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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제13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밴드 피아가 눈물 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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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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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관사 바뀐 후 첫 펜타포트, 아직 과제도.. 축제 느낌 더욱 강해져


[오마이뉴스 이현파 기자]

지난 8월 11일(일요일), 2019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다녀왔다. 펜타포트는 올해로 여섯 번째다. 이제 8월마다 송도까지 세 시간의 대장정(!)을 떠나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토요일인 10일까지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면, 일요일인 11일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피아와 위저, 베테랑이 남긴 울림

가장 큰 여운을 남긴 것은 다가오는 10월 해체를 앞둔 밴드 피아(Pia)의 공연이었다. 피아의 공연은 보컬 옥요한의 날카로운 그로울링, 그리고 팬들의 열정과 함께 기억된다. 팬들은 명곡 '소용돌이', '원숭이'에 맞춰 슬램을 하고, 심지가 연주하는 '자오선'의 키보드 파트에 맞춰 일제히 움직이기도 했다. 최고의 밴드에 대하여 팬들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다시 관객들 앞에 선 옥요한은 '사랑스러운 인간들'이라며 웃어 보였다. 피아가 선택한 앵콜곡은 차분하게 편곡된 'My Bed'였다. 옥요한은 눈물을 흘렸고, 팬들은 원을 형성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피아의 이름을 한자로 풀이하면 '너와 나'가 된다. 이 순간에는 말 그대로 '피아'와 '팬'. 그 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https://img.theqoo.net/XlUGS
▲ 201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3일차 헤드라이너 위저(Weezer)
ⓒ 이현파

메인 헤드라이너인 위저(Weezer)의 공연 역시 인상적이었다. 2009년 지산밸리록 페스티벌에 내한한 이후 위저의 네 번째 내한 공연이다. 동시에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펜타포트에 출연하는 것이기도 하다. 위저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는 분명히 과거의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관객들은 'Buddy Holly'와 'Say It Ain't So', 'The Good Life'를 따라 부르며, 겪어보지도 못 했을 1990년대를 향유할 수 있었다.
발전기 고장으로 공연이 30분 정도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리버스 쿼모는 '미안합니다'를 연발하며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위저는 최근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했기 때문에, 'Africa(토토), 'Take On Me'(아하) 등 커버곡을 여럿 선곡하기도 했다. 2013년 이후 고정 레퍼토리가 된 '먼지가 되어'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 다음 노래는...김광석으로 '먼지가 되어'입니다!" - 리버스 쿼모(Weezer)


놀 줄 아는 사람들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편의'라는 점에 집중했을 때,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드림 스테이지의 돔모양 구조물을 없앤 것이 좋았다. 덥기도 했거니와, 사운드의 하울링(울림 현상)을 심하게 만들었으니. 일요일에는 강풍 때문에 철수되었지만, 햇빛 가림막을 설치한 것 역시 더위에 대한 좋은 대책이었다. 공연 때 물대포를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한 것 역시 '축제'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마지막 라인업은 '놀 줄 아는 관객' 자체였다. 나부끼는 깃발들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퇴사'라고 적힌 깃발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과 공감을 함께 자아냈다. '울트라 지산 홀리데이 전국 얼리버드 구매자 연합'이라고 적힌 깃발의 해학도 좋았다(언급된 페스티벌들은 올해 개최가 취소되거나, 아티스트의 출연이 취소되는 등 논란으로 얼룩졌다).

명장면은 예기치 못한 사고와 함께 터졌다. 위저가 공연을 하던 도중 발전기 고장으로 공연이 30분 정도 중단되었지만 사람들은 퀸의 'We Are The Champions',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아리랑, 포켓몬스터 OST(?) 등 시대의 찬가를 부르며 각자의 놀이 문화를 만들었다. 이 시즌에만 공유할 수 있는, 락페스티벌 고유의 정서가 있다.

자화자찬 말고, 문제 직시해 더 나은 페스티벌 되길

https://img.theqoo.net/pMbPD
▲ 201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최종 라인업
ⓒ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다만 라인업은 분명히 단점이었다. 위저와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이미 3년 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맡았던 팀이라서 신선함이 떨어졌다. 타임테이블 구성 역시 미흡했다. 해외 뮤지션이라는 이유로 모두 뒤쪽 시간대에 배치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점은 아쉬웠다. 스틸하트가 서브 헤드라이너로 배치한 것 역시 중량감이 떨어졌다.
매니악하고 전위적인 스타일의 세브달리자를 메인 스테이지의 저녁 시간에 세운 것 역시 악수였다. 훌륭한 공연의 질과 별개로, 그녀가 공연하는 동안 메인 스테이지 앞은 전 시간대의 크라잉넛에 비해 한산했다. 무대 앞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탠딩 존이 비어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3일 동안 10만 관객'이라는 보도가 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초대권이 3만원 남짓 가격에 거래되었다. 3일권 정가가 20만 원이고 얼리버드 티켓의 가격이 12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티켓 판매의 부진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주최사인 <경기일보>의 한 사설은 '락의 다양성'을 행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뽑았다. '생명력 다한 밴드를 전면에 내세웠던 출연진 구성을 바꿨고, 현재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락 밴드들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지난해만 해도 크로스페이스, 워크 더 문, 서치모스, 네버 영 비치 등 젊은 밴드들이 한 몫을 차지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첫 회 헤드라이너 역시 스트록스(The Strokes),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등 당대의 뜨거운 밴드들이었다. 이 중에 올드락 밴드는 없었다. 결국 동의하기 어려운 평가였다.

201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주관사가 바뀌게 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었다. 성취가 있었기에 박수를 받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과제 역시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락페스티벌의 시대가 지나가 버린 지금, 펜타포트의 존재는 음악 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글을 쓴 나에게도 펜타포트는 '락페스티벌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준' 소중한 추억의 장이다. 펜타포트가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로서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9081412210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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