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23살이고 대학은 따로 안 나왔음 그냥 특성화고에서 졸업 전부터 일하다가
중간에 퇴사도 하고 다시 일하고 그러면서 살았음
6월에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안 좋은 일이 많아서 가진 돈으로 일주일 전에 자취를 무턱대고 시작함
집은 정말 맘에 들어 깔끔하고
본가에서는 내 방이 너무 좁아서 꾸밈이라고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내가 꿈꿨던 것처럼 예쁘게 꾸며 뒀어 다 좋아 좋은데
돈 쓰는 걸 원체 병적으로 무서워하는 성격이라 여기서 오는 불안감이 장난 아냐
꼴에 쓸데없는 자존심만 넘쳐서 이사하던 날에 엄마가 챙겨 주던 용돈도 두고 오고 그랬으면서
하루하루 필요한 것들 살 때마다 줄어드는 잔고를 보면 불안함
웃긴 게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최소 두세 달 길면 여섯 달 이상 쓸 수 있는 돈이고
냈던 보증금은 어차피 나에게 돌아오는 돈이니까 내가 지금 가진 돈을 다 써 버린다고 해도 나는 0이 되는 게 아닌데다
앞으로 어디서든 일만 한다면 돈이야 다시 모으면 그만인데도 불안감이 사라지지를 않아
웃겨 진짜... 매일 나의 미래와 지난 과거에 대한 불안과 후회에 잠겨 사는데
내가 이딴 걸로 고민해 봤자 당장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유머임
그럼 생각을 그만하면 되는데 왜 자꾸 하니? 라고 하면 돈에 대한 계산이 너무 습관적임...
그럴 거면 자취를 왜 했니? 가족이랑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더는 미룰 수 없었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고 싶은데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고
잘하게 되려면 돈이 있어야 학원에 다니고 할 텐데 그것도 고통이고
아무튼 그런 웃긴 나날을 보내는 중
자취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벌어 뒀던 돈 다 써도 괜찮으니까 푹 쉬자! 라고 스스로랑 약속했는데
습관적인 땅굴파기를 멈추기가 쉽지가 않아서 모순적인 생각을 매일매일 함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까지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시키지 않았는데
엄마가 나한테 돈 줄 바에 엄마가 쓰지 싶어서 용돈도 받기 싫고 내 돈도 파먹기 싫고
그럼 일을 해! 그치만 날 대체 어디서 받아 줄까...
어릴때 학원을 보내달라고 할걸 수학학원을 다녔으면 특성화고 안가고 대학 가려고 노력했을텐데
친언니는 여태 일도 안하고 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매일 게임 친구들이랑 디스코드로 하하호호 하는데도 삶에 딱히 걱정 없어보이는데 왜 나만 이딴식으로 사고회로가 생겨버렸지 이런 생각도 들고
ㅈㄴ 도돌이표
웃김 이 글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한 후기...
를 적고 나니까 나는 조직에서 인정받아야지만 살 수 있는 사람인가 보다
뭔가 인정욕이 너무 많은 사람인 것 같음을 깨달은 것 같은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