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선 월급이 계속 밀려서 퇴사하는건데 내가 사직서를 냈으니 실업급여는 못 준다고 하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데 조카들 방학이라 할머니 집에 와 있어.
새언니가 나 관둔다니까 기뻐하더라.
우리 애들이랑 놀아주면 되겠네요? 하면서.
내가 집에가면 어쩔 수 없이 애들 케어해야해. 오빠 새언니 엄마 모두 다 일하니까.
그러면서 그 누구도 내게 감사인사해준적 없어.
새언니 산후조리도 내가 했고 애기들 분유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놀아주고...
여태껏 그렇게 살았어.
엄마도 마찬가지야. 내가 찬거리 사가거나 가전제품을 해줘도 고맙단 인사도 안해. 그래서 서운하다고 하면 말을 해야 아냐고 그래.
서른살 중반 넘어서 모아둔 돈도 많지 않고 취직외에는 이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날 빙법이 없어.
끈임없이 일을 했는데...돈이 없어. 돌이켜생각해보니 심각한 우울증으로 알콜리즘에 빠져살았었거든.
지금은 술 끊었지만. 아무튼 그거때문에 돈이 없는 거 같아. 진짜 한심하지?
그래도 사랑받고 싶어서 가족들에게 많이 퍼줬어.
그러다 지금 남친 만나게 됐고 뭘하든 나 먼저 챙겨주는 모습 보니까 울컥하더라. 내가 그 동안 외로웠구나 싶어서.
남친도 나도 나이가 있어서 결혼 생각을 하는데 그 이전에 먼저 동거해보고 결혼하고 싶어...
비겁하다는 거 알지만 도피하고 싶은건지도 몰라.
난 어딜가든 내 집은 없다고 생각했어. 부모님집에서도 온전히 편하지 않았고 회사 기숙사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남친집에 놀러가니까 너무 편하더라. 진짜 이렇게 편한 기분은 처음 느껴봤어.
난 늘 홈리스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내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신중하라고 얘기해.
근데 이제는 서로 감사할줄 아는 사람하고 같이 있고 싶어.
전에 비가 와서 약속이 취소된적이 있는데, 우리가 함께 집은 약속인데도 남자친구가 날짜를 이렇게 잡아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더라.
그 날 비가 갑자기 내린건데도...
나는 그렇게 배려받아본적 없었어.
맘같아선 그냥 결혼해버리고 싶어. 동거문제에 대해선 남친은 좀 더 생각해보자고 하는데 나랑 결혼은 하고 싶어해.
너무 우울해서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데 돈 생각하면 그게 힘들어.
참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그냥 죽어도 아쉽지 않겠다 싶을만큼.
우울증 치료는 이미 받고 있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답답하다.
그나마 아빠랑 얘기가 통하는데 아빠랑 얘기해봐야 할까.
너무 답답해서 여기 글 올려봐.
무슨 얘기든 듣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