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갈기 같은 '프릴' 점차 커져
두발로 걸을 수 없게되자 네발로 다녀
서식지 北美로 옮기며 뿔다운 뿔 생겨
미국 시카고의 필드자연사박물관은 1500만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전시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촬영지이기도 한 필드자연사박물관의 상징은 1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공룡 화석이다. 화석 뒤로는 미국의 유명 작가 찰스 로버트 나이트(Knight·1874~1953)가 공룡 등 선사(先史) 시대를 그린 벽화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그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이 '트리케라톱스와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결(Restoration of Triceratops and Tyrannosaurus)'이다. 필드자연사박물관 기념 엽서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그림은 영화 '쥬라기공원' 등 공룡들의 싸움을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모티브가 됐다.
트 리케라톱스는 '세 개의 뿔 얼굴'이라는 뜻이다. 트리케라톱스가 포악한 '공룡의 제왕'인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결 상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트리케라톱스의 골반 화석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 자국이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가 잔인한 포식자였던 것과 달리, 트리케라톱스는 무리를 지어 사는 온순한 초식 공룡이었다. 다만 눈 위에 1m가 넘는 길이의 뾰족한 뿔이 나란히 솟아 있는 트리케라톱스는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몸길이가 9m, 몸무게 10t의 버스 크기인 트리케라톱스가 목숨을 걸고 돌진했다면 분명 티라노사우루스로서도 버거운 존재였을 것이다.
트리케라 톱스의 첫 번째 화석은 1887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발견된 두 개의 뿔이었다. 유명한 고생물학자인 오트니엘 마시는 거대한 뿔이 들소의 일종인 '바이슨'의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후 나머지 부분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공룡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마시는 1889년 '트리케라톱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공룡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트리케라톱스의 가장 큰 특징은 2개의 거대한 눈 위의 뿔과 다소 작은 코뿔, 머리와 목 사이를 사자 갈기처럼 덮고 있는 프릴(frill)이다. 트리케라톱스 같은 '뿔공룡(각룡류·ceratopsians)' 은 프릴의 형태, 뿔의 숫자와 모양 등으로 구분한다. 트리케라톱스의 프릴은 하나의 거대한 방패처럼 발달해 있다. 과거에는 이 프릴이 목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프릴이 혈관이 많은 머리의 일부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프릴은 머리를 크게 보여 배우자를 유혹하기 위한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리케라톱스의 조상들은 아시아에서 많이 발견됐다. 아시아에 트리케라톱스의 조상이 있다는 사실은 미국자연사박물관의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Andrews)가 1923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를 발견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프로토케라톱스는 '처음으로 뿔이 있는 얼굴'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머리에 뿔다운 뿔은 없다. 대신 목에 프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뿔공룡들의 선조를 살펴보면, 뿔공룡들은 처음에는 작고 연약한 이족(二足) 보행의 초식 공룡으로 지구상에 나타났지만 점차 머리에 프릴을 발달시키면서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거워진 프릴 때문에 더 이상 두 다리로 걸을 수 없게 되자 사족(四足) 보행으로 진화했다. 또 전기 백악기에 아시아에서 북미 지역으로 주요 서식지를 옮기면서, 다양한 형태로 뿔이 발달해 종류가 많아지고 덩치도 커진 것이다. 한국의 경기도 화성에서도 2011년 뿔공룡의 선조 중 하나가 발견됐다. 필자가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라고 이름 붙인 이 공룡은 몸 길이가 2.3m, 몸무게는 150㎏ 정도였다.
날 카로운 부리와 최대 800개나 되는 이빨을 가졌던 트리케라톱스는 구강(口腔) 구조상 질긴 식물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턱에 있는 윗니와 아랫니들은 마치 가위처럼 수직으로 움직이며 식물을 잘랐다. 하지만 자른 식물을 씹을 수 있는 이빨 면은 발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자른 뒤 그냥 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 속으로 들어간 거친 식물들은 위에 있는 위석(胃石)에 의해 갈려 소화됐다. 위석은 대부분의 공룡에게서 나타나는데, 소화를 돕기 위해 삼킨 돌이 위장 내에 머무르면서 공룡이 삼킨 먹이를 잘게 찢는 역할을 한다.
최근 뿔공룡 연구자들의 관심은 '털'이다. 2002년 원시 뿔공룡인 프시타코사우루스(Psittacosaurus) 화석의 꼬리 부분에서 긴 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만약 뿔공룡에게 털이 있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트리케라톱스의 모습도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