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한달 가량하고 퇴원해서는
통증 없이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날이 올까
흉터는 언젠가 없어질까
정신적인 충격 때문인지 인지능력이 떨어져서
아는 사람 못 알아보고, 집중 못 하고, 억지로 웃고
무엇보다 몸 아플 때 마다, 잠 못 잘 때마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는데
사고 반년 지나 형사합의금 받고, 재판 판결 나오니 잊고 살게 됨
사고 경위 / 치료 과정 / 합의, 재판 과정 / 물리치료 등
주변사람 만나면 물어볼 때가 많아서
이것도 컨텐츠?다 생각하고 이야기 먼저 하고 그랬는데
물리치료 끝내고 PT 열심히 하고 몸 회복하니
더 이상 사고이야기 꺼내기도 싫어져서 이젠 먼저 이야기 안 꺼냄.
간만에 만난 사람들이 “이제 괜찮나요?” 먼저 물어보면
“운동 꾸준히 하다보니 다 회복했어요” 이렇게 말 하는 정도
부모님, 친인척, 남편, 시부모님
다들 마음 + 시간 + 돈 써가며 나랑 애 살펴봐줬던거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나머지
내가 바로 보답해야 할거 같고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 느낌이었는데.
감사한 마음만 잘 간직하고, 평상심으로 잘 돌아옴
겉으로는 크게 티 안 나도 몸과 마음은 회복이 안 되었는지
쉽게 화나고, 쉽게 짜증나고, 쉽게 예민해져서
퇴원 몇달 후 아이 친구 놀러왔는데
발걸음 소리에도 내가 잘 못 버티길래
무리하지 않으려 반년 넘게 집에 손님도 안 왔는데
어느순간 다 괜찮아짐. 재판 별거 아닌거 같아도
약식으로 벌금만 낸거 보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컸음
가해자도 늦게나마 스트레스와 피해를 받았다는게 위안이 됨.
물리치료 받으러도 안 가고, 보험사 합의 아직 안 했지만 연락 안 오고
몸도 마음도 전이랑 90% 는 똑같아 지다보니.
없었던 일 처럼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무언갈 꼭 해내야겠다는 마음도 흐려졌는데
죽을뻔 했다고 생각했을 때, 못 걷는다 생각했을 때
불타오르듯 떠올랐던 감정이랑 목표를
어디 써뒀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은 조금 있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