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저변 확대 속 저작권 인식 '제자리'
뮤지컬 동호회 원작자 허락 없이 공연 올려
불법 녹화·녹음 등 난무하자 경찰 수사 의뢰
"기록보다 공연에 더 집중하는 문화 정착돼야"
https://img.theqoo.net/zabcn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공연 중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 사진촬영·영상녹화·음원녹음 금지를 담은 공연 관람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장병호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 저작권에 대한 경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뮤지컬을 찾는 관객은 점점 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뮤지컬 동호회에서 원작자 허락 없이 공연을 올리는가 하면 뮤지컬의 노래를 몰래 녹음한 소리나 영상 등 일명 ‘밀녹’이 불법거래까지 이뤄지는 등 저작권 침해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4년 기다린 공연, 알고 보니 무허가?
최근 뮤지컬 팬들이 즐겨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공연 소식이 올라왔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2015년 라이선스 공연 이후 무대에 오르지 않아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문제는 이 공연이 한 뮤지컬 동호회의 공연이라는 점이었다. 이 동호회는 지역 문예회관에서 무료 공연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올렸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고 해당 동호회 관계자는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논란이 커져갔다. 현재 해당 동호회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사이트는 회원 이외에는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은 원작자는 물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국내 공연권을 가진 기획사 에스엔코에도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엔코에 따르면 원작자 웨버의 회사 RUG는 이번 사태에 대해 “웨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적법한 권리를 획득해야만 한다”며 “전문적인 프로덕션과 아마추어 프로덕션 모두 반드시 라이선스를 얻어야 하며 이는 프로덕션의 크기, 공연의 목적이 상업적이든 자선을 위한 것이든, 혹은 무료 입장이든 상관 없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동호회 측에 전달했다.
에스엔코 관계자는 “RUG 측에서 향후 적법한 권리를 획득하지 않고 올리는 모든 공연은 저작권 침해로 간주돼 법적인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동호회 측에 직접 전달했고 동호회도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향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ttps://img.theqoo.net/XuLvz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의 뮤지컬 ‘밀녹’ 관련 입장.
◇10만원에 거래되는 ‘밀녹’에 제작사 ‘분통’
뮤지컬 ‘밀녹’ 자료에 강경 대응에 나선 제작사도 있다.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는 지난 6월 말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저작권 침해 콘텐츠와 관련해 “불법으로 촬영한 음성, 영상 자료 및 DVD, OST의 리핑 파일 등 공연과 연계된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무단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라며 “불법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자발적인 협조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밀녹’은 뮤지컬을 몰래 녹음 또는 촬영한 저작권 침해 자료를 뜻한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뮤지컬 ‘밀녹’ 자료 교환을 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이 소유한 ‘밀녹’ 자료 리스트를 올린 것을 어렵게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자료들은 뮤지컬 티켓 가격 중 R석을 기준으로 판매가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극장 작품의 경우 R석 가격인 10만원 수준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또한 공연제작사가 정식으로 발매한 음반과 DVD의 불법복제물, 공연을 불법으로 촬영한 사진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알앤디웍스에 따르면 ‘더 데빌’ ‘록키 호러 쇼’ 등 알앤디웍스의 대표작은 올해 초 초연으로 올린 ‘킹 아더’도 불법 콘텐츠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앤디웍스 관계자는 “OST, DVD 등의 불법 파일만 유통되는 줄 알았는데 조사를 해보니 공연을 몰래 찍은 영상도 사고파는 경우가 있었다”며 “불법 저작물로 게시물 삭제 요청만 250곳 넘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알앤디웍스는 뮤지컬 불법 콘텐츠를 유통한 이들 중 악질로 판단되는 13명을 경찰에 고소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알앤디웍스 관계자는 “생각보다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다 판단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제대로 된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합의 없이 철저하게 수사 결과를 따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증’보다 ‘공연’ 자체에 관심 기울여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하면서 뮤지컬 관람 전 극장 안에서 촬영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뮤지컬에서 저작권은 음악·안무·대본·무대 등 공연과 관련한 모든 것에 해당된다”며 “예외를 두지 않기 위해 극장 내에서는 촬영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문화적 허영심이나 자랑이 아니라 공연의 매력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뮤지컬 기획사 관계자는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볼 수 없는 공연이기에 관객이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시 없을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공연의 재미인 만큼 기록보다는 공연 자체에 집중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뮤지컬 동호회 원작자 허락 없이 공연 올려
불법 녹화·녹음 등 난무하자 경찰 수사 의뢰
"기록보다 공연에 더 집중하는 문화 정착돼야"
https://img.theqoo.net/zabcn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공연 중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 사진촬영·영상녹화·음원녹음 금지를 담은 공연 관람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장병호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 저작권에 대한 경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뮤지컬을 찾는 관객은 점점 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뮤지컬 동호회에서 원작자 허락 없이 공연을 올리는가 하면 뮤지컬의 노래를 몰래 녹음한 소리나 영상 등 일명 ‘밀녹’이 불법거래까지 이뤄지는 등 저작권 침해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4년 기다린 공연, 알고 보니 무허가?
최근 뮤지컬 팬들이 즐겨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공연 소식이 올라왔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2015년 라이선스 공연 이후 무대에 오르지 않아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문제는 이 공연이 한 뮤지컬 동호회의 공연이라는 점이었다. 이 동호회는 지역 문예회관에서 무료 공연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올렸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고 해당 동호회 관계자는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논란이 커져갔다. 현재 해당 동호회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사이트는 회원 이외에는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은 원작자는 물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국내 공연권을 가진 기획사 에스엔코에도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엔코에 따르면 원작자 웨버의 회사 RUG는 이번 사태에 대해 “웨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적법한 권리를 획득해야만 한다”며 “전문적인 프로덕션과 아마추어 프로덕션 모두 반드시 라이선스를 얻어야 하며 이는 프로덕션의 크기, 공연의 목적이 상업적이든 자선을 위한 것이든, 혹은 무료 입장이든 상관 없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동호회 측에 전달했다.
에스엔코 관계자는 “RUG 측에서 향후 적법한 권리를 획득하지 않고 올리는 모든 공연은 저작권 침해로 간주돼 법적인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동호회 측에 직접 전달했고 동호회도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향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ttps://img.theqoo.net/XuLvz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의 뮤지컬 ‘밀녹’ 관련 입장.
◇10만원에 거래되는 ‘밀녹’에 제작사 ‘분통’
뮤지컬 ‘밀녹’ 자료에 강경 대응에 나선 제작사도 있다.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는 지난 6월 말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저작권 침해 콘텐츠와 관련해 “불법으로 촬영한 음성, 영상 자료 및 DVD, OST의 리핑 파일 등 공연과 연계된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무단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라며 “불법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자발적인 협조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밀녹’은 뮤지컬을 몰래 녹음 또는 촬영한 저작권 침해 자료를 뜻한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뮤지컬 ‘밀녹’ 자료 교환을 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이 소유한 ‘밀녹’ 자료 리스트를 올린 것을 어렵게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자료들은 뮤지컬 티켓 가격 중 R석을 기준으로 판매가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극장 작품의 경우 R석 가격인 10만원 수준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또한 공연제작사가 정식으로 발매한 음반과 DVD의 불법복제물, 공연을 불법으로 촬영한 사진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알앤디웍스에 따르면 ‘더 데빌’ ‘록키 호러 쇼’ 등 알앤디웍스의 대표작은 올해 초 초연으로 올린 ‘킹 아더’도 불법 콘텐츠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앤디웍스 관계자는 “OST, DVD 등의 불법 파일만 유통되는 줄 알았는데 조사를 해보니 공연을 몰래 찍은 영상도 사고파는 경우가 있었다”며 “불법 저작물로 게시물 삭제 요청만 250곳 넘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알앤디웍스는 뮤지컬 불법 콘텐츠를 유통한 이들 중 악질로 판단되는 13명을 경찰에 고소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알앤디웍스 관계자는 “생각보다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다 판단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제대로 된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합의 없이 철저하게 수사 결과를 따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증’보다 ‘공연’ 자체에 관심 기울여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하면서 뮤지컬 관람 전 극장 안에서 촬영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뮤지컬에서 저작권은 음악·안무·대본·무대 등 공연과 관련한 모든 것에 해당된다”며 “예외를 두지 않기 위해 극장 내에서는 촬영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문화적 허영심이나 자랑이 아니라 공연의 매력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뮤지컬 기획사 관계자는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볼 수 없는 공연이기에 관객이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시 없을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공연의 재미인 만큼 기록보다는 공연 자체에 집중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