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말 글 처음 써봐…
이번 학기부터 일반대학원 석사 과정 시작했어
여긴 일반대학원인데도 직장인이 많아서 전문대학원처럼 야간이랑 주말에 수업이 있어
나도 전공 관련 직장인이고 회사에서 시간 빼줘서 주 2회 학교 가고 강의 3개 들어
특이사항은 매번 수업 때마다 편도로 기차 3시간 타고 서울 가서 수업 듣는 것 정도…
처음에 대학원 지원한 이유는 회사 일도 무료하고 직무 관련해서 레벨업하겠다는 생각이 컸지
회사에서 대학원 정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건 아닌데 이직할 때 내세울 게 없어서 회사가 워라밸 좋은 김에 대학원 결정한 것도 있었어
근데 합격 후(11월) 등록 전(2월)까지 갑자기 공부가 자신이 없어져서 엄청 고민이 되는거야
딱히 하고 싶은 연구도 없고 매번 고생해서 서울 갈 정도로 가고 싶었나 생각이 엄청 많이 들고
그래도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고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일단 해보자 하고 입학을 했지
근데 생각보다 너무 힘든거야
교수님 컨택이 필요없어서 아는 사람 없이 새로운 학교에 왔는데, 대학원이라 그런지 OT도 없고 공지도 없고 같은 동기도 없고 나만 이렇게 동 떨어져서 입학하나 싶고
실제로 수업 가니까 석박사 다 섞여서 수업 듣고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따라가고 있어
안 그래도 불안한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겠는거야
왔다갔다하는 건 체력적으로 힘든 건 모르겠는데 서울이 싫어서 막 눈물 날 정도로 귀소본능이 들어
나 회사 싫어하는데 요즘 회사 가면 오히려 안심되더라 직장만 다니면 정말 편하거든 많이 고인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이제 과제랑 발제하는데 진짜 너무너무 어려워서 책을 펴는게 무서워
안 그래도 영어에 자신이 없는데 원서 번역 발제 하고, 사례 비교 분석하고, 소논문 쓰려니까 진짜 미치겠는거야
자료를 응시하면 까만건 글자요 하얀건 종이요 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분석하지 생각도 들고
공부하면서 성취하는 즐거움이 있다는데 그건 다 모르겠고 자꾸만 숨고 싶어
방금까지도 못 하겠어서 울다 지쳐 기차에서 글 쓰는 중…
난 나름 입시 공부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거든
최상위권 대학 졸업하고 전문 자격증 따서 일하고 엄청 좋은 자격증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하고 살고
대학이랑 자격증 수험 때마다 매번 공부하기는 싫었는데 이번처럼 진저리 날 정도로 울고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
울면서 그래도 해야지 대학 가야지 먹고 살아야지… 했는데 대학원 공부는 내가 이걸 왜 하나 싶더라고
차라리 서울이 아니라 사는 곳 주변 대학원을 갔으면 덜했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대학원 공부 자체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여태까진 시험 공부를 잘 해왔던거지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의 내 머리랑 또 다르니까…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좋은 분들이라서 이런걸 적극적으로 밀어주거든
나만 덜덜 떨고 울면서 못 하겠다고 하고 병원도 가고 상담도 가고 그래… 하루에도 너무 많이 울어서 진정이 잘 안 돼 가슴도 두근거리고
어떤 말을 들어도 자신이 안 생기고 자꾸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앞서더라고
종국에는 학교를 그만두는 걸 넘어서 그냥 생을 마감하고 싶더라
그만두는 건 학교나 회사면 되지 왜 인생을 그만두려고 하는건지 내가 날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내가 좀 한심해 남들은 다 좋다는데 왜 너만 그러니하고 스스로 다그치기도 하고 그래
글 쓰면서도 내가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걸까? 싶어
너가 그렇게 힘들면 그만둬~ 라는 답을 듣고 싶은건지, 꾹 참고 한번 해봐~ 라는 답을 듣고 싶은건지 나도 날 잘 모르겠어
이렇게 적으면서 나도 머리를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듣고 싶고 그래서 적어봐
그만 울어야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