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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여심 유혹하는 하늘하늘 코스모스 따라 떠나는 대전 감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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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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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마을 넓은 꽃밭에 바람에 흔들/주름진 얼굴에도수줍음 가득 함박미소/원두막·산책로 풍경 정겨워

대전 장동마을 코스모스 군락지

대전 장동마을 코스모스 군락지
순정. 바람이 불어오니 꽃말처럼 여리여리한 꽃잎이 한들한들 마음을 앗아간다. 어서 오라고. 그래 가을은 역시 코스모스지. 길거리 한 모퉁이에 수줍게 피어난 코스모스 몇 송이에도 마음은 싱숭생숭해지는데. 넓은 들판을 온통 연분홍색, 빨간색, 하얀색으로 물들인 코스모스 군락지 한가운데 서니 가슴이 ‘심쿵’하며 그만 핑크빛으로 물들고 만다.

대전 장동마을 코스모스 군락지

대전 장동마을 코스모스 군락지

대전 장동마을 코스모스 군락지

대전 장동마을 코스모스 군락지
#코스모스 꽃잎에 실려 오는 가을

“엄마, 거기서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 서 보세요. 와! 우리 엄마 너무 예쁘다.” 코스모스 꽃밭에 서면 소녀 시절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쉰 살이 넘어 보이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수줍음이 한가득이다. 딸은 저 멀리 원두막까지 앵글에 넣어 엄마의 인생샷을 담느라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대전발 0시50분, 카이스트, 엑스포, 유성온천···. 대전의 주요 수식어였는데, 대덕구 장동마을의 아름다운 코스모스 군락지를 만나니 머릿속에 대전에 대한 이미지가 꽃과 가을로 새롭게 세팅된다. 이제 매해 가을이면 코스모스를 맞으러 대전으로 가야지. 매년 5월이면 노란 유채꽃과 청보리의 푸른 물결로 가득한 장동마을은 10월이 되면 장동삼거리 인근의 경관농업단지에 코스모스가 만개해 여행자들을 끌어모은다. 원두막과 나무그네, 탐방로가 잘 꾸며져 정겨운 어린 시절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코스모스 축제는 지난주 끝났지만 꽃은 늦가을까지 피어 있으니 가을을 만끽하기 좋은 여행지다.

장동마을 중 계족산 뒤 가장 깊은 골에 자리 잡은 산디마을에는 생태공원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대전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캠핑족들의 천국으로 입소문이 났는데 오토캠핑도 가능하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

대전 계족산 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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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계족산 황톳길

대전 계족산 황톳길
#황토의 질감을 맨발로 느끼는 산림욕

신발을 벗을까 말까 망설이는 한 등산객. “어머! 발이 아주 시원해. 부드럽고 촉촉하다 얘. 빨리 와 봐”. 먼저 맨발로 황톳길을 밟고 산을 오르던 친구가 재촉하자 고민하던 등산객은 신발을 벗어 들고 황톳길에 발을 디딘다. 황토가 잔뜩 묻으면 나중에 발을 씻기 귀찮을 텐데. 한참을 고민하다 그들을 따라 황톳길을 밟았다. 이색체험이다. 밀가루 반죽 같은 황토가 발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는데 서늘한 기운이 발의 온도를 적당히 떨어뜨려 피로가 싹 가신다.

장동마을에는 이름도 독특한 ‘닭발산’ 계족산이 있다.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나간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요즘 대전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 바로 계족산 황톳길이다. 장동산림욕장이 시작되는 입구부터 계족산성 근처까지 14.5㎞의 등산로를 따라 황톳길이 조성돼 있다. 많은 등산객이 황톳길 입구에 서면 신발을 벗을까 고민하다 그냥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고민할 것 없이 등산화를 벗자. 황토의 질감을 제대로 느끼며 천연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어서다. 곳곳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

대전 계족산 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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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등산화를 벗어놓고 왕복하는 등산객들도 있는데 신발을 들고 가는 것이 편하다. 황톳길이 끝나고 계족산성을 오를 때는 등산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톳길 마지막 구간은 며칠 전 비가 내려 흙이 쓸려가며 맨땅이 드러났다. 맨발로 끝까지 오르던 한 등산객은 “발이 좀 아프지만 시원해서 좋다”고 웃는다. 함께 간 동료는 맨발로 계족산성 정상까지 오르는 모험을 감행했는데 “지압을 아주 제대로 받았다”며 자신의 객기를 책망했다. 40여분을 걸어올라 황톳길이 끝나는 곳에 도달하면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를 파는 노점이 유혹한다. 땀을 흘린 뒤 한 모금 목구멍으로 흘려보내니 꿀맛이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서 만나는 대전 막걸리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서 만나는 대전 막걸리
백제 부흥군이 마지막 전쟁을 벌이던 곳으로 추정되는 계족산성은 둘레가 약 1㎞ 조금 넘는데 정상에 오르면 장동의 6개 마을과 대청호, 충북 옥천, 보은까지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계족산 인근의 문화재들도 둘러보자. 계족산 기슭의 가양동에 자리 잡은 우암사적공원은 조선후기 대유학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송시열이 말년에 제자를 가르치고 학문에 정진한 남간정사, 뛰어난 건축미가 돋보이는 기국정, 송시열 문집인 송자대전판 등 중요 문화재가 남아 있다. 특히 남간정사 앞마당의 연못이 운치를 더한다. 조선시대 학자 송준길이 자신의 호를 따서 건축한 동춘당, 조선시대 공자 등 여러 성현에게 제사를 지내고 유생들이 공부하며 기거하던 화덕향교도 근처에 있다.

대전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대전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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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만나는 나무 사랑

30m는 족히 될 것 같다. 하늘로 향해 직선으로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들. 고대 수종으로 알려진 메타세쿼이아가 울창한 숲을 이룬 서구 장안동 장태산휴양림은 입구부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휴양림인데 사연이 많다.

토목사업으로 큰돈을 번 임창봉씨가 1973년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민둥산이던 장태산으로 들어간다. 그는 전 재산을 투자해 이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낙엽송, 메타세쿼이아, 밤나무, 잣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독일 가문비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13만여 그루가 빽빽하게 자란 아름다운 숲으로 변했다. 규모가 무려 26만평에 달한다.

대전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대전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대전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대전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임씨는 빚까지 얻어 장태산을 가꾸다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이 휴양림을 대전시에 매각했고 4년의 보수를 거쳐 2006년 일반에 개방됐다. 임씨는 매각한 뒤에도 이곳에서 나무를 돌보다 1981년 기거하던 숲속의 허름한 컨테이너에서 작고했다고 한다. 나무를 극진하게 사랑한 그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숲을 가지게 됐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도 유명한데 장태산은 숲속에 가득한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땅을 밟으며 걷는 산책로가 12㎞ 정도 이어져 산림욕을 제대로 즐기게 된다. 장엄한 메타세쿼이아 숲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생태연못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대동 벽화마을

대동 벽화마을

대동 벽화마을

대동 벽화마을

대동 벽화마을

대동 벽화마을
#피란민 애환 어린 달동네 벽화골목으로 거듭나다

대전 시내 동쪽에 있는 대동하늘공원의 주변 골목길들은 피란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한국전쟁 때 대전으로 피란왔다가 정착한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빈민촌인데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했을 정도로 그들이 힘겨운 가난을 묵묵히 견뎌온 곳이다. 지금도 석면 슬레이트 지붕과 얽히고설킨 전깃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은 200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골목을 따라 대동하늘공원까지 오르다 보니 골목골목마다 담장이 다양한 그림으로 꾸며져 ‘골목 갤러리’를 만들어냈다.

대동하늘공원 저녁노을

대동하늘공원 저녁노을
하지만 하늘공원까지 오르는 길은 난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 피란민의 고단하던 삶이 피부까지 전달된다. 공원에는 예쁜 풍차가 서 있는데 대전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풍차를 배경으로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날이 좋을 때면 많은 이들이 노을풍경을 찍으려고 이곳을 오른다고 한다.

하늘강 아뜰리에

하늘강 아뜰리에

하늘강 아뜰리에

하늘강 아뜰리에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인 대청호 두메마을(대덕구 이현동)도 ‘강추’다. 하늘강 아뜰리에에서는 생태복원 의미를 되새기며 설치미술을 체험할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한 조윤상, 신정숙 부부가 일상을 흙으로 빚고 다듬는 곳인데 건강이 나빠져 풍광이 좋은 시골마을에 예쁜 집을 짓고 요양하다 일반인들이 도예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금강, 만경강, 웅천천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처한 감돌고기 모양의 도자기에 창의력을 발휘, 직접 채색을 하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예쁜 감돌고기 종을 만들 수 있다. 

대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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