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들이 쥐 보는 걸 꺼려할까 걱정하면서도 굳이 쥐 나오는 영화를 만든 이유는?
사실 기획 단계에서는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다. (웃음) 화면에 쥐가 나와도 관객들이 판타지로 여길 거라 생각했지만, 안 좋게 받아들이는 분들은 현실의 쥐처럼 혼동하며 혐오감을 느낀다더라.
처음부터 호러 영화를 의도한 건 아냐
* 처음 제목은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고?
시나리오 초고 쓸 때는 그랬다. 다른 제목을 찾다가. 황석영 작가의 책 <손님>이 눈에 띄었다. 그 책에 ‘기독교와 맑시즘은 한국에 찾아온 손님’이란 구절이 있다.
* 이 영화의 제목 ‘손님’은 두 가지 뜻을 가졌다는데.
‘손’은 날짜를 떠돌아다니는 귀신을 뜻한다. 복덕방에서 부동산 거래할 때 “손 없는 날로 해주세요” 할 때 그 손이다. 과거에는 천연두, 마마 같은 질병을 두려워하여 손님이라고 고쳐서 부르고 했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친근한 의미의 손님이 되었다. 영화에선 우리에게 다가온 친근한 손님을 배척하면 진짜 손님이 온다는 식의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내가 데뷔가 좀 늦은 편인데, 그 전에 3~4년간 준비했던 작품이 엎어졌다. 그 대타로 서둘러 새 영화를 계획해야 했다. 그때 아이디어 수첩을 들쳐보다가 아베 긴야의 책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해 스크랩했던 게 눈에 띄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중세시대 때 실존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원작 동화를 다시 보니 악사가 쥐 떼를 몰아내는 내용보다 아이들이 악사를 따라가는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걸 모티브로 산업 스파이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스파이 재주가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고용돼서 원하는 걸 얻게 해줬는데 배신당하자, 자기 재주를 가지고 복수하는 이야기로. 하지만 각색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렸고, 원작 자체가 강렬해서 굳이 재해석하지 않고 살만 붙여도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현재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고용 불안, 비정규직에 관해서도 이야기 속에 담으려 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나니 캐스팅, 투자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 그럼 애초에 호러 영화로 시작한 건 아니다?
장르를 딱히 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동화를 소재로 한 복수극에 크리쳐물의 뉘앙스를 주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 찍은 뒤 최종 편집본을 가지고 마케팅 포인트를 찾았더니 판타지와 호러가 나왔다. 거기에 맞춰 나머지 후반작업을 한 결과가 지금의 영화다. 보신 분들은 “더 보여줄 듯한데 안 보여준다”, “수위를 왜 낮췄나” 등의 지적을 하지만...
* 익스트림무비 평들을 꼼꼼하게 보셨네.
자주 가보고, 평들도 다 읽었다. (웃음) 원래 수위가 더 높긴 했다. 피가 많이 나오고, 신체절단, 훼손 등. 하지만 마니아들이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세게 갈 영화로 기획한 게 아니라서.
* 촌장의 과거와 관련해서 숨겨진 일본 군복이 나올 때 탄식했다.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학살. 마을의 독재자 등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어린 관객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일본군 장교복인 줄 잘 모르더라. 원래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 장면이 있었다. 영남이 촌장 집으로 피리를 되찾으러 갈 때, 남수가 오는 소리를 듣고 병풍 뒤에 숨었다가 일장기와 장교복, 칼이 있는 걸 발견한다. 그 뒤 남수가 가버린 줄 알고 나왔다가, 영남이 벗어놓은 신발을 보고 의아해 한 남수에게 붙들린다. 그리고 고양이 우리에 갇히는데 꾀를 써서 탈출한다.
* 아역배우(구승현)가 고생 많았겠다. (웃음) 연령 때문에 영화를 못 봤을 것 같은데...
부모 동반으로 같이 봤다. 자기 연기를 보면서 좋아하더라. 귀엽고 완벽하게 연기했다.
* 여러 매체들의 인터뷰와 관객들 평에서 이 영화가 한국 현대사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영화상에서 ‘좌시(坐視)’라는 말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처럼. 관객들이 그걸 이해 못한다는 게 어떤 면에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원래 의도는 그랬지만 지금의 결과물을 가지고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 이 영화의 배경이 50년대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어딘가 좋은 곳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동굴에다 가두고 봉인한다. 그 모습이 50년대 이후 남북한 사람들끼리 서로 물어뜯으며 죽어가라, 는 선언처럼 보였다.
마지막 결말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었다. 원래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관령 같은 산으로 데려가면서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엔딩도 고려했다. 힘 있는 방점을 찍고 싶어서 지금의 엔딩으로 했다. 우룡이 아이들에게 참혹한 짓을 하는 건,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 마을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였던 거다.
표면적으론 그런 의도였고, 관객들이 또 알아줬으면 하는 건 단순히 아이들이 아닌, 그 마을 사람들의 대를 잇는 후예라는 점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6~70대로서 우리나라를 성장시킨 주역들이 된다. 부모들은 약자, 소수자를 짓밟으며 살아왔는데 자식들이 크면 그 악행이 되풀이 할 게 뻔하다. 종교적인 의미로서 우룡의 존재는 그 아이들을 처단하는 자다. 그런 점에서 엔딩은 ‘절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음악 감독님이 아이들을 동굴에 가두는 장면에서 종소리를 넣어준 것도 심판자로서 우룡의 존재를 강조한 부분이다.
편집된 장면 중 한 노인이 수몰되는 마을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오프닝이 있었다. 마지막에 동굴에 갇힌 아이들 중 한 아이만 피투성이로 살아남아서 아무도 없는 마을로 돌아오고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면서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다시 현재의 노인으로 돌아오는 식의 구조였다. 그 노인이 이야기를 끝마친 뒤 갑자기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들으며 놀라면서 끝을 맺는 것이 원래 구상했던 엔딩이다.
* 영화의 표면적인 이야기 속에서 우룡의 존재는 자연스럽지만, 역사적 은유로서 봤을 때는 너무 튀어 보인다.
영남이 죽은 후 빨간 석양이 마을을 뒤덮는데 그때 조성되는 분위기를 통해 우룡이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로 격상되는 것으로 납득했으면 좋겠다.
*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두 시간짜리 상업영화로 만들어질 작품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3~4시간짜리 영화가 됐을 듯하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통과된 건지...
이야기만 재밌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 현장 편집본은 3시간 반이 나왔고, 이야기를 최대한 살리면 150분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완성본은 107분).
* 편집된 부분들이 아깝다.
신인 감독으로서 한계가 있는 건 감수해야지.
원문
http://extmovie.maxmovie.com/xe/article/7737222
원래는 영화 자체가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다크한 사회풍자 영화에 가까운데,
개봉 당시에 사람들이 하도 '쥐 징그럽다'는 반응만 해서
감독도 아쉬워함.
영화 내 상징들에 대한 해석 이야기가 거의 없고
러닝타임때문에 삭제된 분량도 많아서
배우나 감독이나 아쉬워들 했고,
감독은 '내가 신인이니 감수해야지' 하고 참음
인터뷰 단어선정은 좀 그렇지만
당시 상황이나 제작진들의 아쉬움 생각하면
주연배우로서 왜 그런 얘기를 했나 이해는 감
사실 기획 단계에서는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다. (웃음) 화면에 쥐가 나와도 관객들이 판타지로 여길 거라 생각했지만, 안 좋게 받아들이는 분들은 현실의 쥐처럼 혼동하며 혐오감을 느낀다더라.
처음부터 호러 영화를 의도한 건 아냐
* 처음 제목은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고?
시나리오 초고 쓸 때는 그랬다. 다른 제목을 찾다가. 황석영 작가의 책 <손님>이 눈에 띄었다. 그 책에 ‘기독교와 맑시즘은 한국에 찾아온 손님’이란 구절이 있다.
* 이 영화의 제목 ‘손님’은 두 가지 뜻을 가졌다는데.
‘손’은 날짜를 떠돌아다니는 귀신을 뜻한다. 복덕방에서 부동산 거래할 때 “손 없는 날로 해주세요” 할 때 그 손이다. 과거에는 천연두, 마마 같은 질병을 두려워하여 손님이라고 고쳐서 부르고 했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친근한 의미의 손님이 되었다. 영화에선 우리에게 다가온 친근한 손님을 배척하면 진짜 손님이 온다는 식의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내가 데뷔가 좀 늦은 편인데, 그 전에 3~4년간 준비했던 작품이 엎어졌다. 그 대타로 서둘러 새 영화를 계획해야 했다. 그때 아이디어 수첩을 들쳐보다가 아베 긴야의 책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해 스크랩했던 게 눈에 띄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중세시대 때 실존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원작 동화를 다시 보니 악사가 쥐 떼를 몰아내는 내용보다 아이들이 악사를 따라가는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걸 모티브로 산업 스파이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스파이 재주가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고용돼서 원하는 걸 얻게 해줬는데 배신당하자, 자기 재주를 가지고 복수하는 이야기로. 하지만 각색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렸고, 원작 자체가 강렬해서 굳이 재해석하지 않고 살만 붙여도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현재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고용 불안, 비정규직에 관해서도 이야기 속에 담으려 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나니 캐스팅, 투자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 그럼 애초에 호러 영화로 시작한 건 아니다?
장르를 딱히 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동화를 소재로 한 복수극에 크리쳐물의 뉘앙스를 주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 찍은 뒤 최종 편집본을 가지고 마케팅 포인트를 찾았더니 판타지와 호러가 나왔다. 거기에 맞춰 나머지 후반작업을 한 결과가 지금의 영화다. 보신 분들은 “더 보여줄 듯한데 안 보여준다”, “수위를 왜 낮췄나” 등의 지적을 하지만...
* 익스트림무비 평들을 꼼꼼하게 보셨네.
자주 가보고, 평들도 다 읽었다. (웃음) 원래 수위가 더 높긴 했다. 피가 많이 나오고, 신체절단, 훼손 등. 하지만 마니아들이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세게 갈 영화로 기획한 게 아니라서.
* 촌장의 과거와 관련해서 숨겨진 일본 군복이 나올 때 탄식했다.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학살. 마을의 독재자 등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어린 관객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일본군 장교복인 줄 잘 모르더라. 원래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 장면이 있었다. 영남이 촌장 집으로 피리를 되찾으러 갈 때, 남수가 오는 소리를 듣고 병풍 뒤에 숨었다가 일장기와 장교복, 칼이 있는 걸 발견한다. 그 뒤 남수가 가버린 줄 알고 나왔다가, 영남이 벗어놓은 신발을 보고 의아해 한 남수에게 붙들린다. 그리고 고양이 우리에 갇히는데 꾀를 써서 탈출한다.
* 아역배우(구승현)가 고생 많았겠다. (웃음) 연령 때문에 영화를 못 봤을 것 같은데...
부모 동반으로 같이 봤다. 자기 연기를 보면서 좋아하더라. 귀엽고 완벽하게 연기했다.
* 여러 매체들의 인터뷰와 관객들 평에서 이 영화가 한국 현대사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영화상에서 ‘좌시(坐視)’라는 말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처럼. 관객들이 그걸 이해 못한다는 게 어떤 면에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원래 의도는 그랬지만 지금의 결과물을 가지고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 이 영화의 배경이 50년대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어딘가 좋은 곳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동굴에다 가두고 봉인한다. 그 모습이 50년대 이후 남북한 사람들끼리 서로 물어뜯으며 죽어가라, 는 선언처럼 보였다.
마지막 결말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었다. 원래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관령 같은 산으로 데려가면서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엔딩도 고려했다. 힘 있는 방점을 찍고 싶어서 지금의 엔딩으로 했다. 우룡이 아이들에게 참혹한 짓을 하는 건,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 마을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였던 거다.
표면적으론 그런 의도였고, 관객들이 또 알아줬으면 하는 건 단순히 아이들이 아닌, 그 마을 사람들의 대를 잇는 후예라는 점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6~70대로서 우리나라를 성장시킨 주역들이 된다. 부모들은 약자, 소수자를 짓밟으며 살아왔는데 자식들이 크면 그 악행이 되풀이 할 게 뻔하다. 종교적인 의미로서 우룡의 존재는 그 아이들을 처단하는 자다. 그런 점에서 엔딩은 ‘절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음악 감독님이 아이들을 동굴에 가두는 장면에서 종소리를 넣어준 것도 심판자로서 우룡의 존재를 강조한 부분이다.
편집된 장면 중 한 노인이 수몰되는 마을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오프닝이 있었다. 마지막에 동굴에 갇힌 아이들 중 한 아이만 피투성이로 살아남아서 아무도 없는 마을로 돌아오고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면서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다시 현재의 노인으로 돌아오는 식의 구조였다. 그 노인이 이야기를 끝마친 뒤 갑자기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들으며 놀라면서 끝을 맺는 것이 원래 구상했던 엔딩이다.
* 영화의 표면적인 이야기 속에서 우룡의 존재는 자연스럽지만, 역사적 은유로서 봤을 때는 너무 튀어 보인다.
영남이 죽은 후 빨간 석양이 마을을 뒤덮는데 그때 조성되는 분위기를 통해 우룡이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로 격상되는 것으로 납득했으면 좋겠다.
*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두 시간짜리 상업영화로 만들어질 작품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3~4시간짜리 영화가 됐을 듯하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통과된 건지...
이야기만 재밌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 현장 편집본은 3시간 반이 나왔고, 이야기를 최대한 살리면 150분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완성본은 107분).
* 편집된 부분들이 아깝다.
신인 감독으로서 한계가 있는 건 감수해야지.
원문
http://extmovie.maxmovie.com/xe/article/7737222
원래는 영화 자체가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다크한 사회풍자 영화에 가까운데,
개봉 당시에 사람들이 하도 '쥐 징그럽다'는 반응만 해서
감독도 아쉬워함.
영화 내 상징들에 대한 해석 이야기가 거의 없고
러닝타임때문에 삭제된 분량도 많아서
배우나 감독이나 아쉬워들 했고,
감독은 '내가 신인이니 감수해야지' 하고 참음
인터뷰 단어선정은 좀 그렇지만
당시 상황이나 제작진들의 아쉬움 생각하면
주연배우로서 왜 그런 얘기를 했나 이해는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