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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유품정리사 에피소드 - 20대 무연고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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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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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현장에 도착하여 유품정리를 시작하였는데 얼마 되지 않아 현장에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사람들은 현장에 들어와 쓸만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집으며 나보고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여담이지만 무연고사망자일 경우에는 유가족이 없기 때문에 유품정리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것저것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이 많이 사는 주공아파트나 낙후지역에 이런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일단 이런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이다.
무연고사망자 일지라도 일단 집주인, 건물주 등 책임자가 있는 상황이고 쓸 만한 물건을 한 사람에게 줘버리면 그 이후에 본인도 달라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작업의 진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연고사망자일지라도 의뢰인의 허락이 있지 않는 한 고인이 사용하던 물건들은 절대 주지 않는다.
아무튼 우리가 최대한 조용히 유품정리를 진행하려고 해도 이미 무연고사망자의 집이라는 소문이 나있는 상황이라면 유품정리 현장에 유입되는 사람들로 인하여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이집 같은 경우에도 유품정리 현장에 한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우리를 보며 말했다.
 
"내가~ 이 집에 반찬도 여러 번 가져다주고~ 친하게 지냈어~"
"에고~ 불쌍해라~"
"이거는 쓸만한 거 같은데~"
 
할머니는 선풍기를 집어 들더니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할머니!!"
"그거 내려놓으세요."
"이거 다 주인 있는 물건들이에요."
"그렇게 막 가져가시면 안 돼요."
 
​내가 못 가져가게 막으니까 할머니는 선풍기를 바닥에 내팽개치듯이 내려놓더니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
얼마 뒤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LCD TV를 무작정 가져가려고 하기에 나는 그 남성을 막아세웠다.
"누구신데 TV를 가져가려고 하시나요?"
"여기 죽은 애 삼촌입니다."
"삼촌이요?"
"친삼촌 맞으신가요?"
"연고자를 못 찾았다고 들었는데요?"
"아. 친삼촌은 아니고.... 그냥 친한 삼촌입니다."
"제가 조카처럼 잘 대해줬어요."
이 남성은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TV를 들고 막무가내로 가져가려고 하였다.
"지금 여성분이 빚을 지고 자살해서 현재 이 집 물건들의 소유권은 채권자가 가지고 있어요."
"유품정리도 채권자가 의뢰한 것이고요."
"TV를 가져가실 거면 두 분 통화 연결을 시켜드릴 테니 합의를 보세요."
나는 이 둘의 통화연결을 시켜주었다.
이 남자는 자신이 고인에게 삼촌처럼 잘 대해줬기 때문에 LCD TV는 본인이 가져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의뢰인은 그 유품정리 현장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니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가져갈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하였다.
서로 간의 의견이 충돌하였는데 이 남자는 의뢰인에게 밀리는지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5분여 간의 통화 끝에 이 남자는 씩씩거리며 휴대폰을 나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이 자식 내 눈앞에 있었으면 죽었어!!"
이 남자는 한마디와 함께 빈손으로 돌아갔는데 그 이후 두 번 다시는 현장에 오지 않았다. ​
이외에도 항아리를 가져가려는 할머니, 옷을 가져가려는 아주머니 등 여러 사람들이 현장에 들어왔지만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집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중 고인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를 읽어보니 가족, 친척이 없는 외로움과 우울함, 믿고 살아온 친한 언니에게 배신당한 내용, 반려견을 안락사 시켜 본인과 함께 화장시켜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고인이 절박한 심정으로 유서를 작성하였겠지만 사실상 고인의 유서를 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유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이나 관리사무소는 고인으로 인하여 피해를 본 입장이고 반려견마저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요구한 상황인데 고인의 유서에 대하여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기정사실이고 솔직히 나조차도 반려견을 안락사 시켜서 고인이랑 같이 화장시킬 수 있는 상황도 능력도 되지 않았다.
3일간의 유품정리 기간 동안 고인의 친구, 지인 중 단 한 명이라도 찾아왔었더라면 유서를 전달할 수 있었을 터인데 현장에는 단 한 명도 찾아오지를 않았다.
결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인의 유서를 읽은 사람은 여전히 나 혼자밖에 없다.
반려견은 친척분이 농장에 울타리를 만들어서 키웠는데 매일 낑낑대더니 그 해 겨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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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sweepers.co.kr/bbs/board.php?bo_table=B21&wr_id=4

맨탈 약한 사람은 위 링크에 절대 들어가지 마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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