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남쪽은 ‘노크귀순’ 사건이란 걸로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이 뉴스가 매일같이 언론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크귀순사건이 뭐냐 하니 이달 2일에 한 인민군 병사가 강원도 고성 쪽으로 넘어온 사건인데, 이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이 너무나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웃기기까지 해서 사람들이 관심이 큰 겁니다.
넘어온 병사는 분계선에서 50키로 떨어진 부대의 중급병사인데, 밥을 훔쳐 먹다 상관에게 들켜 엄청 맞은 모양입니다. 키가 160밖에 안되고, 몸무게도 50키로밖에 안나간다니 얼마나 못 먹고 살았겠습니까. 더구나 돌강원도에 뭘 먹을 게 있겠습니까.
저도 군대가서 배고프던 고생 좀 해봐서 아는데 배고프면 눈에 뵈는 게 있습니까. 정말 서럽죠. 거기에 매까지 엄청 얻어맞고 보니 근무 나갔을 때 도망쳐 밤새 분계선까지 걸어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분계선에 지뢰도 많고 철조망도 많아 목숨을 걸고 넘어와야 하는데 이 병사가 그 어려운 코스 다 뚫고 왔더라고요.
북한쪽은 다 아시니 생략하고, 남쪽에는 지뢰도 있고, 철조망이 3중으로 있는데다 전기불 환하게 켜놓았고, 열 영상 장비라고 사람이 움직이는 거 지켜보는 첨단 기기도 있고, 거기에 병사들도 다 나가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뢰는 운 좋아서 피했다 쳐도 이 철조망 넘기도 사실 엄청 어렵습니다. 철조망 북에서 생각하는 그런 허접한 철조망이 아닙니다.
제가 전방에서 근무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거 어떻게 넘어 오냐, 넘어오면 철조망에 몸이 감거나 살이 다 찢겨나간다” 이렇게 말하며 그거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여기 군인들도 다 그리 생각해왔죠.
그런데 그 병사가 죽기 살기로 넘어서 그런지 몰라도 글쎄 1분 만에 철조망 하나씩 넘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여기 병사들 발견 못 한거죠.
그리고 이쪽 근무지까지 들어와서 이쪽 문 두드려 봤는데 내다도 안보니까, 이번엔 다른 소대 병실에 가서 또 문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문소리에 내다보던 병사가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똑똑 문 두드렸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노크귀순’이다고 이름 붙었는데 문제는 우리쪽 경비 다 뚫렸는데 몰랐다는 거죠. 귀순해 왔으니 망정이지 총 들고 몰래 침투했다면 전방 중대가 다 전멸되는 거죠.
사정이 이러니 아래에선 처벌이 두려워 문 두드린 것이 아닌 것처럼 거짓말 보고 올렸다가 다 들통 났습니다. 이번 일로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줄줄이 다 옷을 벗었습니다. 장령만 5명이 떨어졌고, 령급 간부도 11명이 처벌받습니다.
여기는 장령 숫자가 북한의 절반도 되지 않아 다섯 명이면 북한으로 치면 열명 맞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숱한 국군 고위층 목을 날렸으니 북에서 그 병사 가족을 국가 공로자로 대접해 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사람들 이런 군대 어떻게 믿겠냐고 야유를 많이 보냅니다. 또 “야, 그 인민군 병사가 참 예절교육 잘 받았다. 문 벌컥 열지 않고 문 열어주는데 찾아서 노크하고 다녔으니 기특하네”하는 식의 비꼬는 글들도 인터넷에 차넘칩니다.
그런데 이번에 노크귀순이 문제였지, 4년 전에 넘어온 보위부 소속 중위는 더 황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대낮에 한국군 코앞에 와서 권총 7발을 쏘고 투항한다고 흰 발싸개를 벗어 흔들었는데도 아무도 거들떠 안보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초소 앞에 와서 지나가는 병사보고 “이보세요”하고 불렀는데, 그냥 쓱 쳐다보고 자기 갈 길 갔다는 겁니다. 반대로 말해서 민경 초소에 국군 장교가 가서 여보세요 불렀는데 인민군 병사가 쓱 쳐다보고 간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중위가 권총 한 발을 더 쐈답니다. 그러니까 반바지를 입은 병사 하나 나와서 철조망 사이에 얼굴 내밀고 한다는 말이 “여기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러더랍니다. 저도 웃긴데 여러분들도 아마 웃기실 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지난달에 어떤 청년이 임진강을 타고 교동도라는 섬에 들어왔는데, 잡는 사람이 없으니 밥도 훔쳐 먹고, 감자 고구마 캐먹고, 상점 창고 들어가 술도 훔쳐 마셨나 봅니다.
이렇게 엿새 동안이나 살다가 잡혔는데 그것도 술 먹고 취해서 자고 있는 거 이상해 “어디서 왔어”하고 물으니 “북에서 왔시다” 이랬다는 겁니다.
하긴 한 10년 전에는 어떤 어부가 전마선 타고 인천까지 왔는데, 잡는 사람도 없고 해서 배를 부두에 버젓이 대고 사람들에게 인천해양경찰서 길을 물어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나 북에서 왔습니다” 이러니 경찰들이 아연실색하는 거죠.
제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들 “히야 남한군 개판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건대는 남쪽만 문제가 아니고 북쪽은 안 그렇겠습니까. 솔직히 인민군도 군기 다 풀려서 먹는 거 눈 부릅뜨고 있지 몰래 북으로 올라가면 몇 명이나 잡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그쪽도 전방 군인들이 배가 고파서 완전히 강도단이 돼 헤매고 있죠. 군기도 빠져서 지난달 또 개성 민경 초소에서 17살짜리 신병이 분대장과 소대장 쏴죽이고 넘어온 일도 있습니다.
여러분들 현영철 총참모장이 요새 왜 대장으로 강등됐는지 궁금하시죠. 그거 요새 인민군이 하도 귀순하는 것이 많아 그것 때문에 강등됐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크귀순 사건 있은 뒤에 한국에선 전방을 눈 부릅뜨고 지키겠다고 요새 난리 칩니다만, 저는 이러다가 넘어오는 사람 쏴 죽이지 않겠나 이런 걱정도 들더군요.
철조망 타고 넘어오던, 땅 파고 오던, 나무토막에 매달려 강물 타고 오던 아무튼 재간껏 많이 와서 문 두드리고 여기서 새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원고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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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북한에서 왔슴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