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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어릴 적 먹던 엄마의 음식이 나날이 그리워지는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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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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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엄만 요릴 진짜 못했어
남들 다 하는 김밥 주먹밥 비빔밥 김치볶음밥조차
정말 맛없게 만들곤 했거든
어릴 때부터 나는 밥을 진짜 안먹었는데 하도 안먹어서
엄마가 김에 밥을 싸서 쫓아다니며 먹이고 그랬어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생각이 나더라.
엄마가 우엉조림이랑 햄 오뎅 다져서 만든 주먹밥
콩밥으로 만든 백오이가 짭짤했던 김밥
김치랑 계란만 넣고 볶은 김치볶음밥
그냥 조미김으로 맨 콩밥을 싼 밥...
김가루 뭉쳐서 들기름 넣고 밥이랑 섞은 주먹밥
애호박나물이랑 무생채 계란후라이 넣고 비빈 밥...
(재료만 봐도 좀 맛없어보이지?ㅋㅋ)

난 엄마가 치매 걸리셔서 아픈지 14년이 됐어.
엄만 이제 혼자 가스불도 킬 줄 모르고,
가끔 화장실 가는 법도 잊어버려.
그래도 그 와중에도 우리 딸 우리 신랑 밥 해줘야 한다며
새벽같이 일어나 밥솥에 밥을 한가득 안치고는 하셔
우린 3인가족인데 물재는 법도 모르고 질은 밥을
사흘분을 하셔서...아빠가 힘들어하곤 하지

엄마한테 옛날 그 요리들을 물어봐도 이젠 잘 모르시더라.
이랬던가 저랬던가 하시며...
인터넷 속 온갖 백종원 최현석셰프 레시피를 들이부어도
엄마의 그 맛이 아니면 밥이 안 넘어 가더라.

난 어릴때 먹던 그 조미김을 찾아다닌지 벌써 3년이 되어가
예전에 김 덕후 글 기억나는 덬 있을까?ㅋㅋ
먹어온 김들 리뷰한 글인데...대천김이 맛있었단 글.
사실 그 김도 비슷하다 뿐이지 옛날 그맛은 아니었던 거 같아.
(그리고 내 기억속 김은 식탁김에 플라스틱 곽 속에
세로로 세워져 있었거든.)
그냥 사소한 거 하나하나 엄마를 좇게되네.
이젠 색도 다 바래버린 텔레토비 베개에만 엄마가 남아있다
엄마는 입원해 계시고 이젠 아마...
엄마의 그 맛은 다시 보기 힘들겠지

내 살아갈 날들의 밥들은 아마도 계속 맛이 없을 것 같아
그냥 너무....한없이 그립다 언제 잊혀지려나 했는데 안된다
신경과를 가도 자도 약을 먹어도 자꾸 꿈에서조차
튀어나오면 나는 수도 없이 그립다
엄마 아빠 앞에선 울지도 못해 나 울면 더 아픈 건
아빠 엄마더라 왜냐면 엄마가 울땐 내가 더 아프더라고

엄마가 아픈 동안 많이 미웠어 난 생일날 항상
응급실에서 엄마 보며 지냈거든.
미역국은...솔직히 생일날 왜 먹는지 이젠 모르겠어

그렇게 미웠는데 욕심 좀 부리자면
그냥 다음 생에도 엄마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 다음 생에 만날 때는 엄마가 안아팠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혼내도 화내도 좋으니까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너무 일찍 만났더라
좀만 더 나중에 만날걸 좀만 더 잘해줄걸 화내지도 말걸
짜증부리고 싶지 않았는디 떼쓰지도 말 걸
좀만 더 미래에 만나서 의학이 더 발전했을 때 만났으면
그랬으면 이렇게 마음아플 일도 없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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