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모종의 이유로 인한 항생제 복용 약 2주차
아래쪽이 간지럽고 따갑기 시작했어
소변 볼 때면 더 심했는데 처음엔 방광염이 재발했나 했지만 경험상 그건 아닌 것 같았고(물론 나는 의사가 아님)
구글링해보니(물론 구글 맹신하면 안 됨) 항생제 복용이 질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길래 불안버튼 on...
아니 인간 몸 왜 이렇게 되어먹었냐고 이유는 알겠는데 한쪽 고치려다가 다른 쪽 문제 생기는 건 이상하잖아
수요일
그동안 애써 불안감 누르며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한 것도 소용없이 전혀 나아지질 않았어
이때부터 집 근처 산부인과 찾아보기 시작함... 그 주 토요일엔 오전부터 일정이 있어서 다음주에 가야겠다 생각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심각성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음
갈만한 곳 후보 두 곳 추렸는데 A병원은 집에서 가까웠지만 남의사가 진료하는 곳이었고 B병원은 집에서 좀 멀지만 여의사가 진료하는 곳이었어
목요일
회사에서 하루종일 너무 아프고 불편했어
퇴근하고 집 와서 아래쪽 뒤적거리면서 살펴봤는데... 질이랑 음순 사이? 그쪽이 뻘개져 있었음
혹시나 해서 휴지로 살살 눌러서 확인해봤는데 피가 묻어나더라
좆됨감지기 on
금요일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 회사 근처에 퇴근하고 나서도 운영하는 산부인과 있나 찾아봤는데 그나마 있는 곳은 미용 목적으로 소음순 수술하는 걸 주력으로 삼는듯하거나 리뷰가 아예 없거나...
이건 무조건 토요일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A병원에 전화해서 혹시 예약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예약은 따로 안 받고 오픈시간 맞춰 오면 사람 별로 없다고 했어
이날도 하루종일 아프고 불편했음
토요일
일정은 11시였고 병원 오픈은 9시였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 다 끝내고 시간 맞춰서 병원 갔어
가니까 내가 첫 환자였고ㅋㅋㅋ 접수하고 나니까 카운터 옆에 딸린 방에 들어가서 문진표 작성하게 하더라
성관계 경험 있는지 임신 경험 있는지 생리 주기랑 양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문진표 작성하고 좀 지나니까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어
의사랑 간단하게 대화하고
탈의실 들어가서 아래만 치마로 갈아입고
의자에 다리벌리고 앉으면 준비 끝
받침대(?)에 다리 올리는 게 조금 어려웠음 이런 자세를 해볼 일이 있어야 말이지...
나도 정말 웬만하면 산부인과는 여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때는 너무 급했고... 날 치료해주기만 한다면 누구든 괜찮았어
그리고 어차피 천 같은 걸 덮어서 나랑 의사 사이 차단해주어서 별로 의식도 안 됐고
육안으로만 진료한 거라 오래 안 걸렸고 의사선생님 말씀하시길 내가 아팠던 건...
아래가 너무 건조했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건조하면 아프고 따갑지 피도 날 수 있지 근데 이거였다고요? 일주일간의 맘고생이 싹 씻기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ㅋㅋㅋㅋㅋ 나 진짜 오만 생각 다 했거든
청결제 같은 거 사용하지 말고(안 쓰지만..) 너무 자주 빡빡 씻지 말라고 하면서 먹는 약이랑 연고 처방해주셨어
진료비 6500원 약값 5300원
총 11800원 들었고 마음 편하게 오전일정 갔어!
tmi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한테 사실은 이랬었다~ 큰 병 아니라 말 안 하고 넘어가도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엄마한테는 말해주려고~ 하고 얘기해줬는데 짠해하더라... 언제 이렇게 커서 산부인과도 혼자 가냐면서...
엄마... 엄마 딸 곧 서른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