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법무장관만의 인사권은 없다
642 8
2019.09.18 17:49
642 8
예측 불가능한 인사권 행사 언급은 ‘만장일치 개혁법안’의 대원칙 위반

https://img.theqoo.net/hmCIO
정원수 사회부장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7월경 서울 서초동의 대검찰청 8층 검찰총장 집무실. 한 대검 참모가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를 하러 가자 송 총장이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하면서 총장과의 상의 절차를 아예 생략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당시 검찰청법 34조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 인사는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고 되어 있었다. 검사 인사를 앞두고 관행적으로 장관이 총장과 상의하던 문화를 깨버리고, 검찰 입장에서는 상식 밖의, 법무부 입장에선 법 자구대로, 기습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 인사는 서초동과 과천 간 갈등으로 그치지 않았다. 여의도로 넘어가 국회의 검찰청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줬다. 이듬해 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16대 국회의원들은 검찰 개혁을 위한 법 개정에 머리를 맞댔다. 2000년부터 국회의원 4명이 대표 발의한 4건의 개정안, 정부가 제출한 2건의 개정안 등 6건의 법률안을 놓고 난상토론 끝에 하나의 대안이 마련됐다.

A4용지 17장 분량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명의의 대안을 읽어보면 이런 검찰 개혁 법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파격적이다. 무엇보다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일원화했다.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규정을 삭제하고,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처음 생겼다.

인사 규정도 바뀌었다. 검찰인사위원회가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됐고, 법무부 장관은 검사의 보직과 관련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관련 법안은 그해 12월 30일 오후 5시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191명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2004년 1월 20일부터 현재까지 이 조항은 시행 중이다.

관행적인 검찰 인사 문화가 법률로 명문화되면서 인사권을 제한받게 된 장관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마침 그날 밤 청와대에서 장차관급 인사의 송년 만찬이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인사권을 총장과 나누게 된 강 장관이 법 개정에 관여한 검찰 간부를 독사가 개구리 보듯 쏘아봤다”고 기억할 정도로 장관에겐 언짢은 일이었다.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9일 임명된 조국 법무부 장관은 취임사부터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를 강조했다. 그 뒤에도 인사권 행사를 마치 장관만의 고유 권한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16일에는 “(가족 관련) 수사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검사들의 경우 헌법 정신과 법령을 어기지 않는 한 인사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식 당일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조 장관 가족 수사의 지휘 라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제안을 했다가 윤 총장에게 거절당했다.

검찰 인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고 세부적인 검사인사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게 지난해 12월인데, 장관이 예측 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인사 발언을 자주 하니 일선 검사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검사들은 조 장관 메시지를 거꾸로 읽으면서 가족 관련 수사 라인이 추후 인사로 응징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관만의 검찰 인사권은 없다. 장관이 검사 인사에 앞서 총장 의견을 듣도록 한 건 수사 외압 행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장관이 먼저 인사의 대원칙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 15년 넘게 시행돼 온 만장일치 법의 정신을 조 장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 길에서 벗어나는 건 개혁이 아니라 퇴행이다.

정원수 사회부장
목록 스크랩 (0)
댓글 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비욘드 X 더쿠 븉방 이벤트💛] 여름철 메이크업착붙, 비욘드 선퀴드 체험 이벤트 403 05.20 54,37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927,32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667,94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050,19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237,29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6 21.08.23 3,696,3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550,47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65 20.05.17 3,251,1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9 20.04.30 3,833,82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211,25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18914 이슈 팔로워 17만 세븐틴 월드와이드 계정 반응 (해외캐럿) 22:25 546
2418913 이슈 보건복지부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전공의 1:1 면담 지시.jpg 3 22:24 176
2418912 이슈 분위기 좋은 에스파 카리나 BAZAARMEN LIT 화보.jpg 6 22:23 340
2418911 이슈 하이브, 뉴진스 컴백에 20만원대 단숨에 회복 8 22:22 616
2418910 유머 귀여움과 징그러움이 공존하는 영상....(시청주의) 11 22:21 951
2418909 정보 블랙핑크 "BORN PINK" 투어 최종기록 10 22:21 501
2418908 이슈 [KBO] 1사 만루에서 위기를 극복한 한화 마무리투수 주현상 18 22:20 460
2418907 유머 마음의 안정이 오는 현재 멜론 top100 1~4위 19 22:19 1,828
2418906 이슈 뭔가 혼종이 나온듯한 갤럭시워치7 유출 31 22:19 2,543
2418905 정보 모범택시 세계관과 뒤바뀐 것 같다는 새로운 드라마 9 22:18 2,262
2418904 이슈 마음 따땃해지는 흰둥이와 흰둥이 예뻐하는 할아버지 4 22:17 666
2418903 이슈 공무원이 된 지 1년 차 극단적인 선택을 한 25세 청년 3 22:17 1,483
2418902 이슈 뮤비 공개 2시간된 뉴진스 하우스윗 안무 마스터해온 오늘자 뮤뱅 스페셜 엠씨 3 22:17 775
2418901 유머 의외로 노래실력도 좀 있는듯한 체육 인플루언서.jpg 4 22:15 1,350
2418900 이슈 다음 주 MBC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스페셜 DJ 라인업📻 3 22:15 1,195
2418899 이슈 산다라박이랑 이준 열애설 전말 ㅋㅋㅋ 130 22:15 13,662
2418898 이슈 [KBO] 두산베어스 최근 18전 14승 2무 2패 /// 원정 경기 10전 8승 1무 1패 16 22:14 499
2418897 유머 하루 종일 폼폼푸린에게 미행당한 사람 2 22:14 1,009
2418896 이슈 케톡에서 마이너한 감성의 예술 작품이라고 화제된 아이돌 뮤비.jpg 5 22:14 1,009
2418895 이슈 [KBO] 오늘자 2024시즌 30승 선착팀 16 22:13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