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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사교육 안 시키려 했는데, 뒤늦게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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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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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동네에 위치한 한 중학교 1학년 수학 기출시험 문제를 볼 기회가 있었다. '중1 시험인데 뭐 별거 있겠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학 시험 문제를 죽 훑어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첫 10여개의 문항들은 비교적 쉬었지만 뒤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수식과 길어지는 문항의 설명을 보면서 얼굴이 굳어졌다.

결국 17개의 객관식 문제는 15개 정도 풀고 나머지는 포기했고, 서술형 문제는 겨우 2~3 문제 푼 뒤 '어렵네'라는 탄식과 함께 연필을 던져버렸다. 그리고나서 '도대체 이걸 애들이 어떻게 풀라는 거야?' 생각에 처음엔 화가 났고, 곧바로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 아이에 대한 걱정이 불쑥 들었다.

필자는 사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과 아이들은 가급적 놀면서 키워야 한다는 나름대로 개인적인 교육관을 기초로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아이에게 사교육은 가급적 시키지 않으려 결심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거주하면서 변변한 놀이 공간조차 없는 통에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학원은 수영이나 태권도 정도만 보냈고, 교과목 관련한 부분은 학습지만으로 보충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이러한 소신(?)을 나름대로 지킬 수가 있었고, 아이도 성실하게 학습지만 풀어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4학년에 되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어 수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수학 시험도 틀린 문제 갯수가 점차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들었다.

결국 영어는 어린 시절 교육이 중요하고 제때 잡아주지 않으면 평생 고생한다는 말에 그동안 견지했던 소신을 꺾고 아이를 동네 가까운 영어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말이 학원이지 그냥 자습 형태로 공부하고 선생님이 잠깐씩 도와주는 교습소 비슷한 곳이다. 하지만 수학만큼은 소신을 지켜보려 학습지만으로 근근히 버텼다.

그런데 최근 학습지를 풀면서 아이는 문제가 어렵다고 고충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술형 문제에서 긴 문장을 이해하고 풀이과정까지 적어내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족히 7~8줄이나 되는 문항을 이해하기 힘들고 또 설령 풀었다고 해도 풀이과정을 다시 논리적으로 써내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런 아이를 지켜볼 때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도 초등학생에게 이런 식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었고, 자칫하다가는 우리 아이도 조만간 ‘수포자’가 되는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접한 중1 수학 기출문제를 본 뒤론 필자는 그동안 지켜온 교육관과 소신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필자도 나름 학창시절 수학 공부를 잘했고, 소위 사립명문대학을 다녔고 수학 관련 수업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불과 중1 수학 시험조차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문제들이 널려있는데, 과연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아무런 사교육을 받지 않은 채 2년 후 중학교에 들어가서 이런 고난도의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중1 수학시험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데, 수학은 점점 갈수록 어려워질 테고 문제 난이도도 훨씬 높아질 텐데 과연 부모의 교육 소신을 지키기 위해 학습지만으로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능사일까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필자와 학교 동문인 아내에게도 시험지를 보여줬더니 아내의 반응 역시 필자와 사뭇 다르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학습지만으로 수업을 보충하고자 했던 필자의 순진한(?) 교육관을 내려놓고 조만간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이의 의사도 물어봤다. 다행히 아이는 학습지나 학원이나 별로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으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병폐를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교과목을 위한 사교육만큼은 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5학년 학부모가 되고 보니 이같은 교육관이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아이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제서야 왜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이 사교육의 병폐를 알면서도 한달에 수십만원이 넘는 돈을 써가며 밤늦게까지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면서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https://m.news.naver.com/shareRankingRead.nhn?oid=008&aid=0004263284&sid1=001&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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