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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두고 국토부-기재부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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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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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적용시기 두고 두 부처 온도차…청약시장 몰리고 신축 아파트 값 뛰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를 두고 두 부처 수장의 발언이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기 약 두 달 전부터 종종 시장에 경고 사인을 보냈다. 지난 6월말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택지 분양가 관리 시스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상한제 확대를 시사했다. 그리고 약 열흘 뒤인 7월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말로 제도 적용을 공식화했다.

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 발언을 하고 약 한 달 뒤인 8월12일 김현미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경고한 것에 비하면 발표 내용은 '김 빠진 사이다'에 불과했다. 발표자료 제목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 즉 언제, 어느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내용이 무언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https://img.theqoo.net/GimLB


긴 경고 후 발표한 대책 '김 빠진 사이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김현미 장관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1단계라면 시행령이 개정된 시점에서 부동산시장이나 경제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실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지 판단하는 작업이 2단계"라며 "현재는 1단계 작업만 한 상태다. 본격 시행을 위한 2단계는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김 장관의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때부터 국토부와 기재부 간 불협화음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양측은 수장의 불협화음으로 외부에 비치는 데 대해 "부처 간 조율이 된 사항"이라고 말하며 수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삐그덕대는 소리가 들렸다. 국토부는 발표 열흘 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등 온라인 소통공간을 통해 "국민 다수가 원하는 집값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 겸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같이 고려해야 한다. (국토부에서) 시행령 개정 작업 중이지만 이를 발표하는 10월초에 바로 분양가 상한제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며 제도 도입 임박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위 소속 위원의 한 보좌진은 "여당 의원들끼리도 의견수렴이 확실히 안 된 측면이 있다. 심지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유보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지 않았나"라고 협의 과정이 개운치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정부의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내용은 건설업계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먼저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분양가를 규제받으며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연내 예정된 공급물량을 급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9월 전국 아파트 총 공급물량(임대·특별분양 등 포함)은 5만26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활황기이던 지난 2015년(5만6851가구)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래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1만6331가구)에 견주어보면 3.2배 늘어난 수치다.

서울의 경우 청약수요가 대거 몰리며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동작구 사당3구역 재건축 단지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일반분양 89가구 모집에 1만8134명이 신청해 평균 20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를 재건축한 단지 '반포 센트레빌'의 평균경쟁률은 570대 1이었다. 모두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 공급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이 여의치 않은 실수요자들은 현재 지어져 있는 비교적 새 아파트로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4%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상승폭도 전달 0.07%의 2배로 커졌다. 강남의 대장주로 불리는 주요 단지는 집값이 억대로 오르면서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포아크로리버파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3.3㎡당 1억원에 육박한다.


https://img.theqoo.net/pqadI

혼돈의 시장, 더 혼란스러운 실수요자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 개정 작업은 다음 달 초 완료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분양가 상한제 발표 당시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의 구체적 적용 지역·시기 등을 주정심이 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위원회의 구성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주정심은 25명 이내로 구성되는데 이 중 14명이 정부 측 당연직 위원이다. 국토부 장관 외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주요 부처 차관이 위원으로 포함돼 있다. 나머지 11명 민간위원은 과반이 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국토부 장관이 위촉한다. 위원 명단을 살펴보니 민간위원들에는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국토부 장관 의견에 대한 반대 입장이 제기될 여지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주정심 개편을 통해 정부의 입김을 차단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이 발의 예정인 주택법 개정안은 현재 25명인 주정심 구성원을 30명으로 늘리고, 민간위원 비율을 과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과 시기 등 정부가 주요 주거 정책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rke@sisajournal-e.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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