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말해 엘리트적인 삶을 살아왔어.
대학도 일류, 남자도 일류, 직업도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
그러다가 남편 발령으로 외국으로 와서 살게 되고, 딩크로 오래 살다가 나이들어 아이를 가지게 되었지.
처음에 이 아이를 낙태할까 고민많이 하다가, 이렇게 생긴 아이, 나에게 인연이고 선물이겠지 싶어서 낳았다.
처음 낳았을 땐 힘들기만 하고 별로 이쁜 줄도 몰랐어.
나름 좋은 외모를 가진 나와 남편의 아이라기엔 그냥 그렇게 다리 짧고 이쁘지도 않은 아이였거든.
그러다 점점 아이를 키워나가면서 너무너무 사랑하게 됐어.
남편하고의 유대도 커지고 정말 아이가 너무 예뻐서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그러다 아이가 만 두살 지날 무렵, 다른 아이와 많이 다르단 걸 알게됐어.
처음엔 외국에서 키우니까 말이 느린가 했는데....
얌전해도 너무 얌전하고 반응없는 아이의 행동에 불안감이 느껴졌어.
근데 인정하지 않고 점점 나아질 거야 고집피우다
아이가 만 세살 된 기념으로 간 여행에서 또래 아이들과 너무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는 아이를 보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남편과 함께 울면서 이 아이가 보통과는 다름을 인정하게 됐지.
그러면서 나는 특유의 모범생 기질로 이야기를 고칠수 있다고 생각했다.
있는 돈 없는 돈 국가지원 다 받아가며(외국) 치료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
다행히 아이는 지능이 높은 편이라 말문도 트이고 나에게 희망을 줬지.
그 안에 나는 살도 30킬로나 찌고 스트레스성 심장병도 생기고
남편은 우울증에 한국에 있는 재산도 다 날리고 우리는 가난한 중년 부부가 되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워.
처음 말도 못 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것과 달리 학교생활도 비교적 무난하게 하고있어.
하지만 친구와의 관계가 어렵고
늘 패턴적인 사고방식
자폐가 분명한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모습을 보면 가엽고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
지능이 높은 만큼 자신의 상황 을 인지하고 한계를 깨닫기 때문에 자신이 남들과 다름에 자존감은 점점 깎여가.
늘 오해받고, 잘난척하는 어두운 아이로 주변에서 외톨이가 되어있어.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
오늘 아침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또다시 로보트처럼 같은 말만 되뇌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절망감을 느낀다. 친구하나 없이 저렇게 보내는 아이의 삶이 과연 어떨까...
아이는 엄마랑 아빠만 있음 된다고 늘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만으로 과연 족할까?
내가 죽고 나서....저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이 옳았을까?
지금 내 선택에 후회는 없나......
아이는 이쪽 국가 말만 가능해.
그나마 장애인에게 관용적이 분위기의 이 나라에서 키우기로 결심하고 실해에 옮긴 결과야.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이미 여기선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
가끔 나는 아이가 나 없는 세상에서
세상 모두에게 상처받고 버려지는 꿈을 꾼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 아이....
내가 건강해야 하는데 나는 점점 늙어가고 바스러져가고 있어.
아이와 남편이 잠시 외출한 사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그냥 휘갈겨 써.
행복해지고 싶어.
하루라도 아이와 더 오래 살고 싶다.
그러려면 나도 노력해야겠지?
노력하지 않는 삶을 살아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냥 숨만 쉬고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