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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YG 주가 떨어진다" 재빨리 도망친 사람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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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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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가 25% 넘게 급락했다. 그래도 난 주식을 계속 산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주가가 '승리 사태'이후 25% 넘게 급락했다. 일명 ‘버닝썬 게이트’로 불리는 승리 사태의 발단은 클럽 버닝썬에서 한 손님이 폭행을 당한 지난해 11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식 분석가들은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26일부터 YG 주가가 본격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날부터 YG를 비롯한 국내 엔터 3인방(에스엠,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에 빠졌다.

승리 사태로 YG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투자주체들이 서로 다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먼저 개인은 승리 사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달 26일이래 주식을 더 사들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26일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4.42% 하락하자 개인은 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고 입건된 지난 11일 YG 주가는 14.1%나 폭락했지만 개인은 다시 338억원 어치를 더 사들였다.

다만 국세청이 YG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악재가 알려지며 YG 주가가 한 때 7.8% 가까이 추락한 21일에는 개인이 38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개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총 716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계속 내다 파는 입장이다. 기관은 이 기간동안 총 69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외국인은 2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러한 대처법은 행동재무학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우선 승리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YG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데도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YG 주식투자자들의 모습은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로 설명될 수 있다. 보유효과란 자신이 보유한 대상에 애착이 생겨 그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식투자자 가운데 보유효과가 강한 사람일수록 승리 사태와 관련해 악재성 이슈가 연이더 터지고 있지만 기업 펀더멘탈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믿고 그 때마다 YG 주식을 추가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앵커링효과(Anchoring effect)다. 승리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연일 YG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주식을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는 YG 주식투자자들은 앵커링 효과가 강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앵커링효과란 특정한 기준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심리를 일컫는다. 예컨대 YG 주식을 5만원에 투자한 사람은 5만원이 기준점으로 굳어져 이 후 상황이 아무리 변동해도 YG 주식의 가치는 5만원이라고 믿는다. 마치 배가 한 번 닻을 내리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모습과 같다.

앵커링 효과가 강한 투자자들은 승리 사태로 기업 펀더멘탈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자신의 투자 기준점(=기업가치 혹은 펀더멘탈)을 수정하지 않고 과거의 높았던 기준점만 생각하기 때문에 주식을 정리할 생각이 없게 된다.

YG 주가 급락에서 개인과 기관의 다른 점은 기관은 손실을 기록하더라도 주식을 내다판다는 데 차이가 있다. 기관이 개인보다 앵커링효과나 보유효과가 약해서 그런 건 아니다. 기관은 시스템적으로 큰 손실을 미리 차단하게끔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매일, 매주, 매달 기관의 펀드매니저는 수익률을 비교당하고 산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YG 주식처럼 주가가 마냥 하락하는 걸 물끄러미 쳐다볼 수 없다. 시스템적으로 손절매(stop loss)를 할 수 밖에 없어서 앵커링효과나 보유효과의 부정적인 효과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수익률을 비교당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훈련이 잘 된 투자고수가 아닌 이상 앵커링효과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 

현대 철학의 한 갈래인 포스트 구조주의로도 YG 주식투자자들이 대처하는 모습을 잘 설명할 수 있다.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책 『안티 오이디푸스』(Anti-Oedipus)에는 파라노이아(paranoia)와 스키조프레니아(schizophrenia)라는 용어가 나온다.

파라노이아는 편집증을, 스키조프레니아는 분열증을 뜻한다. 이를 두고 일본의 비평가 아사다 아키라(淺田彰)는 그의 저서 『도주론』(逃走論)에서 파라노이아형 인간을 ‘정주(定住)하는 사람’으로,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을 ‘도망치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주(定住)하다'는 정착하다 혹은 안주하다로 이해하면 된다.

파라노이아형 인간 혹은 ‘정착하는 사람’은 특정한 가치관에 집착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 변화에 약하다. 사태가 급변해도 이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려고 들지 않는다. 예컨대 전쟁이 났을 때 성을 끝까지 고수하며 항전하고 장렬히 목숨을 바치는 스타일이다.

반면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 혹은 ‘도망치는 사람’은 무슨 일이 생기면 도망친다. 이들은 특정한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늘 확인하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사태의 변화를 인지하는 센스가 강하다. 예컨대 일에 싫증이 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쉽게 그만 두는 스타일이다.

질 들뢰즈의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 용어를 주식투자에 적용해보면, 파라노이아형 인간은 앵커링효과가 강한 투자자와 유사하다. YG 주가가 승리 사태로 연일 급락하는데도 그 때마다 주식을 더 사모으거나 팔지 않고 끝까지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된다. 반면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은 YG 주가가 급락할 때 재빨리 정리하고 주식을 털어버리는 투자자의 모습이다.

추락하는 YG주식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하면, '일단 이 배에 탄 이상 마지막까지 버텨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파라노이아형 투자자이고, “난 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생각이 없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도망치는 사람은 스키조프레니아형 투자자로 볼 수 있다.

투자업계는 전통적으로 한 주식에 투자하면 오래 보유하면서 꾸준하게 장기 이익을 얻는 파라노이아형 투자관을 예찬한다. 투자한 뒤 얼마 안 돼 처분하고 또 다른 주식을 기웃거리는 행동을 거듭하는 스키조프레니아형 투자관을 비하하는 경향이 크다.

일반 사회에서도 우리는 '일관성 있는', '흔들리지 않는', '외길 10년'과 같은 말을 칭찬하는 구석이 있고, 계속 싫증내고 변화를 거듭하는 경우는 경박하고 나약하다고 치부하는 분위가 강하다.

하지만 일본의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山口周)는 그의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특정한 가치관에 사로잡혀 편집증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일갈한다. 그리고 도망치는 사람이 더 용기가 있고 강인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착각하기 쉬운데, 도망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용기가 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과 도망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다.

일본의 기업인이자 작가인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도 그의 책 『다동력』(多動力)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는 싫증나면 바로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야마구치 슈의 주장대로 침몰해 가는 배 위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그야말로 인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이 승리할 수 있다. 주식 투자에서도 결과적으로 YG 주식을 빨리 정리한 기관이 손실을 덜 입었다. YG 주식을 계속 보유한 투자자는 승리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YG 주가 하락도 깊어지고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도망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투자업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주식을 처분하는 데도 용기와 강인함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투자 세계는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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