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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물에 만 밥: 상류층의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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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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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밥을 말아 끼니를 때우는 음식문화는 우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세 나라 모두에서 이런 식사법은 근대 이전에는 손님에게도 대접할 만큼 허드레 음식이 아니었다는 점. 

일본에서는 오차즈케라는 어엿한 음식으로까지 발전한다. 왜 물에 만 밥은 상류층도 즐겨 먹었을까? 

언제부터 간단한 끼니꺼리로 신분이 하락되었을까?





‘물에 만 밥’이 대접을 받았던 비밀

지금은 물에 만 밥은 집에서 대충 끼니를 때울 때 먹는 식사이지, 집 밖에서 그리고 점잖은 자리에서 먹는 제대로 된 식사는 아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모두 물 만 밥이 상류층에서도 즐겨 먹는, 

그래서 손님을 접대할 때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식사로 대접받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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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솥에 지은 밥을 바로바로 먹어야 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밥 자체에서 이유를 찾는다. 옛날에는 솥에 지은 밥을 밥통에 옮겨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쌀도 지금처럼 품질이 개량된 쌀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밥을 따뜻하게 보관하는 기술이 떨어졌기에 시간이 지나면 밥이 식을 수밖에 없었다. 

식은 밥은 수분이 감소하고 녹말의 노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식감이 떨어진다. 


식은 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다시 덥히는 중탕을 하지 않는 한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밥을 데우거나 아니면 찬물을 붓더라도 수분을 새롭게 보충해 새 밥처럼 먹는 것이 방법이었다. 

현대에 한 번 지은 밥을 다시 먹을 때 밥맛을 갓 지은 밥처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냉동 보관했다가 해동하는 것처럼 

옛날에는 뜨거운 물로 다시 덥히거나 찬물로 수분을 보충하는 방법이었다. 

옛날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모두 물 만 밥이 발달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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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에서 음식점 메뉴로 대접받은 어엿한 요리

중국은 고대부터 물에 밥을 말아 먹는 문화가 있었다. 먼저 한자에서도 그러한 음식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자 중에는 손(飧)이라는 글자가 있다. 

옥편에는 보통 저녁밥 손이라고 풀이해놓았지만 ‘물에 만 밥’이라는 뜻과 ‘묽은 밥’이라는 뜻도 있다. 

이렇게 아예 물에 만 밥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가 있었던 것을 보면 옛날 중국 사람들은 물에 밥을 말아서 먹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자도 물에 밥을 말아서 들었다. 《예기(禮記)》에 공자가 “계씨(季氏)와 식사를 할 때 사양하지 않았으며 고기는 먹지 않고 물에 만 밥을 먹었다”고 나온다. 

그러니 약 2500년 전 춘추시대의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 물에다 밥을 말아서 먹는 것이 식사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에 만 밥을 즐겨 먹은 오다 노부나가.

당나라와 송나라 때에도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는 기록이 많이 보인다. 

당나라가 멸망한 후인 10세 무렵의 후당(後唐) 때 사람 유숭원이 쓴 〈금화자잡편(金华子杂篇)〉에 저녁밥을 먹기 전에 점심으로 수반(水飯) 몇 수저를 떴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점심은 오찬이 아니라 정식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가볍게 먹는 간식이라는 뜻이니 물에 밥을 말아서 가볍게 요기를 했다는 의미다.


일본 역시 진작부터 물에 밥 말아 먹는 식사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옛날 일본에서는 주로 상류층에서 물에 만 밥을 많이 먹었던 모양이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을 통일한 장군 오다 노부나가가 즐겨 먹었던 음식도 물에 만 밥이었다. 

간소한 음식인 데다 빨리 먹을 수 있어 전쟁터로 출정하기 전에는 물에다 밥을 말아 훌훌 먹고 떠났다고 하는데, 

간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맛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찻물에 만 밥에서 탄생한 일본의 인기 패스트푸드, 오차즈케

일본에서 찻물에 만 밥, 오차즈케가 아예 요리로 발전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인 에도시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이전까지는 주로 상류층의 기호품이었던 차가 서민들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는데 19세기의 일본 산업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상점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해야 했기에 밥 먹는 시간조차 줄여야 했다. 

때문에 당시 상점 주인들은 종업원들이 식사를 빨리 할 수 있도록 밥에 찻물을 부은 후 한두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왔다. 

오차즈케가 개화기 일본 산업의 발달과 함께 서민들의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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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넘게 점심을 수반(水飯)으로 때운 조선의 임금


조선의 임금 성종의 경우는 무려 40일 동안 계속해서 물에 만 밥을 먹었다. 성종이 왕위에 오르고 이듬해인 1470년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가뭄이 갈수록 심해지자 성종은 5월 29일에 교지를 내려 이제는 대비전과 대전 그리고 왕비가 있는 중궁전을 비롯해 각 궁전의 낮수라는 반드시 물에 만 밥(水飯)만 올리라고 했다. 


물에 밥을 말아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나자 신하들이 성종에게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이제는 물 만 밥을 그만 드시라고 간곡하게 청한다. 


그리고 6월 1일자 기록에는 수라상의 반찬을 줄인 지가 이미 오래됐고 또 낮에는 물에 만 밥으로만 수라를 드셨으니 선왕들도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으셨다며 그만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 

 


성종은 신하들의 요청에 세종 때에는 비록 풍년이 들었어도 물 만 밥을 수라상에 올렸는데, 지금처럼 가뭄이 든 때에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고 해서 무엇이 해롭겠느냐며 신하들의 요청을 물리친다. 


7월 8일이 되자 정승과 승지들이 또 간청을 한다. 비가 내려 가뭄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니 반찬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고 물 만 밥은 그만 드시라는 간청이다. 


그러자 성종은 반찬 수를 줄인 것이 반드시 가뭄 때문만은 아니었으며 지금도 수라상에 반찬이 남아돈다고 말하면서 


점심 수라 때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것은 더운 날씨에 오히려 알맞은 일이라며 신하들의 청을 또 물리쳤다.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성종의 의지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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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던 별미 중 별미, ‘물에 만 밥’

더운 여름날, 찬물에 보리밥 말아 풋고추를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그 자체가 별미다. 

추운 겨울에는 뜨거운 물에 찬밥 말아 김장김치 쭉쭉 찢어서 얹어 먹는 맛도 특별하다. 

조금 고급스럽게 먹자면 물에 만 밥에 보리굴비 가닥가닥 찢어 고추장에 찍어 얹어 먹으면 아예 밥도둑이 된다. 

물에 말아 먹는 밥은 가장 소박한 식사법이지만 맛만큼은 유별날 정도로 맛있다.



다만 어디서 대놓고 먹기에는 조금 민망할 수 있는 식사법이다. 점잖은 자리에서 다소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과 식사할 때 물에다 밥 말아서 술술 먹을 수 있는 식사는 아니다.

그저 편하게 먹을 때 혹은 급하게 밥을 먹어야 할 때, 아니면 제대로 반찬을 차려서 먹을 상황이 아닐 때 또는 대충 끼니를 때워야 하겠는데 

찬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밥을 물에 말아서 반찬 하나를 놓고 훌훌 떠먹는다. 

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음식문화가 아니다. 사실 밥 문화권에서는 공통적인 식사 습관이다. 



중국과 일본 사람들도 대충 먹을 때는 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다. 우리는 맹물에 밥을 말지만 중국과 일본은 주로 찻물에 밥을 마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놀라운 사실은 물에 만 밥이 지금은 대충 먹는 음식이지만 옛날에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후다닥 먹는 허드레 음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역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공통된 현상이다.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723326&memberNo=599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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