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남매끼리 결혼하고, 어머니와 동침하고, 조카 납치해서 부부가 되고, 이모·고모와도 섹스하는 게 일상인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항렬이 무슨 의미가 있고 족보가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래도 알아보자.
흔히 제우스를 신들의 아버지라고 부르기 때문에, 제우스가 신화 속 첫번째 신이고 대부분의 신이 제우스의 자식이나 후손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우스 이전에도 신들이 등장함.
그리고 우리가 익히 들어본 신들 중에도 제우스보다 먼저 태어난 신이 있는데, 바로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의 할아버지인 우라노스의 딸이기 때문에, 제우스에게는 고모 뻘임.
1세대 신들을 프로토게노이라고 부르는데, 태초의 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로 구성됨.

여기서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가 바로 아프로디테의 아버지이고, 이름의 뜻은 그리스어로 '하늘'
프로토게노이는 어떠한 개념을 의신화했기 때문에, 카오스, 가이아, 우라노스, 네메시스, 타나토스처럼 그 이름 자체가 일반명사인 경우가 많음.
그리고 태초의 신 중 사랑의 신인 에로스는 우리가 아는 그 에로스와 동일한 신인데, 기록에 따라서 에로스를 카오스나 가이아와 같은 태초의 신으로 보는 경우, 그리고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자식으로 보는 경우, 이렇게 두 가지 경우가 있음.
보통은 아프로디테의 자식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음.
그 다음 2세대 신은 우라노스의 자식들, 가이아의 자식들, 그리고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식들로 이루어짐.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는 저 외에도 헤카톤케이레스, 키클롭스 같은 거인 자식들도 있었는데, 우라노스는 그들을 괴물이라는 이유로 다시 가이아의 자궁인 타르타로스에 집어넣음.
가이아는 그런 우라노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거대한 낫을 만들고, 자식들로 하여금 그 낫으로 우라노스를 거세하라고 명령함.
모든 자식들이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나서지 못할 때 막내인 크로노스가 나서서, 우라노스와 가이아가 동침하려고 할 때 낫으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르고, 바다에 던져버림.
이 때 바다에 던진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거품이 일어났고, 그 거품 속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2세대 신들 사이에서 태어난 신들을 3세대 신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 가장 인지도가 있는 건 크로노스와 풍요의 여신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

크로노스와 레아의 자식들 중 제우스가 여섯번째, 즉 가장 늦게 태어났지만, 모든 신들의 아버지가 된 이유는 크로노스가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랑 별반 다를 바 없는 개차반이었기 때문임.
크로노스가 낫으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르고 왕위를 차지한 뒤에도 자신의 형제들을 타르타로스에서 꺼내주지 않자, 가이아는 너도 네 아비처럼 네 자식에게 왕위를 빼앗길 것이라는 저주를 내리고, 크로노스는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삼켜버림.
그렇게 자식을 다섯이나 잃은 레아는 막내아들 제우스를 살리기 위해서 제우스 대신 돌을 포대기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주고, 따로 빼돌려진 제우스는 크레타 섬에서 자라남.
성인이 된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구토제를 먹여서 뱃 속의 것을 토하게 했고, 제우스의 형제들은 크로노스의 뱃 속에 있느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막내인 제우스가 가장 형이 되고, 모든 신들의 아버지가 됨.
이후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이 남매, 삼촌, 이모, 고모 할 것 없이 뒤엉킨 결과,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신들이 많이 태어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