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내내 웃고 장난치고,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와요?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웃는 것도 그만큼 에너지를 쓰는 일인데.
- 흠, 그렇구나. 제가 낯을 안 가려서. 전 그걸 에너지를 쓴다고 생각 안 해요. 그냥, 성격이에요. 제가 이렇게 하면 상대도 업되고, 저도 텐션이 오르거든요. 일할 땐 더 그래요. 오늘 촬영만 봐도, 다들 저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잖아요. 카메라가 꺼진 순간까지 일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요.
유튜브를 보니 같이 일하던 스태프들과 친구로 지내던데요. 연예인 친구도 많고. 친구가 많죠?
- 네. 그런데, 그게 단데. 저는 어, 친구, 친구라는 건….
친구는 좀 다른 의미인가요?
- 네, 좀 다른 의미. 일할 때 외향적으로 하는 건, 서로가 편했으면 하니까. 하지만 친구라는 건 좀 더 깊은, 한 번 더 들어가야 되는 거라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소수의 친구들을 자주 만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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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인가요?
- 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 끌지 말고 바로. 묻어두면 감정이 배가 되거든요. 대신 뒤끝이 없고, 좋은 것도 바로바로 말해요. 좋은 건 말을 안 해주면 모르잖아요.
고집 세죠?
- 엄청 세죠.
그런 혜리가 좋아요. <놀라운 토요일>의 ‘도레미 마켓’에선 혜리 씨가 목청껏 자기 의견을 내세우면서 남자 패널들과 티격태격할 때가 제일 재미있거든요.
- 거기선 제가 대장이니까. 하하하. 제가 승부욕이 되게 세거든요. 어떤 미션이 있으면 그걸 해내려고 엄청 노력해요. 그리고 출연자, 피디님, 작가님 다 너무 좋아요. 저 빼고 천사예요. 저는요? 대장이죠.
학창 시절엔 반장, 전교 회장을 도맡았다면서요?
- 그런 거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요. 감투 안 쓰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하하하. 반장 선거할 때 보통은 친구한테 추천해달라고 하잖아요. 전 손들고 제가 할게요, 나 뽑아, 나 뽑아줘, 해가지고 늘 했어요. 왜냐면 저처럼 적극적인 친구가 별로 없으니까.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했어요?
- 욕심이 많았어요. 신문부, 방송부도 했고,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그래서 뭐만 뽑는다 하면 “음, 어디 스케줄을 볼까, 할 수 있나” 이러면서. 하하하. 저는 누군가, 어디에선가 늘 저를 필요로 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어릴 땐 어떤 애였어요?
- 장십리 살 땐 개구쟁이 어린애였죠. 새까매가지고, 삐쩍 말라가지고, 버찌 따먹고, 산에서 썰매 타고. 그러다 중학교 때 서울에 오니, 이런 게 문명이군! 싶었어요. 하하하. 그리고 저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제가 단칸방에 산다고 해서 그게 상처가 되거나 누군가를 탓한 적은 없어요. 엄마 아빠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셨던 건 아닐 거 아녜요?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게 상처가 되거나 우울하진 않았어요. 우리 집은 이렇구나, 너네 집은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잘될 거야. 그런 걸 믿으면서 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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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나는 이혜리>를 봤는데, 누가 기획해준 게 아니라 진짜 날것 느낌이었어요. 직접 짐벌을 들고 다니면서 엉뚱한 앵글로 얼굴을 찍고 있던데요.
- 몰랐어요, 안 예쁘게 나오는 줄. 하하하. 저는 이게 방송 같지 않았으면 했어요. 작위적이지 않았으면 했고, 그냥 사람들이 모르던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멤버들은 “대단하다, 이런 것도 드러내고”라는데, 전 그냥 천성이 저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해요. 전 제 영상 볼 때, TV에서 제가 나올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제 분량이 많을 때! 하하하.
사람들이 모르던 혜리의 모습이요?
- 제가 요리를 잘할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어요? 흐흐. 저 요리 잘해요. 갈비찜 전문. 그리고 의외로 되게 꼼꼼해요. 한 번도 뭘 잃어버린 적이 없어요. 휴대전화 메모장 보실래요? 그날그날 해야 할 체크리스트, Day1부터 Day100까지 숙지해야 할 대본을 넣어놨어요.
저도 최근 혜리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게 하나 있어요. 유니세프에 1억 이상을 기부해서 아너스 클럽 최연소 회원이 됐죠?
- 넘쳐요, 저는. 가진 거에 비해 되게 많은 걸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끄러워요. 엄마는 저희가 가난했을 때부터 봉사 활동과 후원을 해왔어요. 저도 물욕이 없는 편이고요. 제가 필요하지 않은 걸 누군가는 필요로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나누면 둘 다 충족되는 거니까. 전 그런 게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혜리가 가장 신나는 때는 언제예요?
-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어져서 예약하고, 먹으러 갈 날을 기다리는 시간이 신나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데려가서 같이 먹는 거죠.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죠. 오늘요? 이제 스테이크 먹으러 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