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 내가 이해가 안가지만 덕질때문에 미치도록 우울해. 차라리 탈덕을 시원하게 하면 좋겠는데 탈덕하고 나면 나에게 남은게 없을 것 같아서 탈덕이 쉽게 안된다.
라이트 덬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제대로 입덕해서 코어덕질을 몇년간 해왔어. 덕질하면서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말할 자신이 있을 정도로 정말 행복했어.
사실 덕질하기 전에는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 했고 새로운 상황에 간다는 걸 굉장히 두려워했어. 익숙한 곳, 익숙한 사람만 만났고 어딜 가는거 조차 싫어했어. 어릴 때는 자기소개 하러 앞에 나가서 울기도 하고 성인이 되서는 과제 발표하러 나가면 손을 벌벌 떨면서 발표했었어. 이렇게 소극적이다보니 내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부족하고 입덕당시에 힘든일이 많아서 매일매일을 울면서 지냈어.
그러다가 입덕을 하고 내 자신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 전에는 새로운게 두려워서 어딜가는거 조차 싫어했던 내가 전국을 다니고 해외도 나가고 어디든지 다 갔던거 같아.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대화를 주도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 그래서 덕질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다 나를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다 내가 먼저 다가갔거든. 덕질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거 같긴해.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어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그 사람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어. 나한테는 그 사람이 동경의 대상이었거든. '저렇게 살아야지. 저런 멋진 사람이 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덕질하면서 진짜 멋진사람이 될려고 많이 노력했어. 운동도 매일하고 학업도 충실히 하고 기존에 읽지 않던 책도 읽고. 시각도 많이 바뀌었어. 전에는 소극적인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했는데 덕질하면서 조금씩 바뀌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아끼게 되더라. '이정도면 나는 꽤 멋진사람 같다' 이런 생각도 들면서 막연했던 미래였는데 이런 쪽의 일을 하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희망?도 생기기도 했어.
여러가지 문제로 그 사람에 대한 큰 변화가 있었는데 지금도 명백하게 싫은건 아냐. 근데 보고 나면 예전과 같이 행복하지 않아. 애써 용기를 내서 보러 갔다오면 그 날 내내 기분이 안좋고 갔다올때 마다 점점 멀어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멀어지는게 쉽게 안돼. 그래서 너무 우울해. 사람들을 만나도 밖에 나가선 웃는데 집에만 오면 계속 울어. 뭐가 그리 슬픈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안멈춰. 그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구질구질한 내자신이 너무 바보같아. 그리고 보고싶어서 계속 찾아보게 되는 내가 원망스러워. 밥도 잘 못먹고 속은 매일 쓰리고 감정이 막 요동쳐. 계속 울다가 또 마음을 다잡았다가. 뭐가 진짜 내마음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놓으면 덕질하면서 바뀌었던 내 모든것도 다 날아갈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서 쉽게 못 놓는거 같아.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그리고 사람을 이렇게 좋아해본게 처음이라 놓는게 더 쉽지 않은거 같아. 그 사람이 모든게 처음이었거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처음이었어. 모든 생각의 끝이 그사람이었고 내가 쓰는 글의 주어도 다 그사람이었고 결국 내 인생 모든걸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설계했었거든.
현재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일이랑 이 멀어짐이 겹쳐서 인생에서 이렇게 힘든 시기가 있었나 할 정도로 힘들게 지내고 있어. 이렇게 울다가는 정신도 건강도 남아나지 않을거 같아서 운동을 해야하나도 생각이 들고 정신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어. 근데 또 용기가 없어. 덕질 때문에 힘들어서 정신 상담을 하러 왔다고 하면 남이 비웃을거 같아. 물론 나는 죽을 만큼 힘들지만. 너무 먼 존재니까 남이 보기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거 같다. 혹시 나같은 경험을 한 덬들이 있다면 조언 부탁해.
어떤 말이라도 고마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