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연 억대로 번다는 작가도 나왔다고 기사도 나고, 평소 웹소설에 관심 있거나 글 재주 있어서 나도 웹소설 작가가 되어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해. 고작 3종 낸 웹소설 작가지만 글 한 번 써 보려고 해.
내가 쓰는 장르는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현대 판타지야. 지금까지 낸 3종이 이런 장르였고.
1. 정말 돈 많이 버나요?
: 많이 버는 작가들 많지. 아주 많아. 그런데 그건 잘 버는 작가들이나 잘 버는 거고, 부익부 빈익빈이 이쪽에서도 쩔어. 잘 버는 작가들은 월에 한 작품으로 몇천 찍기도 해. 그건 팩트. 그런데 그건 정말 일부라는 거.
현실적으로는 100만 원 버는 것도 힘들어.
예시를 들어볼게.
플랫폼 수수료는 30~45% 사이야. 그러니까 100만 원을 벌었다 치면, 플랫폼에서는 30~45%를 제하고 준다는 소리야. 그럼 남은 금액은 55~70만 원 사이. 여기서 끝이 아니야. 정말 네임드인 작가가 아니고서야 출판사랑 당연히 계약을 맺고 하겠지. 이쪽 바닥도 작가 후려치기가 심해서 신인 작가 이북 판매 5:5 주는 경우 많다. 신인이 잘 받으면 6:4, 어느 정도 기성 작가는 잘 받으면 7:3까지. 로맨스나 로판 BL 쪽에서는 8:2 계약은 아주 드문 경우. 판무 쪽에서는 8:2까지 계약 있음. 물론 작가가 8.
자, 그럼 플랫폼에서 수수료 떼고 남은 금액을 출판사랑 나누는 거야. 절반으로 뚝 떨어지지. 그럼 거기서 끝이냐? 아뇨. 3.3% 제하고 받음. 결과적으로 말하면 100만 원 벌기도 힘들어. 내가 정산 받는 금액으로 100만 원을 받으려면 몇백 명은 내 책을 구매해야 해. 이북 값 2~3000원대잖아. 그 금액으로 100만 원을 벌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억대 번다는 작가는 용이나 유니콘 같은 존재들이야. 원래 기사도 그러잖아? 잘된 사람만 기사에 나오고, 잘못 판 사람은 기사에 안 나와.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를 좋아하지, 그 밑바닥에 깔리는 잘 못 파는 작가 인생 궁금한 사람 아무도 없어. 그게 현실이야. 그 기사들 잘 보면 플랫폼 어디 대표와 인터뷰했다고 나오잖아. 플랫폼 홍보야. 그 플랫폼에서 제일 잘 버는 톱5 이야기나 가능한 거고. 웹소설 작가 되면 정말 잘 버나요? 아뇨. 그건 환상입니다.
2. 나는 정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 클리셰는 싫어!
: 나 클리셰 안 좋아해. 그래서 나 마이웨이로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캐릭터 썼다. 젊은 층 많은 커뮤니티 독자들 평 보면서 여주는 당차게! 남주는 병약미 있는 것도 보고 싶다! 클리셰가 싫은 독자들을 위해 글을 썼어. 결론은 치킨값도 못 벌었다야. 클리셰 싫다는 사람들 많다지만 클리셰 그거 무시할 거 못된다?
클리셰 보면 되게 뻔한 이야기들 많잖아. 재벌 남주와 이어지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고정이고, 그게 아니라면 모두에게 나쁜 남자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도시 남자 스토리. 뭐 이런 스토리들 지겹지, 지겨운데 읽다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지 뻔하게 아는데도 보게 돼. 클리셰가 진부한데 왜 잘 나가는 줄 알아? 어떤 내용으로 흐를지 플롯 다 알겠는데도 쓰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 달라. 우리나라 주말드라마들이나 저녁 일일드라마들 봐봐. 어떻게 흐를지 다 알겠는데 욕하면서 보게 된다? 킬링 타임용으로 좋거든. 알겠는데도 재미있는 거야. 클리셰가 괜히 클리셰가 된 게 아니야. 진부한데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거거든. 스테디셀러가 괜히 스테디셀러게? 욕하는 사람 있어도 그게 재미있는 사람 수가 월등히 많으니까 스테디셀러가 되는 거지. 그런 현실이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독자들의 마음을 파헤쳐 보자면, 독자들은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설렘을 느끼려 글을 보는 거야. 환상으로 대신 설레고 싶고, 글을 읽는 동안 재미있고 행복하고 싶은 거. 현실에서는 꿈꿀 수 없는 것들을 꿈꾸고 싶은 거고. 사실 판무도 마찬가지야. 현대 판타지도 보면 흙수저 성공기 되게 많다? 남성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판무 쪽도, 다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주인공에 몰입해서 내가 마법도 쓰고, 먼치킨도 되고, 흙수저였는데 구글 오너 뺨 때리는 부자가 되고. 환상을 꿈꾸고 싶은 거지, 현실에 있는 일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잖아. 클리셰라고 하더라도 흙수저 성공기, 신데렐라 스토리가 잘 먹히는 이유는 바로 이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난.
내가 이런 소재를 가지고 있는데 기가 막히게 이것만 쓰고 싶다? 써. 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 마이웨이로 간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욕하는 사람 없어. 클리셰 없이 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 하지만 하나 각오해야 할 건, 시장 트렌드를 벗어난 마이너한 글일 경우 안 팔리는 것도 감수해야 해. 나 같은 경우 서양시대 로판물이 싫어서 동양풍 현대 로판 썼거든? 왜 서로판만 봐야 하냐! 쫄딱 망함. 선인세도 못 갚고 있음. 로판을 예시로 들자면 다양한 서로판이 대세이고 트렌드인 것처럼. 시장 파악도 중요해.
웹소설 써서 돈 벌고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해. 독자들이 어떤 글을 보고 싶어하는지 잘 팔리는 글들을 읽고 분석하고 시장 트렌드 키워드는 어떤지 계속 봐야 해. 그리고 그 분석된 걸 한 번 틀어. 시장 키워드를 똑같이 쓰지 말고 한 번 방향을 트는 거야. 살짝 꼬기만 해도 어? 신선하네? 한번 읽어볼까? 하게 되거든. 클리셰, 시장 트렌드 분석 이거 상업 작가로선 되게 중요하니까 웹소설로 돈 벌려거든 꼭 참고했으면 해. 나는 마이웨이로만 가다가 망한 케이스라서, 다음 작품에는 클리셰 다 때려박고 시장 분석 철저히 해서 글 써볼 거거든. 전업 작가에 도전한다면, 상업작가에 도전한다면 클리셰에 대한 안 좋은 시선 보다는 ‘왜 독자들이 원하는가’를 알아줬으면 해. 내가 망하고 나서야 깨달은 거라서 꼭.
전업이 아니라 취미로 글을 쓴다면 마이웨이로 마음껏 써도 돼. 내가 쓰고 싶은 글 써도 돼. 전업이 아니니까. 내가 쓰고 싶은 글 써도 누구 하나 욕할 사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