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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르포]어쩜 이리들 잘 놀까, 세상에 없던 곳 '싱얼롱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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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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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nggEZ
CGV가 제공했거나 각자 가져온 야광 머리띠, 야광봉이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꽤 큰 소리를 백색소음으로 삼을 수 있는 카페처럼 시끄러운 공간을 찾아가 공부하는 이들이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는 소곤소곤하는 대화조차 집중력을 해치고 예민하게 만들 수 있지만, 아주 시끄러운 소음은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배경소리 정도로 삼게 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에서 옆사람과의 대화는 용납되지 않는다. 핸드폰을 켜고 '눈뽕'을 하는 것만큼 무례한 일로 여겨진다. 아무리 속삭이듯 대화를 하더라도 주변에서의 잡담은 다른 관객의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허락되는 정도의 소리는 웃긴 장면에서의 웃음과 소름돋는 장면에서의 놀라움의 표현 정도다.


그렇다면, 대놓고 '샤우팅'이 허락되는 영화관이 있다면? 소리내어 대사를 따라하고, 목청껏 노래도 하며, 맘에 안 드는 대사가 나올 때는 야유도 보낼 수 있는 극장이 있다면?
싱얼롱(singalong) 상영관이 뮤지컬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는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https://img.theqoo.net/LsSKY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국에서 싱얼롱 상영의 역사는 불과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첫 싱얼롱 상영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밴드 '퀸'에 대한 강렬한 추억을 안고 있던 일부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시작됐다. 영화관의 기대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대박'이 났고, 2주차부터 시작된 싱얼롱 상영관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을 견인했다. 일례로 뛰어난 음향으로 정평난 메가박스의 MX관은 싱얼롱 상영이 오픈되자 8일간의 표가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https://img.theqoo.net/DdETS
CGV용산아이파크몰 '알라딘' 싱얼롱 상영관에서 가사집을 나눠줬다.


19일 오후 4시 CGV 용산아이파크몰 4DX관에서 영화 '알라딘'의 싱얼롱 상영회가 열렸다. 여느 상영관과는 달리 상영관 입구에서 직원이 관객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눠주고 있었다. 열광적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야광봉', '야광 머리띠', '탬버린'을 선착순으로 배포 중이었다. 영화 속 노래 가사가 적힌 가사집은 모두에게 주어졌다. 운 좋게 선물을 얻은 싱얼롱 '덕후'들은 영화의 시작 전부터 '텐션'을 업시켰다. 선물을 받지 못했더라도 이미 집에서 탬버린과 소고 등을 준비해온 고수 싱얼롱 덕후들도 눈에 보였다. 알라딘 코스튬을 한 관객들도 꽤 많았고, 양탄자를 가져 온 사람까지 있었다.


https://img.theqoo.net/krMFC
작은북과 탬버린, 야광봉을 준비해 온 관객.


영화는 소고를 두드리는 소리, 탬버린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힘찬 함성으로 시작됐다. 싱얼롱을 처음으로 접하는 이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충격이리라. '영화관에서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이다. 그 충격을 미처 봉합할 새도 없이 싱얼롱 덕후들은 '알라딘'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0.1초씩 빠르게 선창하며 영화를 이끌었다. 지니가 자신을 소개하며 노래를 선보이는 부분에서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환호와 응원이 이어졌다.

이들의 덕후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또 다른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환호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공주가 너를 가지고 놀았다"는 알라딘을 향한 자파의 말에는 연신 "아니야!"를 외치고, "여자는 술탄이 될 수 없다"는 대사가 나올 때는 야유와 '꼰대', '옛날사람'이라는 소리가 극장 여기저기서 들렸다. 관객들은 이 속에서 다른 이의 말에 웃기도 했으며, 때로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고, 생판 일면식도 없는 이들은 어느새 '알라딘'이라는 영화의 싱얼롱을 매개로 연대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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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X 상영관


특히 4DX관은 싱어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4DX는 CGV가 자랑하는 오감체험 특별관이다. 움직이는 의자와 바람, 물, 향기까지 더해 극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한다. 4DX관에서의 '알라딘' 상영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인 '알라딘'이 된 것처럼 영화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긴장되는 순간이나 뜨거운 불이 나올 때면 목 뒤에서 더운 바람이 나왔고, 시원한 노래와 알라딘의 모험이 그려질 때는 시원한 바람이 다리를 감쌌다. 달달한 장면에서는 비누방울이 위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영화를 본 관객들은 "4DX를 자주 본다. 아무래도 몰입감을 훨씬 올려준다. 목이 아플 정도로 덜컹거리더라. 좋았다", "4DX는 더 생동감 넘쳐서 좋았다. 2D 때는 들썩들썩 거리는 수준이었는데 4DX는 확실히 더 재밌었다", "4DX하면 용산이라고 한다. 최고의 상영관이다. 추천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팝콘을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4DX관에서 관람할 때는 팝콘 구매를 다음 번으로 미루는 게 좋을 거다. 격렬히 진동하는 의자로 인해 팝콘이 사방으로 넘쳐 여기저기로 튀기 십상이다. 음료 또한 돌려서 꽉 닫을 수 있는 뚜껑있는 음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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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부터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춤을 멈추지 않았다. 무대 앞은 클럽을 방불케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의 키스신이 나올 때에는 말 그대로 '대환장파티'가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 속 마지막으로 흥겨운 노래가 나오는 파티신에서는 관객들이 아예 무대의 앞쪽으로 나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흥겨움을 춤으로 적극 분출했다. 그들의 파티는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이어졌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싱얼롱 상영관의 매력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교감'을 꼽았다. 김예리(28)씨는 "싱얼롱 이벤트가 흔하지는 않은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좋아하는 작품으로 모여서, 제 3자들간의 공통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게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디즈니 원작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작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음악이 익숙해서 가능한 것 같다. 젊은 세대든, 연배가 있는 세대든 이런 이벤트에 참여한다면 다들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선주(30)씨는 "싱얼롱 처음 본다. 클럽인 줄 알았다. 콘서트마냥 떼창하는 게 좋았다. 같이 신나게 보니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김희진(25)씨는 "알라딘을 5번 봤다. 콘서트온 것 처럼 같이 노래부르고 호응하고 즐기니 훨씬 더 좋았다"고 말했다.

임주형(21)씨는 "보헤미안 때도 싱얼롱으로 봤다. 영화관에서 원래 떠들거나 노래 못 부르지 않나. 근데 (싱얼롱은) 다같이 노래 부를 수 있다. 혼자 부르는 것과는 달리 다같이 부르니 단합심을 느끼며 떼창을 할 수 있는게 제일 큰 재미 같다. 이번에는 팬들끼리 춤까지 같이 춰서 너무 재밌었다. 보헤미안과 달리 알라딘은 코스튬도 할 수 있어 더 재밌었다"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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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라딘'


한편 영화를 보는 내내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남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기를 잘했던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분석해 보자면, 관객층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싱얼롱 상영관의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9대1 수준이었다. 관객 연령층은 10대에서 20대가 80%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앞선 세대와는 다른 '신 인류'로까지 표현되는 90년대생 이후 세대들이 자기 표현에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보여주는 일례 같았다. 여전히 남성에게 감정의 절제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상 여성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라이온킹'부터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겨울왕국까지 싱얼롱은 이제 뮤지컬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적은 금액으로 낯선이들과의 연대를 느끼며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곳, 싱얼롱 상영관을 경험해보자.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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