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20살 때 편의점 알바하다가 취객 아저씨 때문에 펑펑 운 후기 (장문주의)
29,728 267
2017.03.17 10:49
29,728 267

안뇽 후기방에 글 처음 써본다
노잼이어도 잘 봐줘!


나덬은 스무살 때 고향 떠나 홀로 외롭게... 타지로 대학을 옴
그 당시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고
안 그래도 우리집 못 사는데 
자취방 월세+생활비로 엄마 등골 빼먹는 것 같아서 하루하루가 좀 힘들었음
(좋은 대학교가 아니라 더....) 


그래서 평일에 학교 끝나고 자정까지 총 7시간 동안 알바를 했음
내가 알바로 생활비를 쓰니까 엄마도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음


하지만 나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
공부와 알바를 같이 하는 것도, 진상 손님 대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음...^^
안 그러려고 해도 속으로 자꾸 여유로운 친구들이랑 나랑 비교도 되고...

여러모로 자존감이 굉장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음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일했던 편의점은 위치 특성상 저녁 9시 넘으면 손님이 뚝 끊김
나는 몸이 약해서 가끔 이유 모르게 아프곤 하는데
그 날도 그랬음


밤 11시쯤이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고 토할 것 같아서
거의 죽어가는 상태로 카운터에 앉아 있었어
손님이 간~혹 오긴 했는데 대부분 그냥 살 거 사고
(당연하게도) 내 상태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


머리를 거의 카운터에 박고 끙끙 앓고 있었는데
어떤 거하게 취한 아저씨 손님이 오셨어


나는 밤까지 일하면서 많은 진상 취객을 만나봤기 때문에
술냄새 풍기는 아저씨가 오자마자 x됐다....라고 생각함


그 아저씨가 나한테 오더니 
"학생 어디 아파?" 라고 취해서 뭉개지는 발음으로 물어보심
나는 그때도 정말 죽어가는 상태로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대답함
그랬더니 아저씨가 그냥 편의점을 나가심

아프다니까 나를 배려해서 나간 건가... 생각하면서
또 엎드려서 죽어가고 있었음


근데 몇 분쯤 지나고 갑자기 눈 앞으로 뭐가 탁! 놓여지는 거임
봤더니 아까 그 취한 아저씨가 뛰어오셨는지 헉헉거리면서
나한테 병에 들어 있는 해열제를 내밀었음 ㅠㅠ
보자마자 눈물이 펑펑 터지더라...


내가 계속 울기만 하니까 아저씨가 빨리 먹으라고, 먹고 아프지 말라고
그러시더라ㅠㅠ
해열제 봤더니 아기 캐릭터가 그려진 유아용 해열제인거야ㅠㅠㅠㅋㅋㅋ
가격표도 붙어 있었는데 모르는 편의점 알바한테 사주기엔 좀 비싼 값이었음ㅠㅠ


내가 너무 감동 먹고 나도 모르겠는 감정들이 막 차올라서 계속 울다가
아저씨가 사다주신 정성이 있으니까 뚜껑 까고 꼴깍 꼴깍 마심 
다 먹고 나니까 아저씨가 나한테 술취해서 정신 없으신데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


여기 오는 손님들은 너를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너는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고
남들 눈에 여기 있는 너는 그저 편의점 카운터일 뿐이겠지만
아니라고
너는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울지 말고
아프지 말고 
힘내라고


이 글 쓰고 있는 지금도 가슴이 막 뛰면서 눈물난다ㅠㅠ
그당시 정말 스무살 청춘이 이런 건가
맨날 편의점에 갇혀서 그런 생각만 했었는데
아저씨 덕분에 진짜 너무 힘났었어ㅠㅠ


혹시 그때의 나 같은 덬이 있다면
아저씨가 나한테 해주셨던 말 새기고
힘냈음 좋겠어!
 
글이 너무 긴데 다 읽어줘서 고마워!!

목록 스크랩 (0)
댓글 26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아시아 최고 판타스틱 장르 영화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예매권 이벤트 173 06.21 30,73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444,21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219,49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695,250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2,920,657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9168 그외 가구 배송기사에게 짜증나서 브랜드까지 싫어진 중기 또는 후기 15:33 130
179167 그외 피어싱 매일 빼는지 궁금한 후기 3 15:07 135
179166 그외 입사 직전에 뭘 하면 좋을까 추천받는 초기!! 3 14:36 126
179165 그외 이사를 앞두고 가전 알아보는 중기 + 써큘레이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궁금한 초기 1 14:29 116
179164 그외 동네뒷산가면 담배피는 사람많아서 열받는 후기 5 14:11 257
179163 그외 백수가 된 나의 일과를 보고하는 중기 1 13:40 421
179162 그외 실외기실 있는 신축 아파트에 사는 덬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 초기 14 13:40 383
179161 그외 정신질환 없는 덬들 &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덬들에게 궁금한 게 있는초기 15 13:05 409
179160 그외 팝업식당 선물 추천받고 싶은 초기 2 12:31 228
179159 그외 경차 운전 후기 3 12:26 436
179158 그외 사소한 소리들이 너무 스트레스인 중기 8 11:24 482
179157 그외 3개월마다 치매 관련 진료받으러 서울오시는 중기 (1년째) 2 10:07 709
179156 그외 집들이 메뉴 추천해주라! 4 07:26 691
179155 그외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나는 열심히 안산다고 하는 후기 37 04:23 2,563
179154 그외 어쩌다 태어나 힘들게 지내야하는지 모르겠는 중기 5 02:24 1,038
179153 그외 매복사랑니 발치후기 1 02:23 298
179152 그외 가장 잘 나가는 아파트가 어디야? 초기 7 00:43 1,379
179151 그외 정신과약 5년째인데 차도가 없는 후기 6 06.22 1,064
179150 그외 오늘 덬들 습했는 지 궁금한 초기 19 06.22 998
179149 그외 미용실 as요청해본 덬들…. 7 06.22 1,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