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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주체사상 창시자 황장엽, 묘비엔 이런 문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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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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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립대전현충원 안장된 황장엽씨, 순국선열보다 높은 자리 차지

[오마이뉴스 고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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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10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사망 당시에도 정부가 1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해 논란이 일었다.
ⓒ 남소연
지난 10월 14일, 새누리당이 내걸었던 거리 현수막을 보고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놀랍게도 붉은 글씨의 현수막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후 불어온 후폭풍은 새누리당이 원하는 기대 이상이었다. 검인정으로 발행되어온 그동안의 역사 교과서가 '사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교묘하게 가르치는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국민의 뇌리를 강타할 만했다.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왜 우리 학생들이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며 소리쳤으나 알고 보니 그 주체사상을 서술하라는 지침을 내린 곳은 놀랍게도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교육부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바로 정부와 여당이 "현행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어 안 된다"며 국민을 선동하고 있지만, 문제의 '주체사상을 만들었다는' 창시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황장엽씨는 주체사상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사망한 그가 현재 안장된 곳이 대한민국 국립묘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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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황장엽씨의 묘. 묘비에 '북한 민주화 위원장 황장엽의 묘'라고 써 있다.
ⓒ 고상만
황장엽, 그는 누구인가

1923년 2월 17일, 황장엽은 평양 강동군에서 태어났다. 이후 1942년 일본으로 유학을 갔으나 일제가 패망하면서 그는 학업을 마치지 못한 채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간다. 당시 그의 학구열은 대단했다. 황장엽은 1946년 김일성 종합대학에 입학한 후 10년에 걸쳐 소련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철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그리고 귀국한 그는 1955년부터 김일성 종합대학의 교수가 된다.

황장엽씨는 이후 북한 김일성 체제를 지탱해 주는 유일사상인 주체사상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5년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에 임명된 그는, 이후 김일성 유일사상 체계 확립에 관여하며 한때 정권 후계자인 김정일의 주체사상 개인 강사를 맡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주체사상을 만들었고 또한 후계자의 사상 학습 스승이었던 황장엽씨의 권력은 대단했다.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조선 최고인민회의 의장(1972년~1983년)을 시작으로 1980년에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장, 1984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쳐 1987년에는 조선로동당 국제담당 비서장 등 여러 요직을 겸임하며 김일성 부자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북한 내 권력자로 군림하게 된다.

황장엽씨의 공적은 '주체사상'을 체계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1970년대 이후 북한 권력의 정통성을 전 세계에 확산하기 위한 성과 역시 그의 몫이었다. 그는 제3세계 국가에 주체사상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를 위해 해외에 주체사상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대단한 북한 최고의 권력자인 황장엽이 적국인 대한민국으로 망명할 것을 예상한 이는 누구도 없었다. 1997년 세상이 충격에 빠진 이유다. 그 해, 주체사상 강연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그가 중국 베이징에서 대한민국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 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적 사건이었다.

왜 그랬을까. 황장엽씨는 자신이 쓴 책에서 "조국(북한)의 체제에 의분을 느껴 그 변혁을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망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진짜 망명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황장엽씨와 함께 1997년 함께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김덕홍씨의 주장이다.

김덕홍씨는 회고록 <나는 자유주의자이다>에서 황장엽씨와 다른 주장을 펼친다. 망명 사유가 사실은 황장엽씨의 말실수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덕홍씨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1996년 2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주체사상 국제토론회'에서였다고 한다. 이날 연설에 나선 황장엽씨가 '주체사상은 김일성·김정일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뒤늦게 보고받은 김정일이 격분했다는 것이다.

이후 황장엽이 "김정일이 나를 그냥 놔둘 것 같지 않다. 욕보기 전에 자살할 수 있게 독약을 구해 달라"며 김덕홍씨에게 부탁했고 이후 자살하려는 황장엽을 김씨가 설득하여 함께 대한민국으로 망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황장엽씨는 이후 죽기 전까지 각종 강연을 통해 북한 정권의 타도를 주장하며 소위 '북한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한국에서 활동했다. 한쪽에서는 그의 활동을 지지했으나 다른 쪽에서는 '그의 역할이 남북 관계에 긴장감만 높인다'며 불편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런 부침의 세월이 그가 대한민국에서 보낸 13년간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2010년 10월 10일, 황장엽씨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친다.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지 거의 13년 만의 일이었다. 분단된 두 나라에서 극단적인 인생을 살았던 시대의 인물, 황장엽. 그는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정부 여당이 현행 역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어서 안 된다'며 현수막까지 내거는 요즘. 바로 그 '주체사상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던 황장엽씨는 과연 지금 어디에 안장되어 있을까.

국립묘지 대전현충원, 황장엽의 묘

'주체사상을 만들었다는' 황장엽씨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국립묘지인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었다. 대전 현충원 국가·사회 공헌자 묘역에서 그는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생 등과 함께 나란히 안장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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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엽씨가 안장된 대전현충원 국가사회 공헌자 묘역. 안장된 황씨 묘역 아래에 애국지사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 고상만
황장엽씨가 사망하고 3일이 지난 2010년 10월 13일, 국가보훈처는 황장엽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의결한다. 심의 결과 '북한 민주화 인권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한편 북한 인권개선, 개혁 개방, 민족통일 등에 기여해온 공로가 인정된다'며 안장을 결정했다. 

당시에도 황장엽씨의 국립묘지 안장은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북한 최고위직의 인물이 대한민국에 망명한 자체만으로도 그의 공적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주체사상을 창시하여 북한의 세습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한 그를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팽팽했다.

그런데 그의 묘비를 유심히 살펴보던 중 나는 뜻밖의 문구를 마주하게 되었다. 황장엽씨가 주체사상을 만든 긍지를 담아 돌에 새겨 기록해 놓은 문구였다. 그가 만들었다는 주체사상 문제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시끄러운데 정작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황장엽씨는 국립묘지에 안장된 상황이다. 황장엽씨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간중심 철학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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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엽씨의 묘비 뒤편. 그가 받은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함께 바로 옆에는 '인간중심철학 창시자'라고 써있다.
ⓒ 고상만
'인간 중심의 철학'은 최근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웹툰에서 나온 바로 그 표현이었다. 문제의 웹툰에서 교육부는 "아이들의 역사 교과서, 한 번 관심 있게 보신 적 있나요?"라며 '주체사상은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사상'이라는 내용이 현행 역사 교과서에 있다는 식으로 소개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만약 대전 현충원을 참배하러 온 학생들이 이러한 황장엽씨의 묘비 글을 본다면 어떨까. 이에 대해서 교육부는 뭐라고 할까.

순국선열보다 더 높이 안장되어 있다니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황장엽씨의 묘가 위치한 자리다. 황장엽씨가 사망한 후 이명박 정부는 그에게 '대한민국 무궁화장'에 추서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이다. 국가보훈처가 황장엽씨의 현충원 안장 여부를 심의할 자격을 갖췄다고 본 이유도 바로 무궁화 훈장이었다.

그렇게 해서 안장된 황장엽씨의 묘 아래를 살펴본 순간 나는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다. 황장엽씨가 안장된 그 단 아래 안장된 분들은 바로 대한민국 순국선열의 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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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현충원의 황장엽 묘 아래 조성된 순국선열의 묘. 뒤편 제일 우측 끝 부분에 보이는 비석이 황장엽씨의 묘비다.
ⓒ 고상만
순국선열은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광복 전에 돌아가신 분을 의미한다. 그런 대한민국의 순국선열보다 더 높은 단 위에 바로 '주체사상의 창시자' 황장엽씨가 안장된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정말이지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황장엽씨가 북한 정권하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산 기간은 1946년부터 1997년 사이였다. 1946년 김일성 대학에 입학한 후 그는 내내 북한 정권의 수립과 체제 안정, 그리고 지배 논리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기 위해 주체사상의 알리는 역할을 했고 그 덕분에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그 기간이 무려 51년이다.

그는 이후 대한민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북한에 머물던 당시에 민주화를 위해 그곳에서 투쟁하다가 핍박받은 것도 아니었다.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다가 그만 북한 최고 권력의 표적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탄압을 피하고자 대한민국으로 망명했고, 그는 이곳에서 근 13년을 살았다.

이후 황장엽씨는 자신을 탄압했던 북한 권력에 증오와 저주를 퍼부었다. 북한 사회의 치부를 공격하며 그들 집단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해 폭로를 주저치 않았다. 그것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굳이 이것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겠다. 또한 북한 체제에 대한 그의 비판이 우리나라의 이익에 나름 이바지했다는 것 역시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그가 왜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그것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보다 더 높은 단 위에 안장되어야 하는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기 때문에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안 된다'며 왜곡된 주장으로 국민을 몰아세우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어떻게 주체사상을 창시했다는 사람의 묘비에 주체사상을 미화하는 의미로 '인간중심 철학의 창시자'라는 단어를 용납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진짜 애국자'는 '순국선열'이 되어야 한다. 일평생 단 한 번도 그분들은 조국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순국선열들을 황장엽씨의 묘 아래 둘 수 있단 말인가. 주체사상이 안 된다면 이것도 안 되는 일 아닌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결정한 '주체사상 창시자' 황장엽씨의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와 국립묘지 안장. 이러고도 때만 되면 이념 공세로 국민을 현혹하는 부도덕, 이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 편집ㅣ김준수 기자


https://news.v.daum.net/v/20151206104404520



 2015년 12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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