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축구연맹 "용감한 군인과 순교자 동지에게 승리 바친다"

UEFA "도발로 보일 수 있어 조사할 것"…佛선 터키전 보이콧 주장도

2019년 10월 11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알바니아와의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 경기에서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의 센크 토순 선수가 결정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센크 토순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한 가운데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에서 승리한 직후 군대식 경례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1일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알바니아와의 유로 2020 조별 예선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연장전에서 결정골을 넣은 센크 토순을 비롯한 터키 대표팀 선수들은 오른손을 곧게 펴 눈썹 언저리에 올리는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토순은 경기 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장면이 찍힌 사진을 올리고 "조국을 위해, 특히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을 위해"라고 적었다.

터키축구연맹도 선수와 감독, 코치 등 팀 구성원 전원이 탈의실에 모여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용감한 군인들과 순교자 동지들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고 밝혔다.

터키군이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 동맹의 일원이었던 시리아내 쿠르드족을 공격한 데 대한 국제적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이를 정당화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모욕적인 성격을 띠어 스포츠 행사에 걸맞지 않은 도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제스처나 용어, 물건, 또는 여타 수단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UEFA의 필립 타운센드 대변인은 이탈리아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대표선수들의 거수경례는) 도발로 보일 수 있다"면서 "이 상황을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11일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스탄불에서 열린 알바니아와의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 경기에서 승리한 뒤 단체로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터키축구연맹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오는 21일 터키와의 유로 2020 예선전 홈경기를 앞둔 프랑스에선 경기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해당 경기 관람 계획을 취소했고, 급진 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거기엔 더는 스포츠맨십이 없다. 그들과는 축구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중도우파 정당 민주독립연합(UDI)의 장 크리스토프 라가르드 대표와 극우정당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도 축구가 터키의 정치적 선전 수단이 됐다면서 제재를 촉구했다.

터키축구연맹은 이와 관련해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터키계 독일인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유벤투스에 각각 소속돼 있는 일카이 귄도간과 엠레 잔 선수는 토순의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거수경례 사진에 '좋아요'를 클릭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해 눈길을 끌었다.

귄도간은 작년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터키 대선에 이용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서 "난 확고한 평화주의자이고, 모든 형태의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세르비아와의 조별 리그 경기에서 결승 골을 넣은 뒤 '쌍두독수리' 세리머니를 펼친 스위스 축구 국가대표 선수 2명에게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알바니아계 스위스인이었던 이들은 알바니아 국기에 그려진 상징물인 쌍두독수리를 손으로 표현했다. 이는 1998년 알바니아계 주도로 독립한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고 내전을 벌여 수많은 코소보인을 학살한 세르비아를 도발한 행위로 간주됐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