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업계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FDA는 이번 조치로 향후 20년간 식품업계가 대체물질이나 새로운 제조공법을 만드는데 60억 달러, 우리돈 7조원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단순계산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업계 부담이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기름진 가공식품의 '고소한 맛과 식감'은 트랜스지방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팜오일(야자수 기름)과 콩기름이 트랜스지방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지만 글쎄요. 트랜스지방보다 비싼 팜오일과 콩기름 등은 비용도 문제지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트랜스지방을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결국 트랜스지방 사용금지 이후 이전보다 못한(?) 맛에 소비자들이 가공식품을 외면할지 모른다고 업계는 우려합니다.
영구퇴출 운명이지만 트랜스 지방은 한때 '주방혁명', '식탁의 총아'로 불렸습니다. 트랜스지방이 식재료 가공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백여년 전입니다. 트랜스지방은 독일 화학자 빌헬름 노르만이 실험실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합니다. 액체 천연지방(기름)에 수소를 첨가하니 버터같은 고체형태의 트랜스지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당시 트랜스지방은 획기적인 발명이었습니다. 보존기간이 길어졌고 맛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 트랜스지방, 미국서 식품 역사의 뒤안길로
1909년 프록터 앤 갬블(P&G)사가 노르만 박사로부터 트랜스지방 제조특허를 취득했습니다. P&G는 1911년 '크리스코'(CRISCO)를 시판했습니다. 크리스코는 최초의 쇼트닝, 트랜스지방 제품이었습니다. '소화 잘되고, 음식맛을 좋게하고, 무엇보다 깨끗해요!'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크리스코'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단숨에 식품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습니다. 쇼트닝은 '하늘이 내린 맛'으로 불렸습니다.
2차대전은 트랜스지방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전쟁통에 천연 지방을 구하기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방 트랜스지방은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았습니다. 1970년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건강의 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때도 트랜스지방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당시 학계에서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피하라, 트랜스지방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연구보고서가 잇따랐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트랜스지방 신화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진실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냅니다. 트랜스지방은 건강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릅니다. 21세기가 되자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연구가 폭주했습니다. 동맥경화, 심장질환, 당뇨 등 성인병의 주범은 물론 기억력, 성기능까지 감퇴시킨다는 것입니다. 트랜스지방은 수직추락했습니다. 2006년 FDA는 트랜스지방 함유량 의무표기를 결정했습니다. 그해 뉴욕시는 모든 식당에서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식품업계는 트랜스지방 사용금지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로비전을 폈습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습니다. 2015년 6월 16일, 마침내 트랜스지방은 식품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 채 영구 퇴장을 명령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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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서기자 (ts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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