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무묭은 그녀의 가슴팍을 힐끗거리는 젊은 교수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수님?"
"두 번째 단추를…."
"두 번째 단추요? 아."
소문이 사실이었다. 교수가 매우 심한 강박증에 걸려 있다는 건. 무묭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교수에게 다가갔다.
"네, 교수님, 제 두 번째 단추가 뭐가 어쨌는데요?"
"가,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교수가 가까이 다가서는 무묭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그런 태도는 오히려 무묭을 자극할 뿐이었다. 무묭이 조금 더 교수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하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잖아요. 말로 하지 못하시는 것 같은데,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손만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로 다가간 무묭이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교수님? 그래서 뭐가 문제라고요?"
"그, 그게…."
교수가 망설이듯 손을 움찔 떨었다. 무묭은 그 떨리는 손을 덥석 붙잡으며 말했다.
"말로 하지 못하시겠으면 행동으로 보여주셔도 된다니까요?"
은근슬쩍 잡은 교수의 손은 부드러웠으나 그래도 사내다운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각지고 길게 뻗은 손.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에 짙게 박힌 굳은살. 분필을 잡은 그의 손을 볼 때마다, 책을 넘기는 이 기다란 손가락과 잔뜩 불거진 손목뼈를 볼 때마다 늘 이 손을 만지고 싶다 생각했었다.
무묭은 침을 삼키며 간신히 붙잡고 있던 교수의 손을 놓았다. 무묭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이 손을 잡을 날은 차고 넘칠 것이다.
덜덜 떨리는 교수의 손이 천천히 무묭의 가슴 앞으로 올라왔다. 무묭은 겁먹지 말라는 듯 입꼬리를 말았다. 그런 무묭의 표정에 안심한 걸까.
그의 손가락이 슬며시 두 번째 단추에 닿아왔다.
무묭이 속살거렸다.
“네, 교수님, 그 두 번째 단추요. 그 단추를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교수의 동공이 덜덜 떨리는 게 보였다. 그 흔들리는 푸른 눈에 희열이 느껴진다면 무묭이 이상한 걸까.
그의 얼굴에 걸쳐있는 저 무테안경도, 눈가와 코에 자리한 옅은 주근깨도. 저 곱슬거리는 회색빛이 도는 금발도.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교수가 머뭇거리며 그 큰 손으로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손보다 단추가 작아서 그런지 그는 쉽게 단추를 풀어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여자의 단추를 풀어보는 게 처음일지도.
입가에 침이 고이는 것 같았다. 무묭은 최대한 그녀의 속마음을 숨겼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꼼지락거리던 그의 손가락에 의해 무묭의 단추가 풀렸다.
콱 막혀 있던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하긴 두 번째 단추를 채우니 가슴이 꽉 끼어 숨이 잘 쉬어지지 않기는 했었다.
물론 지금의 이 느낌은 그런 신체적인 변화가 아닌 심리적인 변화였지만.
무묭은 교수를 바라봤다. 단추를 풀었다는 성취감 때문인가, 아니면 거슬리던 것을 없앤 것에 대한 만족인가.
교수가 환한 얼굴을 하고 무묭의 가슴팍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몸이 부르르 떨릴 것 같았다. 무묭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 위에 어색하게 떠 있는 교수의 손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교수가 화들짝 놀라는 게 느껴졌지만, 무묭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손을 조금 더 세게 그러쥐고는 말했다.
“이게 불편하셨나요?”
무묭의 물음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묭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그래도 저는 계속 단추를 잠가야 해요.”
“아니, 왜? 사람은 언제나 똑같이 생활해야….”
“그러니까 교수님. 앞으로는….”
무묭은 조금쯤 그녀의 욕심을 채우기로 했다. 무묭은 교수의 굳은살이 벤 가운뎃손가락을 뭉근히 문지르며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얼굴을 붙이고 말했다.
“교수님이 이렇게 풀어주세요.”
교수의 얼굴이 붉어진 것도 같았다. 가까이 다가서니 잘 보이는 주근깨를 핥고 싶다고 생각하며 무묭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앞으로 제 두 번째 단추는 교수님에게 드릴게요.”
얼굴 전체를 넘어 목까지 빨개진 교수가 멍하니 무묭을 바라봤다. 무묭은 키득거리며 붙잡고 있던 교수의 손끝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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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뒤에 적힌 글에 달린 댓글 보고 쓴건데 별로라고 욕하지 않기! 누군가 써주세요. 너드 동정 연상 교수 남주와 유혹 연하 제자 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