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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2n년간 확신의 이성애자로 살아온 여덬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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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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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난 2n살 여덬이야.

난 지금까지 평범한 이성애자로 살아왔었어
남자에게만 설레고, 연애감정을 느꼈고
당연히 연애도 항상 남자랑만 했었고
심지어 좋아하는 여자연예인조차도 없었던.. 누가봐도 확실한 이성애자로 살아왔었지.

이야기를 꺼내려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

5년 전 회사에 갓 입사했을 때 눈에 들어왔던 여자 후배가 한명 있었어.
동글동글 하얗고 귀엽게 생겼는데 방긋방긋 잘 웃고 있는데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항상 끊이질 않았거든
그런거 있잖아, 주변 사람들이 다 얘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
사람들과 거리를 두던 나도 이 후배한테는 살갑게 인사하게 되곤 했으니까. ㅎㅎ

물론 그 땐 이 후배랑 친해지면 좋겠다. 이 정도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었지만 ㅎㅎ

이 후배와 나는 다른 부서였어서 같이 일을 할 일도, 대화를 나눌일도 거의 없었어.
그나마 공통분모인 지인들이 있어서 1년에 한 두번 회식자리에 같이 참석하고
회식 다음날 잘 들어가셨냐는 짧은 안부인사를 나누는 정도가 다였지.
그럴 때도 항상 이 후배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네줬던 것 같아.

그러다가 최근 1년 정도부터는 이 후배가 나에게 말을 거는 빈도가 잦아졌어
형식적인 안부인사로 시작된 대화가 점점 취미를 공유하게 되고,
커피 한잔을 하게 되고, 밥을 먹게 되고 그랬지.
그리곤 둘이서 기차 여행도 한번 다녀오고.

여행을 다녀온 후로는 급속도로 친해져서 거의 매일같이 보게됐어
이제는 안보면 서운하고, 그 애의 웃는 얼굴을 보고싶기도 하고...
하지만 난 확실하게 내 마음의 정의를 내리진 않았고, 그냥 그 애랑 같이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는 생각에서 멈추곤 했었징.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둘이 숙소를 잡아놓고 술 한잔을 하게 됐어
한 침대에 나란히 앉아 술을 홀짝거리다 보니 분위기가 묘해진 느낌이었는데
후배가 나에게 점점 다가오더니 뽀뽀를 하더라. 그러더니 날 좋아한대, 자길 만나볼 생각이 있냐고도 물었어
그 순간 정말 현실감각이 없어지고 술이 확깨더라.
그리고 좋은 것도 아닌데 싫은 것도 아니어서 혼란스러웠어.
동성애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막상 내 인생을 대입해보니까 기분이 오묘한거야.
그래서 그 고백에 바로 답을 해 줄수가 없었고.. 그렇게 서로 뜬눈으로 밤을 보냈지

다음날 혼란스러워하는 날 보고 그 후배가 겁이 났는지
미안하다고 다시는 그럴일 없을거라고, 예전처럼 지낼 수 없겠냐고 하더라.
그 말에도 속 시원한 대답을 못하고 집으로 와서 나도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지
그런데 자꾸 그 애가 보고싶고, 다시 뽀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거야....

너무 길어졌지? ㅎㅎ 그래서 결론은 사귀어보기로 했어.
생각해보니 그 후배가 날 바라보던 눈빛들이 다 애정이 담긴 눈빛이었고
내가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눈에 훅 들어왔던 것도, 친해지고 싶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사랑의 시작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ㅎㅎ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그 애가 여자라는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어. 신기하게 ㅎㅎ

사실 아직 성정체성은 많이 혼란스럽지만..
나이도 많이 차서 이제 사회의 시선도 무섭지만 !
일단 내 감정에만 충실하게 사랑해보려고 해.

내 인생에서 엄청난 큰 경험인데 아무데도 얘기해볼 곳이 없어서 주절주절 써보게 됐네. ㅎㅎ
읽어줘서 고마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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