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현지 사정으로 개인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게 되었어
내 개인 취향에 맞는 투어를 맞춰준다고해서
가이드님이랑 수다떨면서 여긴 이런거고 저긴 저런거고
지나가던 동네 할아버지랑 인사하고 그할아버지 개 똥개아니구 품종견인데 어쩌구
이런 소소하고 쓰잘데기없는 대화들이 오고가다가
예쁜 스팟 나오면 사진찍어주시고
한껏 예쁜척하다가도 가이드님이 웃기면 웃고 뭐 그러면서 사진을 찍었어
나는 사실 사진도 잘 안찍고 거울도 잘 안봐
거울은 집에서 나오기위해 화장하려고 한번 보지 굳이 보기싫거든 못생긴 내얼굴
나 얼빠인거 내 얼굴에도 적용 돼가지고 진짜 꼴뵈기싫었음
특히 치열이 고르지 못해서 영구같이 보이니까 사진찍을때 입벌리고 웃는거 너무너무 싫어하거든ㅠㅠ
근데 이런 내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사진을 이렇게 찍겠다고 난리였는지 모르겠고
투어하면서도 사실 아 이거 보정도 안해주는건데 못생긴 나 사진 잔뜩 가져다 뭐하겠다고
이 졸라비싼 개인 가이드투어를 했나
한껏 예쁜척하고 찍고 보정까지 한 스냅도 다 망했는데ㅋㅋㅋㅋㅋㅋ
약간 현타도 왔어
오늘 사진을 드디어 받아서 열어봤는데 거의 천장 넘게 칙혔더라구
초점나가고 눈감은거 다 정리하고 나니까 한 700장 정도 남았는데
가이드님이 여기선 시크한 것 보다 한껏 웃고 밝게 찍은 사진이 훨씬 예쁘다고
웃으라고 자꾸 하셨는데 솔직히 웃기싫었거든ㅋㅋㅋ치아 보이는거 싫어서
그래서 어색한 미소만 계속 짓다가 그래도 가이드님이 자꾸 날 웃겨서 많이 웃긴 웃었는데
정리하다보니 겁내 빵터진 사진이 엄청 많더라구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게 나쁘지않더라 뭔가 각잡고 이런저런포즈 하세요 한 사진도 있지만
진짜 자연스럽게 도촬당한 사진도 되게 많은데
그거보면서 아 나 이럴땐 이런표정이고 이런땐 이런얼굴이구나
이런 각도에선 이렇게 보이고
개빵터진 사진이 의외로 엄청 못생기지 않았고 보기에 나쁘지않네 싶다고 느꼈어
그래서 빵터진 사진들 원래라면 싹다 제거했을텐데 삭제 안하고 거의 남긴것 같아
나 되게 행복해보임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지인들이 어디 모자라보이니까 그렇게 웃지마라 이런얘기도 했어서
더 사진찍을땐 자제했던 것도 있는데(평상시엔 그냥 영구같이 웃습니다만)
이렇게 보니까 웃는것도 나쁘지않네
물론 치아보정은 좀 하고싶단 생각이 안드는건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거나
뭐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교훈을 얻는다거나 이런거 다 개소리야~~~
그냥 돈 많이쓰고 재밌자고 하는짓 아닌가 이런 생각 했었는데
의외에 곳에서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아간 느낌이 들어
첫 혼자 해외여행 우여곡절도 많았고
출발 전부터 이런저런 감정상할 일도 많았었는데
좋은거 얻어가는 기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