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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범호라 가능했던 은퇴식..KIA의 다음 리더는 누구인가 [김은진의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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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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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가 지난 13일 은퇴식이 열린 광주 한화전에 앞서 후배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KIA 타이거즈의 많은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진중하고 성실한 새 식구 이범호의 모습에 놀라 ‘원래 저런 선수였느냐’고 한화 이글스 사람들에게 묻곤 했다.

2017년 김주찬이 주장이 됐을 때는 주변에서 내심 걱정이 많았다. 말도 없고 살갑지 못한 김주찬이 선수단 이모저모를 챙길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김주찬은 2년간 무난하게 주장 역할을 소화해내며 우승도 이끌었다. 1981년생 친구이자 전임 주장인 이범호가 한몸처럼 끌어줬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태 시절부터 스타가 많았던 KIA는 은퇴식에 인색한 구단이었다. 6차례 치른 은퇴식의 주인공 8명은 모두 프랜차이즈 스타들이었다. 1995년 김성한부터 2006년 이강철 이후 김종국, 이종범, 김상훈, 유동훈, 서재응, 최희섭은 모두 KBO리그 데뷔부터 은퇴까지 타이거즈 한 팀에서만 뛰었다. 더불어 프로야구사에 기록될 성적과 활약을 남겼다. 이범호는 KIA에서 은퇴식을 선물받은 선수 중 최초이자 유일한 비 타이거즈 출신이다. 그만큼 인정받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KIA가 지난 13일 개최한 이범호의 은퇴식은 큰 의미가 있다. 만루홈런 퍼포먼스로 후배들이 직접 참여했고, 팀이 바닥을 헤매는 중에도 ‘우리 선수’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매진을 만들어준 팬들을 통해 이범호가 얼마나 사랑받는 선수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범호는 대본 없이 대화하듯 풀어나간 고별사를 통해 그가 왜 사랑받을만한 선수였는지를 보여줬다. 코치가 된 선배들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뛴 동료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다 나온 윤석민의 이름 석 자는 그의 세심함을 증명했다. 2017년 우승 뒤 팬페스트에서도 참석할 수 없었던 윤석민의 부활을 염원했던 이범호는 이날도 자신의 은퇴식을 보러왔지만 정작 행사 때는 라커룸에서 TV를 보고 있어야 했던 후배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팬들이 좀 더 마음을 열고 응원해주기를 바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강성’과 ‘군기’로 유명했던 해태 시절을 지나고도 KIA는 늘 선배들이 많은 팀이었다. 은퇴식의 영광을 안은 레전드급 선수들을 대표로 해 언제나 ‘리더’가 있었다. 2000년대 후반은 일본에서 돌아온 이종범이 절대적인 리더였고, 그 뒤를 다음 세대인 김상훈, 서재응, 장성호, 홍세완 등이 차례로 이어받았다. 20대 초반 투수들이 가득했던 2000년대 후반 KIA 마운드에서는 오랜 재활을 이겨내고 통산 100승을 쌓은 투수 이대진이 절대적인 존재였다. 곽정철, 이범석, 전병두, 윤석민 등 젊은 투수들은 하나같이 존경하는 사람으로 ‘이대진 선배님’을 꼽았다. 그 뒤 고참들이 은퇴하고 외부 영입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이범호가 리더의 역할을 물려받았다.

좋은 팀에는 언제나 좋은 선배가 있다. 좋은 선배의 조건은 까다롭다. 성적과 경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후배들로부터 존중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험을 공유할 줄 알아야 하고 적당한 배려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KIA가 우승했던 2009년에는 리더 이종범이 있었고, 2017년에는 리더 이범호가 있었다. 리더인 최고참과 그 곁을 돕는 고참들이 모두 선배 역할을 잘 했기에 우승도 했고, 성적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도 전통의 팀이라는 자존심과 기강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KIA는 올해 위기 속에 있다. 우승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며 사령탑이 교체됐고 최고참도 은퇴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선수들의 개인주의는 보이지 않는 핵심 원인으로 꼽혔다. 위기는 올해뿐이고 내년이면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타 구단의 한 베테랑 선수는 이범호의 은퇴를 보며 “이제 KIA의 다음 (팀의 중심이 될) 차례는 양현종, 안치홍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영구결번’이 인생의 목표인 양현종과 시즌 뒤 FA인 안치홍은 어린 나이에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이제 서른을 갓넘긴 중간급 선수들이다.

은퇴식은 동료,구단, 팬들로부터 동시에 존중과 인정을 받는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이범호처럼 축복 속에 은퇴할만한 선수가 또 언제 나올지 생각하면 물음이 생긴다. 이제 KIA를 끌어갈 리더는 누구인가.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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