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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다시 주목받는 화폐단위 변경..신중론 우세 속 "지금 해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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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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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공론화 후 지지부진…이주열 한은 총재 "논의할 때"일각 "내수부양 위해 지금이 적기"…터키는 2005년 성공

화폐단위의 액면가치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리디노미네이션은 15년 전 집중적으로 거론됐고 이제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 출석할 때 나오는 단골 질의 중 하나가 됐다. 편의성·화폐위상 증대 등 장점이 명확함에도 사회적 비용 증대로 아직은 신중론이 앞서는 분위기다. 한은도 한 발 물러서 사회적 합의를 모은 뒤 정치권의 움직임이 선행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내수부양을 위해서라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관련 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04년 급물살 타다 무산…박승 "임기 중 가장 안타까운 일"

근래에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한 공론화가 활발했던 시기는 2004년이었다. 당시 논의는 한은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승 전 총재가 2002년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한은의 독립성과 함께 낡은 화폐제도의 개혁을 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화폐 액면가를 동일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해 편의성을 높이고 원화의 대외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박 전 총재는 전담팀을 꾸린 뒤 연구를 거쳐 해외 사례와 국내 현황,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일정까지 담긴 '화폐제도 선진화 개혁안'도 만들었다. 당시 한은은 연구결과를 통해 "1000대1로 화폐 액면 단위 변경을 해도 '전' 단위가 도입되므로 물가 걱정은 없다. 비용은 최대 2조6000억원인 반면 효과는 5조원 이상"이라고 했다. 김효석 당시 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내는 등 국회에서도 힘을 실어주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은 현실화되는 듯했다.

제동을 건건 청와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였다. 물가불안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원론적으로는 화폐 단위의 숫자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2800원인 커피 한 잔이 2.8원이 되는 과정에서 3원으로 '우수리 인상'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민들이 한동안 신권과 구권을 병행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전산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 증대도 정치적으로는 부담이다. 박 전 총재는 퇴임 후 리디노미네이션을 성사시키지 못한 걸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은 한은 총재가 업무보고나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설 때마다 반짝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한은은 이때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논의를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주체가 정치권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선 "돈이 돌게 해야 할 지금이 적기"…터키선 2004년 화폐개혁 성공

한은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는 있지만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특히 경기가 침체돼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화폐액면 단위를 변경하는데 따른 비용을 내수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논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투자, 소비가 모두 침체되고 있는 상황인데 내수부양을 위해 리디노메네이션을 해야할 적기가 아닌가 한다"며 "지하자금을 양성화 시키는 효과도 있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수준의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 중 달러 대비 이렇게 큰 화폐 단위를 쓰는 나라는 없다"며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인플레를 오히려 유도해야 하는 지금이 추진하기 적절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근래 리디노미네이션에 성공한 국가로는 터키가 있다. 터키 정부는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 누적으로 리라화의 대외가치가 급락하면서 미달러 환율이 1달러당 134만 리라에 달했다. 1998년부터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 터키는 중앙은행에 화폐단위 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관계기관이 참여하도록 했다. 국회에서 두 차례 보류되기도 했지만 7년간의 논의를 거쳐 100만리라를 1신(新)리라로 절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각종 거시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아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수립된 뒤 두 차례 화폐의 액면변경을 단행한 바 있다. 첫 번째는 1953년이었다. 한국전쟁 중 자금마련을 위해 통화를 대거 발행하면서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폭락이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대 1로 화폐액면금액을 절하하는 조치를 했다. 화폐단위도 '원(圓)'에서 '환'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는 1962년에 단행됐다. 곳곳에 숨어 있는 퇴장자금을 양성화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활용하기 위해서 였다. 액면금액은 10대 1로 절하됐고, 화폐 단위는 현재의 '원'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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