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빠지다'가 부정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이중부정이 긍정이 되었다고 해석했는데 조금 다른 견해가 있어서 글을 팜
우선 '빠지다'가 들어가더라도 다음 문장은 정상적으로(?) 해석됨
우리 집안엔 살이 안 빠지는 체질이 없다 (다 날씬하다)
우리 집안엔 살이 빠지는 체질이 없다 (다 뚱뚱하다)
즉 '빠지다'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중 부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봄
그럼 왜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냐
'고기가 안 빠지다'에서 '빠지다'는 자세히 보면 '살이 빠지다'에서 '빠지다'란 의미랑 살짝 다른 걸 알 수 있음
'살이 빠지다'에서 '빠지다'는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살집이 있는 상태에서 > 살집이 적어지다)
'고기가 안 빠지다'에서 '빠지다'는 상태가 변화하는 것이 아님
언어학적으로 전자는 일종의 사건(event)으로 분류되지만
후자는 사건이 아니라 상태(state)로 분류됨
즉, '빠지다'란 단어가 실은 2개 이상의 의미로 쓰인다는 말임
그런 측면에서 '고기가 안 빠지다'란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의미가 '무언가가 없어지지 않다'란 의미가 아니라 '고기가 항상 있다'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음.
즉, '안 빠지다'라는 표현 자체가 어떤 동사가 나타내는 사건의 부정(negation)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존재(existence)'를 표현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음
다시 말해 영어의 'be'동사 같은 것
따라서 원래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란 문장과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란 문장은 다음과 같이 분석됨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 = 식사에는 고기가 항상 있다(안 빠지다) - 부정이 붙어도 부정이 되는게 아니라 존재를 표현하게 됨
- 이 때 '안 빠지다' 하나로 상태(state)를 설명함: 영어로는 to always be/exist = 안 빠지다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 = 식사에 고기를 제외하는(빠지다) 경우가 없다 (...없다)
- 이 때는 '빠지다'로서 사건(event)을 설명함: 영어로는 to be excluded = 빠지다
다시 말해 앞의 문장은 '부정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의미상으로 처리할 때는 부정형으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다중부정이 되지 않고
두 문장 모두 같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봄
본문이 어려운 거 같아서 무식하게 쉬운 한줄 요약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 =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임)
본문은 그 두 문장이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왜 두 문장이 같게 해석되는지에 대한 설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