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자금이 부족할 때, 여러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합니다. 펀딩 방식도 여러가지인데 자신이 투자한 아이디어 상품이 완성되면 받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투자와 소비의 중간 개념인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희귀 책을 수집하는 게 취미인 변모 씨는 지난해 한 무명작가의 크라우드 펀딩에 가입했습니다. 책이 완성되기 전이었지만, 요괴를 소재로 해 내용이 신선했고 한정 수량만 제작한다는 데 끌려 투자한 겁니다.

“한정판이고 다시는 내지도 않고 그 창작자에게도 동기부여도 되고 다른 창작자에게도 좋은 시스템으로 남길 바라서….”

하지만 얼마 뒤 변 씨가 받아 본 책은 투자 당시 확인했던 내용과 달리 허술했습니다. 게다가 한정판만 제작한다던 작가는 출판사와 계약한 뒤 책을 보완해 대량으로 유통하고 있었습니다.

“오타랑 탈자도 고쳐서 냈다고 하고 내용도 추가했다고 하니까 시장조사용으로 내가 걸린 게 아닌가 싶어서 어이가 없을 뿐이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피해를 본 건 변 씨뿐만이 아닙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줄 알고 돈을 냈는데 이미 해외에서 유통 중인 제품이거나 무해 세제로 홍보해 투자했는데 받아본 건 그냥 물이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돈과 물건을 주고받는 거래 형태지만, 투자에 속하다보니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품을 구매하는 최종 소비자가 아니잖아요.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개념으로 봐서 전자상거래법 적용을 안 하는 것으로… ”

국내 크라우드 펀딩 누적 투자액은 지난해 천 억 원을 넘었습니다. 창업 열풍으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실상 소비자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TBS 김승환입니다
http://m.tbs.seoul.kr/news/newsView.do?idx_800=2346655&typ_800=R&seq_800=10332573&channelCode=CH_N

참고로 기사에 언급된 건 '동이귀괴물집'이라는 책으로 작년에 텀블벅에서 한 독립 출판사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을 받아 제작한 작품임
한국 요괴 관련에서는 드물게 제작되는 자료인데다 프로젝트의 희소성 때문에
많은 지지를 받아 8천명이 넘는 후원자가 몰렸고 당시에 판매 금액만 1억이 넘어
이 책은 독립출판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었음
초기 홍보 단계에서 제작자는 다시 인쇄되는 일이 없을 것이며 어디까지나 희귀템으로 남을 것을 강조하였음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이 부분이 큰 기여를 했음
사실 막상 책이 도착했을 때 의외로 낮은 퀄리티 때문에 상당수의 구매자들이 실망을 했음
조잡스러운 디자인에 오탈자도 교정되지 않았으며 허접한 책 재질 등 가격에 걸맞지 않는 물건이었으나
독립 출판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구매자들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음
그러나 몇달 후에 대형출판사인 위즈덤하우스에서 똑같은 내용의 책이
발간된다는 것을 알고 많은 구매자들이 분노하였음

3월 중순에 발간된 '한국요괴도감'은 작년 독립 출판 서적 '동이귀괴물집'을 업그레이드한 책으로
전문 출판사의 교정을 거쳐 매끈한 디자인에 깔끔한 표지로 재탄생한 사실상의 본편임
디자인과 교열은 물론 내용에도 대폭 보강이 이루어져 그 전에 수록되지 않았던 괴물들이 들어가는 등
양과 질 양면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이 책의 등장과 함께 '동이귀괴물집'은 허접한 베타테스트용 책으로 전락하였음
8천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중고시장에서도 아무도 구입하지 않을 법한 독립 서적을 자처해서 떠맡은 격이 되었음
제작자는 '절판된 책이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로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는 식의
궁색한 변명과 함께 출판사의 뒤로 숨었음
좋은 마음으로 독립 출판을 후원했던 구매자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으나
별다른 피드백도 없는 텀블벅 페이지에 항의를 하는 것 외에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방법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