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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자카야 안 가요".. '일본 문화'도 불매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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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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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앞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앞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맞대응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일본산‧일본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등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온라인상에는 일본 불매운동 포스터와 불매 기업 리스트에 이어 ‘안 가고, 안 먹고, 안 입고, 안 타고, 안 사고, 안 보고, 안 듣는다’는 내용의 7가지 행동 강령이 돌고 있다.

반일 여론이 확산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일본 음식, 일본어 등 일본 문화는 이미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현지음식, 브랜드 등이 국내에 스며들었다. 일본과 정치·사회적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그들의 문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문화까지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대가 ‘롯폰기’라고요?… 곳곳 일본 문화

지난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초밥집, 라멘집, 일본 가정식집 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합정역부터 홍익대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일본어 간판을 내걸었다. 3층 건물을 통째로 일본풍으로 꾸민 한 일본식 선술집에는 ‘롯폰기’라는 일본 도쿄 유흥가 지명이 붙었다. 또 한 라멘집에서는 한국인 직원이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일본식 선술집. /사진=김경은 기자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일본식 선술집. /사진=김경은 기자

홍대를 비롯해 종로, 강남 등 주요 상권에서는 이 같은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본풍 업소는 점점 대중화, 다양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분야가 외식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일식 브랜드 수는 2015년 89개에서 2017년 154개로 73% 증가했다. 일식으로 분류되는 가맹점 수도 2017년 4700여개로 2013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디저트시장도 일본 바람이 거세다. 특히 주요 백화점 식품관은 일본산 치즈케이크, 롤케이크, 애플파이, 생초콜릿 등이 장악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백화점 내 일본 디저트 브랜드는 전체의 20%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0~50%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 같은 식당과 음식의 일본화가 지나친 수준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일식집, 회전초밥집, 돈가스집 등 한국화된 일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오마카세(일식 코스 요리), 텐동(튀김덮밥)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메뉴판에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식당과 카페도 부지기수다. 

대체 가능한 우리말이 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찌(찹쌀떡) ▲산도(샌드위치) ▲맛차(가루녹차) ▲코히(커피) ▲앙버터(팥버터빵=앙꼬+버터의 준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가게 메뉴판을 넘어 대중들의 말과 글에도 쉽게 오르내린다. 인스타그램에서 ‘모찌’와 ‘모찌롤’은 각각 39만6000건과 2만1000건의 해시태그가 검색된다. 또 ‘타마고산도(달걀 샌드위치)’가 5만9000건, ‘코히’가 3만건에 달한다. 
일본어로 된 제품도 늘었다. 외식·편의점업계에서는 ‘모찌롤’, ‘타마고 산도’, ‘가츠 산도’(돈가스 샌드위치) 등 일본식 명칭이 붙은 음식과 디저트를 출시했다. 심지어 CJ제일제당이 지난 2017년 출시한 ‘얼큰 우동’은 지난해 ‘키라이 우동’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소비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사측은 제품 차별화를 위해 일본식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가츠산도', '타마고산도'(왼쪽)와 CU의 '모찌롤'. /사진=각사 제공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가츠산도', '타마고산도'(왼쪽)와 CU의 '모찌롤'. /사진=각사 제공

◆“이자카야 안 가요” vs “반일정서 지나쳐”

일본 문화는 한국인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이참에 한국 내에 불고 있는 일본풍을 몰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일본 불매운동과 반일 여론의 영향으로 일본 문화 소비를 꺼리게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이지수씨(28)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일고 사회 전반적으로 불매운동에 나선 상황인데 굳이 일본 문화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며 “문화 자체를 거부하는 차원에서 일본 식당에도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은영씨(30)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우려 때문에 일본 제품을 불매해 왔다”며 “과거사 문제나 혐한(한국 혐오) 논란이 계속되는데 일본 제품을 쓴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전에는 내가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다같이 동참해서 좋다”며 “일본 제품을 불매할수록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국산 제품이 시중에 나오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주부 신경숙씨(52)는 “올해부터 취미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괜히 밖에서 일본어를 쓰는 게 겁이 난다”며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일본식 선술집 두 곳이 마주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일본식 선술집 두 곳이 마주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반면 일본 문화까지 거부하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문화 불매 운동은 일본에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오히려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대 인근의 한 일본식 선술집에서 만난 대학생 송모씨(22)는 “SNS에서 유명세를 탄 곳이라 와봤다. 일본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며 “불매운동은 일본 제품에 대해 하는 거지 국내 술집 이용과는 상관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김모씨(40)도 “일본식당에 간다고 해서 일본에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일본 불매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도 유니클로가 폭탄 세일을 하면 다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홍대 인근 선술집 6곳을 돌아본 결과 불매운동 체감지수는 낮은 편이었다. 평일임에도 선술집 좌석은 절반 이상이 들어차 있었다. 선술집 직원들 “역시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 전후 매출이나 고객 수에 변화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피해를 호소하는 업주도 있었다. 한 선술집 사장 A씨는 “이자카야를 오픈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해서 창업한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인테리어에 돈도 많이 쏟았다”며 “불매운동이다 뭐다 해서 장사가 안 된다. 자영업자가 괜한 불똥을 맞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향후 불매운동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이 당장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영향이 적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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