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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소개팅 두 번째 만남에 사귀기로 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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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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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따지자면 첫만남에서부터긴 한데...
아는 분 소개로 한 남자분과 카톡을 하게 됐어. 관심사가 얼추 맞더라구.
일도 많고 마침 오프가 돌아와서 밥 한번 먹자고 내가 제의를 했어.
같은 동네에 살아서 난 가깝지만 분위기가 있는 곳을 생각했거든. 파스타집이나 카페나 뭐 그런데 있잖아.
근데 그 분이 장어나 국밥을 먹자고 하더라고.
나도 30대 중반이긴 한데 이분은 나보다 나이가 더 있어서 아저씨라 그런가ㅎㅎ, 그렇게 생각하고 장어먹기로 했어.
첫인상은 좋더라. 말끔하게 꾸미고 나온 티가 났고, 상대방도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더니 좋다고 하더라.
그 사람이 여태껏 만나며 가장 많이 한 말이
'내가 원래는 안 그러는데...'였어.
내 얼굴을 보면서도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데 ㅇㅇ씨 얼굴은 확 들어온다고. 특히 입술을 깨물때가 너무 귀엽다고 하더라구.
식사도 잘했고 말도 잘 통해서 내가 카페를 갈까요, 하고 물어보니까 요 근방에는 별거 없으니 좀 멀리가자고 하더라구.
네비 찍었는데 43km...내가 너무 멀다고 해서 중간에 내려서 카페에 갔는데 요거플래소ㅋㅋㅋ요거플래소 우리 동네에도 있는데ㅋㅋㅋ
전에 친구가 나한테 한 얘기가 떠올랐어.
서울까지 가서 친구 만나는데 스타벅스 갔다니까 다른 친구가 그걸 듣더니 서울까지 가서 간다는 게 스타벅스냐고.
그래서 나는 아무곳이나 친구와 수다떨 수 있음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거든.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나면서 이 사람도 나랑 비슷한 성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리고 카페에서도 한참 몇시간이고 얘기를 했어. 군대 얘기, 전에 만났던 연인들 얘기.
그렇게 한참 얘기하다 어두워져서 가자고 하니까 밥 먹고 가자고 해서...근데 내가 요새 위장이 좀 안 좋아서 저녁생각은 없다고 하니까 그럼 간단하게 먹자고 하면서 분식집으로 갔어.
거기서 또 한참 얘기를 하다 나한테 고백하더라고.
나는 여자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서툴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그러자고 했어.
그리고 한동안 카톡으로 연락하고 걍 사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게 재미있었어.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서 그 사람이 갑자기 자기 집에 가서 밥 먹자고 하더라구.
그래서 아, 두번째 만남에 집에 가는 건 좀...그렇다고 하는데 김치볶음밥 잘한다고 가자고 해서 같이 장보고 집으로 갔음.
가는 길에 부모님 집도 소개시켜주더라구. 부모님하고 같은 동네 살고 있더라.
근데 본인도 즉흥적으로 생각한건지 집이 생각보다 너저분...
나는 아직 준비도 안됐는데 집에 와서 좀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어.
어쨌든 투박한 김치볶음밥을 해줘서 먹고 같이 소파에 앉아있는데 묻더라구.
뽀뽀해도 되요?
그래서 내가
아니요.
하고 대답하니까 알겠다고 하더라구.
차에서 할아버지 얘기도 했는데 할머니가 90세인데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구. 근데 할아버지가 여자편력이 있고 그런 걸 보고 살면서 자기는 그렇게 살기 싫어서 여자도 많이 안 만나고 살았는데...그렇게 말끝을 흐리면서 나를 보더라구.
난 그냥 웃었어.
그리고 같이 얘기하다가 저녁이 늦어서 집에 데려다줬어. 그리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 얘기했어.
우리 오늘부터 첫만남으로 하는 거 어때요?
물어봤더니
이미 저번부터 사귀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되묻더라구.
그래서 나는 그럼 오늘을 기념일로 하자고 얘기하고, 그 분도 웃으면서 오늘을 꼭 기억하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까 뽀뽀 거절한 게 생각나서 내가 얘기했어.
뽀뽀 한 번 해~
그러니까 진짜 뽀뽀. 입에만 살짝 하더라.
그리고 원래 뽀뽀는 볼에 하는 게 정석이라고 볼에도 뽀뽀하고.
나와서 손 잠깐 잡고 아쉬워하면서 헤어졌어.

참 이런 연애는 처음해보는 거 같아.
투박하기도 하고, 무신경한가 싶다가도 나한테 말하는 거 보면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나처럼 서툴고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별건 아닌데 부모님과 사이가 좋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
그 전에 만났던 사람들은 나한테 연락을 강요하고. 만남을 서둘렀거든.
근데 이 사람은 내가 괜찮은 때 언제든지 만나요, 이런 마인드라서 좋아.
내가 일이 너무 많아서...만남이 길게 이어질지는 몰라도...
뭐랄까 이런 기분은 거의 처음 느껴보는 거 같아. 수줍고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게...동시에 초조해지기도 하고.
내게 연인이 생겼다고 얘기하니 친구들도 나에게 봄이 오면 좋겠다고 얘기해주더라. 그게 너무 기뻤어.
지금 만나는 사람도 서툴지만 따듯한 사람인거 같아.
잘 안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노력해보려 해.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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