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천원대 작품들 퀄이 너무 낮아서 상품권 쓰려다가도 돈 아까워서 걍 3천원대 사고 말았는데 간만에 좋은 작품 건져서 만족했다ㅎㅎ
여주인공은 공작가 차녀인데 가세도 기울고 언니가 요란하게 청혼 받아서 결혼하는 바람에 딸자식 단속에 강박적으로 변한 부모님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수녀원에 들어가 교육받게 됨
미혼의 소녀들이 결혼 전까지 신분 관계없이 모여서 청빈하고 검소하게 집단 수도생활을 하는 곳인데 다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깥 세상과 자유에 대한 갈망만 무럭무럭 커지고...
여주도 맨날 다음주엔 집에 갈 거라고 염불 외면서 지내던 와중 우연히 땡땡이 치던 마굿간에서 수녀원에 납품하러 온 상단의 말단 직원 소년과 마주치게 되면서 친구가 됨
얘네 진짜 물정 모르는 소년소녀 상태에서 만나서 갑분섹이나 몸정 같은 거 없고 친해지는 과정이 완전 귀엽고 풋풋해ㅎㅎ
2주에 한 번 납품이라 몇 번 만나지도 못했는데도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금세 가까워져서 호감이 싹트는데 그게 딱히 급진전으로 안 느껴지고 첫사랑으로 이어지는게 자연스러워서 좋았음
단편이라 분량 짧은데도 작가님 글빨이 있어서 허술하다거나 훅훅 건너뛰는 느낌이 없더라. 기승전결 제대로고 감정선과 갈등 해결 과정도 더도덜고 말고 딱 적당히 있고 씬까지 과하지 않게 지분 챙겨서 단편치고도 독후감이 되게 충실했어
무엇보다 타고나길 호기심 많고 발랄한데 자란 환경 탓에 약간 쉽게 의기소침해지는 여주인공이 넘나 사랑스러웠음! 힘도 발언권도 없지만 자기 처한 상황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열심히 애쓰는 거나 연애에 있어 은근 대범하고 발칙한 면이 있는 것도 좋았고ㅋㅋㅋ(좋아하는 남자애가 예쁘다고 말했을 때 눈 감고 3초 기다리면 키스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귀여운 욕망녀임ㅋㅋㅋ)
남주인공도 이런 단편에선 보기 드문 순수 순진과임!ㅎㅎ 여주한테 처음부터 반했는지 첫만남부터 잘생겼다는 칭찬에 얼굴 붉히고 어쩔 줄 몰라하고... 중간에 오해 생겨서 여주가 자기와의 약속을 깬 줄 알았을 때도 눈물 뚝뚝 떨구는 거 넘 귀여웠다... 적발금안 주근깨를 가진 천사같은 얼굴의 소년이라니 소중해💕
암튼 대충 봐도 뭐가 어떻게 된 오해인지 내막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뻔한 클리셰 전개지만 뻔한 걸 재밌게 쓰는게 작가 능력 아니겠음??ㅎㅎ
어차피 아무 데고 지를 1천원이라면 절대 후회 안 할 거라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