이션 버전을 지나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밝은 편곡과 유려한 멜로디에 속아 의미심장한 가사를 흘려 넘길 테니까요. 이 곡의 가사는 올해 들어 발표된 모든 노래의 가사들 중 가장 슬프고 섬뜩합니다.
옥상달빛은 이른바 ‘힐링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그동안 옥상달빛이 들려준 곡들이 ‘힐링 음악’이었는지조차도 기자는 의문입니다. 앨범을 가지고 계시면 재킷에 담긴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세요. 대부분의 가사들이 담담하면서도 대단히 직설적이거든요. 옥상달빛의 대표곡 ‘하드코어 인생아’를 살펴볼까요? “그냥 살아야지 저냥 살아야지/죽지 못해 사는 오늘/뒷걸음질만 치다가 벌써 벼랑 끝으로”. 동화 같은 멜로디에 속지 마세요.
‘힐링’으로 ‘힐링’이 되지 않는 시대라는 사실을 옥상달빛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옥상달빛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희한한 세상에서 사느라 힘들지? 실은 나도 지겹고 힘들어”라고.

▶ 피타입(P-Type) ‘광화문’= “더 이상 광화문엔 달달한 연가 따윈 어울리지 않아/허무한 묵념과 험한 명령과 위험한 생각뿐/수많은 바쁜 사람들/도박꾼처럼 행복과 바꾼 행복들/또 가끔 책을 읽다 ‘자살’과 ‘살자’가 뒤집혀/꽁지뼈에 불 지펴놓은 듯 불안하고 역겹지/거리는 역겨움과 항상 엮였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화문이 베테랑 래퍼에겐 이런 공간이었군요. 피타입이 10~20대를 보낸 장소에 대한 회상을 담은 곡‘광화문’은 냉정함을 넘어 섬뜩합니다. 이 싱글은 피타입의 정규 4집 ‘스트리트 포이트리(StreetPoetry)’의 선공개곡이었습니다. ‘거리의 시(詩)’라는 야심만만한 앨범 타이틀을 설명하는 데엔 글보다 랩 한 줄을 더 소개하는 게 낫겠군요.
“반강제로 수긍한 이 시스템/시스템 위에 시스템이 낳은 시스템/권력이 거리에 미메시스된 피라밋 같은 건물들/그 속에서 곧 물들거나 늙을 어린아이였던 속물들/귀찮아도 눈을 떠, 삐걱대면서 버텨/과연 이러는 게 똑똑한가?/하루는 비참하고 다른 하루는 비겁해/오늘 난 옛날의 나에게 떳떳한가?”
123@heraldcorp.com
새 앨범을 기약 없이 기다리게 만들던 검정치마의 갑작스러운 싱글입니다. 정규 2집 ‘돈트 유 워리 베이비(Don’t You Worry Baby)’가 지난 2011년에 발표됐으니 무려 4년 만의 신곡이로군요. 전자음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소리의 공간, 그 공간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보컬, 그리고 “하얀 마음 때 묻으면/안 되니까 사랑해 줘요/처음만 있고요/끝은 아득하네요”처럼 섬세한 가사가 합쳐지니 곡의 제목처럼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각설하고 멋진 곡입니다.
이번 싱글로 검정치마는 정규 3집을 제단하긴 어렵습니다. 검정치마는 “이번 싱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전자 사운드를 담은 곡이 될 것”이라며 “3집은 이번 싱글과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이 담길 예정이기 때문에 이 곡으로 3집의 방향을 예측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거든요. 기분 좋은 밀당입니다.

▶ 나얼 ‘같은 시간 속의 너’= “아무 말도 하지 마요/더는 안된다는거 잘 알아요/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잘 빠진 90년대 팝 사운드가 간결한 편곡을 만나니 나얼의 탁월한 보컬의 더욱 돋보입니다. 심지어 클라이맥스 부분에도 그 흔한 현악 세션이 끼어들지 않습니다. 물론 듣기에만 편안할 뿐이지, 노래방에서 부르다가 목이 턱 막혀 ‘취소’ 버튼을 누르기 딱 좋은 곡이니 선곡은 자제하시고요. 편곡자를 살펴보니 나얼의 ‘바람기억’을 편곡했던 강화성 작곡가입니다. 담백하지만 결코 빈 느낌을 주지 않는 사운드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군요. 절제를 아는 멋진 편곡입니다.
이 싱글은 브라운아이드소울 싱글 프로젝트를 알리는 곡이었습니다. 나얼의 싱글을 필두로 정엽, 영준, 성훈의 솔로 싱글들이 이어졌죠. 그간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을 들려줬던 나얼은 이 곡을 통해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 듣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멜로디가 그 증거이죠.
▶ 로로스(Loro‘s) ‘타임(Time)’= “오늘도 나 그대 꿈꾸며/한참을 헤매이다 눈을 뜨는데/차라리 다 꿈이길 바래/그 꿈의 끝에서 내 이름 불러주오/그대여”
로로스의 이름 앞에 붙은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의 주인공이란 수식어가 이제 식상한가요? 그렇다면 ‘이제 무슨 곡을 내놓아도 기대되는 밴드’라는 수식어는 어떨까요? 로로스의 신곡 ‘타임’은 잔잔하지만 결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곡입니다.
로로스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결코 사회 부조리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정규 2집 ‘완디(W.A.N.D.Y)’의 수록곡 ‘호모 세파라투스’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연상케 하는 가사로, ‘몬스터’는 선량한 시민의 내면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구조를 질타하는 가사로 부조리를 꼬집었던 곡이죠.
이 곡 역시 가사 어느 곳에도 언급돼 있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의 깊은 슬픔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픔을 내면으로 갈무리하는 이승열의 나지막하면서도 짙은 목소리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널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널 어쩌면 널 어쩌면 좋니/네가 왜 이렇게 좋니/머리끝부터 발끝까지/눈을 떼질 못하잖니/어머님이 누구니/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그야말로 박진영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곡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렀다면 당장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수위의 가사를 가진 곡이지만, 박진영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곡입니다. 정말 데뷔 때부터 한결 같지 않습니까?
40대 중반 남자 가수의 댄스곡이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미쓰에이를 비롯해 새파란 후배들을 누르고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단지 선정성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겁니다. 박진영의 전작에도 충분히 선정적인 곡들이 많았으니까요. 이 곡의 히트는 중독성 강한 가사와 솔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만듦새가 탄탄한 음악, 그리고 유쾌한 퍼포머스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겠죠. 이 곡은 그만큼 아슬아슬하고 또 매력적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진영은 “60살에 생애 최고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목표”라더군요. 2032년 1월 13일을 기대해보지요.
▶버고(Virgo) ‘처녀자리에서 온 여인’= “끝도 없이 돌아가는 불빛속의 몸짓/너와 나는 커져가는 우주 속에 먼지/내 마음을 사로잡는 알수없는 신비/너와 나를 데려가네 처녀자리”
이 곡 어디에도 ‘피겨여왕’ 김연아를 언급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사에 담긴 ‘깊이파인 옷’과 ‘반짝이는 장식’ 그리고 김연아의 별자리 ‘처녀자리’는 이 곡이 ‘피겨여왕’의 모습을 소리로 그려낸 곡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댄서블한 록 사운드를 타고 노는 밴드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김연아의 춤사위를 정말 매력적으로 시각화합니다. 마치 우주적이랄까요? 여기에 박현준(기타),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등 정상급 연주자들의 연주가 더해지니 금상첨화죠. 조용히 발매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싱글입니다.
“쏟아지는 관심은 뒤로 하고/깊어가는 눈으로 얘기해봐/두근거리는 마음은 리듬에 맞춰/불나비처럼 너에게 타오른다오”

▶ 빅뱅 ‘루저(Loser)’ㆍ‘배배(Bae Bae)’= ‘루저’의 “외톨이” “쓰레기” “머저리” “양아치” 같은 극단적인 단어 선택이 허세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배’의 “피가 한쪽으로 또 쏠렸어 네게” “너와 몸이 완전 착착 감기네” “찹쌀떡 찹쌀떡 궁합이 우리 우리 궁합이” 같은 ‘19금’ 은유와 재치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래 들으면 귀를 피로하게 만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로 구태의연하게 만든 곡이었다면, 이 같은 가사는 설득력을 잃었을 겁니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담백한 편곡,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조화를 중시한 보컬과 랩. 데뷔 10년차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멋진 컴백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돌(Idol)은 ‘우상’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위에 ‘칼군무’ 등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그룹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죠.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음악적으로 퍼포먼스 이상의 무언가를 들려주는 그룹 빅뱅을 아티스트의 범주로 분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죠. 그런데 최근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아이돌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더군요. 데뷔 10년차를 바라보는 빅뱅은 이제 아이돌이나 아티스트와 같은 수식어를 넘어 진짜 ‘우상’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빅뱅은 ‘우상’에 근접하는 한국 최초의 아이돌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선우정아 ‘봄처녀’= “형형색색 널 뒤흔드는 칼라/각색각양 다가오는 몸짓/가지 가지 처치 곤란한 밤/뒤죽박죽 도시의 봄이라”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만큼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요? 팝, 재즈,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음악적 역량은 물론 탁월한 보컬까지. 이제 선우정아는 메이저와 인디, 장르로 묶어둘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죠.
‘뮤지션들의 뮤지션’ 선우정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2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싱글 역시 그런 선우정아의 성격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입니다. 멋을 아는 도시 여자들을 노래하는데 홍난파의 가곡 ‘봄처녀’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다니요. 여기에 빠르지 않으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까지 더해지니 제대로 멋진 댄스곡 하나가 탄생했습니다.
이 곡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모델들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산다라박의 우정출연도 볼거리이죠.

▶ 솔루션스(The Solutions) ‘스테이지(Stage)’= “날 부르는 이 곳엔/두 눈을 감아도/너의 숨이 보이고/시작되는 리듬에/네 손을 보여줘/나를 던질 수 있게”
뜨거운 계절에 어울리는 청량한 음악입니다. 주로 영어 가사로 노래를 만들어왔던 솔루션스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한글 가사라 더욱 반갑고요. 물론 영어 가사가 포함돼 있지만 “내가 너를 꿈꿀 때마다 우린 함께야(Whenever I dream of you. We’re together)” 수준의 기본적인 독해력만 있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이 싱글은 그동안 듀오로 활동해 온 솔루션스가 4인조 밴드로 재편된 이후 발표하는 첫 신곡이자 지난 6월 발표한 새 미니앨범 ‘노 프라블럼(No Problem!)’의 선공개곡입니다. 전작인 정규 2집 ‘무브먼츠(Movements)’에서 과감하게 전자음을 활용했던 솔루션스는 이번 싱글에선 밴드로 재편된 라인업을 강조하려는 듯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솔루션스는 “우리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춤을 추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록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듣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닐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정말 신나는 곡입니다.
▶ 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 거야/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정말 아무것도 아니지/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더 이상 ‘어른들을 위한 동요’는 없습니다. 이 싱글을 들으실 때엔 반드시 트랙 리스트 순서대로 들으세요. ‘희한한 시대’ 보다 앞선 트랙에 담긴 이 곡의 내레이션 버전을 지나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밝은 편곡과 유려한 멜로디에 속아 의미심장한 가사를 흘려 넘길 테니까요. 이 곡의 가사는 올해 들어 발표된 모든 노래의 가사들 중 가장 슬프고 섬뜩합니다.
옥상달빛은 이른바 ‘힐링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그동안 옥상달빛이 들려준 곡들이 ‘힐링 음악’이었는지조차도 기자는 의문입니다. 앨범을 가지고 계시면 재킷에 담긴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세요. 대부분의 가사들이 담담하면서도 대단히 직설적이거든요. 옥상달빛의 대표곡 ‘하드코어 인생아’를 살펴볼까요? “그냥 살아야지 저냥 살아야지/죽지 못해 사는 오늘/뒷걸음질만 치다가 벌써 벼랑 끝으로”. 동화 같은 멜로디에 속지 마세요.
‘힐링’으로 ‘힐링’이 되지 않는 시대라는 사실을 옥상달빛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옥상달빛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희한한 세상에서 사느라 힘들지? 실은 나도 지겹고 힘들어”라고.

▶ 피타입(P-Type) ‘광화문’= “더 이상 광화문엔 달달한 연가 따윈 어울리지 않아/허무한 묵념과 험한 명령과 위험한 생각뿐/수많은 바쁜 사람들/도박꾼처럼 행복과 바꾼 행복들/또 가끔 책을 읽다 ‘자살’과 ‘살자’가 뒤집혀/꽁지뼈에 불 지펴놓은 듯 불안하고 역겹지/거리는 역겨움과 항상 엮였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화문이 베테랑 래퍼에겐 이런 공간이었군요. 피타입이 10~20대를 보낸 장소에 대한 회상을 담은 곡‘광화문’은 냉정함을 넘어 섬뜩합니다. 이 싱글은 피타입의 정규 4집 ‘스트리트 포이트리(StreetPoetry)’의 선공개곡이었습니다. ‘거리의 시(詩)’라는 야심만만한 앨범 타이틀을 설명하는 데엔 글보다 랩 한 줄을 더 소개하는 게 낫겠군요.
“반강제로 수긍한 이 시스템/시스템 위에 시스템이 낳은 시스템/권력이 거리에 미메시스된 피라밋 같은 건물들/그 속에서 곧 물들거나 늙을 어린아이였던 속물들/귀찮아도 눈을 떠, 삐걱대면서 버텨/과연 이러는 게 똑똑한가?/하루는 비참하고 다른 하루는 비겁해/오늘 난 옛날의 나에게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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