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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뇌졸중 걸린 부친 반년 간병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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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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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heqoo.net/2578624381

이제 정말 끝이다

마지막 기록이다 싶어 몇마디 남기려 글을 써봄
6개월 채우고 병원을 나온건 11월 초였지만 이래저래 바빠서 이제야 글 쓸 짬이 났네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좆같고 씨발스러웠던 반년이 끝났음
결론부터 말하면 최악이었어
나 혼자 병원 탈출함^^
부친은 여전히 병원에 있고

우는게 스트레스를 풀기에 가장 빠르고 경제적이라는걸 깨달은 반년

일과 간병을 병행하려니 매일 매일 죽고싶었지만 

어찌저찌 부친 혼자서 몇 걸음 떼게 만들고

죽을똥 살똥 이어간 본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래
간병인에게 간병을 맡기고 난 일에 전념하려고 집으로 돌아왔음


그런데 내가 간병에서 손을 뗀지 딱 한달만에 집안 식구들은 아빠를 요양병원에 갖다 넣음
바로 어제 ^^
간병비 너무 비싸다는게 그 이유였음
그 간병비도 절반은 내가 낸거였는데

사실 요양병원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내가 다시 간병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긴 했어
병원비도 내 돈으로 내고 
해왔던대로 그렇게 하면 요양병원에 아직은 보내지 않겠지 싶어서

그런데 문득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는게 나 뿐이라는게 너무 기가 막혔음
다시 돌아가면 기껏해야 한달에 하루쯤 간병 교대해주는 것 말고는 제대로 도움도 주지 않을텐데
왜 나만 알콜중독자에 혈관성 치매까지 갖춘 애비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보려고

가망도 없는 재활에 매진하느라 뼈가 으스러지고 속이 썩어문드러져야 하나 

간신히 잘 풀리려는 커리어에 지장을 줘가면서까지 
그래서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고 손 뗌 ^^

술과 담배로 뇌졸중 발병해 반병신 되어 내 인생 발목을 잡은 부친이나
평생을 돈 타령 하다 남편마저 돈 처먹는 귀신 되니 주저없이 내팽개치는 모친이나
정말 부모 복은 존나게 좋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4월 30일부터 11월 초중순까지 꼬박 반년간 좆로나 때문에 이틀 이상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병원 생활을 함

공교롭게도 퇴사 당일 밤에 발병한 부친 덕에 자유가 된 기쁨을 만끽하긴 씨발 졸지에 환자 뒷수발을 들게 됐었지
그 와중에 재택근무 시킨 전직장 사수님 존나 고마워요 씹새끼야^^

뇌졸중은 발병 직후를 급성기로 해서 1-2주 동안 집중 치료하는데 
이 때 수술을 하거나 약물을 써서 혈전 제거, 혈압 낮추는 데에 주력함
저 때만 해도 "아 씨발, 존나 힘들다", "저거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며 속으로 앓는 소릴했는데
씨발 차라리 집중 치료 때는 몸이라도 편했지

이제 급성기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재활 치료를 시작하게 됨
그 때부터 보호자에게는 쌩지옥인거였음 
급성기에는 환자가 함부로 움직여서 혈압이 올라가거나 하면 안되니까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시킴
그러다보니 보호자도 특별히 할게 없고 병원에서 좆같은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으면 될 일이었음

하지만 재활병원으로 전원을 하게 되면 상황이 완전히 바뀜
매일 30분 단위로 이어지는 재활 스케줄에 휠체어 미느라 도가니가 빠질 지경이었음
와중에 일까지 해야하니 정말 내가 어떻게 살아있지 싶었는데 그 짓을 6개월 했구나

밥은 스스로 떠먹고 걸어서 화장실 정도는 가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1년은 잡아야 됨
그것도 짧게 잡아서 그 정도임
나라에서 뇌졸중 치료에 차도가 있다고 지정한 기간은 발병 후 최대 2년까지임
다시 말해 그 기간이 지나면 보험 수가가 적용 안됨
어떻게든 2년 내에 치료를 마치지 않으면 피같은 쌩돈 내며 치료를 해야되는 것

나덬은 원래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었고 
원래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이니 간병하면서 내 커리어 이어가는건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 싶었지

솔직히 하고 싶지 않긴 했음
일하면서 간병이라니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발병하면 대체로 사람 구실 못하는 채로 사는게 태반인데

가뜩이나 지 좆대로 술 처먹고 담배 처피우다가 뇌졸중 걸린 알콜중독자 애비인데
뭘 그리 돈과 시간을 처들이냐 싶긴 하지


그런데 식구들은 아빠를 요양병원에 바로 보내버릴 궁리만 하니 도저히 납득이 안 가서 보호자를 자청함

그 때는 식구들이 비빌 언덕이 되어줄거라고 착각하기도 했고

어쨌건 내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반년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나섬
선택지가 아예 없으면 모를까 아무 것도 안 해보고 곧장 요양병원에 내팽개치는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긴 한데 보람도 없지만 후회는 없음
할만큼 했다 생각하니 아쉬울 구석도 없고


아, 병원비도 내 돈으로 다 나감 ^^

뭐 진단금이 초기에 나오기도 했고 실손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거니 했는데
아무리 실손이 있다 한들 최소한 10~20%는 자기 부담금이 있고

외래 진료는 시시때때로 나가야하니 추가 지출이 있을 것이며 
비급여 치료가 만만치 않다는걸 간과했던거임
거기에 식비에 생필품 비용 같은 자잘한 것들까지 하면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남

 
그나마 하고 있던 일이 그럭저럭 순탄하게 풀려서 
목돈이 들어온 덕에 마지막 병원비에 2주간 간병비로 근 천만원 가량을 내가 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달이 되자마자 요양병원행이라니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더라


요양병원으로 옮긴다는 이야기조차 보내기 딱 이틀 전에 통지하듯 전함
"요양병원 보낼건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일요일에 간다."
이미 어느 병원으로 갈 지 결정을 다 내려놓고 무슨 요식행위 하듯 내 의사를 물어보니 참 기분 드럽데

마음 편하려고 그런건지 뭔진 모르겠다만
그냥 기가 차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더니 정말 뜻대로 하더라

속 터져 죽을 것 같았던 순간은 한도 끝도 없지만

개중에 제일 황당했던건 또 따로 있었음 
몇 가지 중요한 집안일에서 내 의견을 개무시하는 바람에 금전적으로 허덕이게 된 모친이 
나한테 볼멘 소리를 해대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쌍욕을 했음
애초에 내 뜻대로 했으면 문제가 없을걸 이제 와서 내 탓을 하니까

그랬더니 대뜸 "너 망가졌어." 그러더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나덬이 생각해도 망가진거 같아서 참 말문이 턱 막혔음
그렇게 망가지게 한 사람이 저런 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실제로 간병하기 전이랑 다르게 몇 가지 미덕같은게 없어져버린 것 같은 나도 그렇고

난 이제 식구들에게 모든 정이 사라졌음
나덬이 생각하는 도리는 여기까지고
지금까지 키워줬던 데에 대한 감사는 이만하면 다 표했다고 생각함

간신히 모아뒀던 돈도 싸그리 털렸는데 식구들은 보태줄 생각같은걸 안하고 있었음
그저 당장 병원비 어떻게 하나 걱정이나 하고 있더라고
원래 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당연하게 생각하니 좀 빈정 상했음

반년이 지나고 보니 텅 빈 통장 잔고에

아무런 차도를 보이지 않는 부친에

자기연민에 가득 한 모친에

생각은 얄팍하고 별 도움 안 되는 동생 뿐이구나


손익을 따지고 보니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아서 미묘한 기분임


의지가 되어야 할 식구가 막상 내 인생 막다른 곳에서 도움이 되긴커녕 

날 만만한 희생양 내지는 착취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걸 깨달아서 다행이고


일가친척이 걱정을 핑계로 닦달하거나 필요 이상의 참견을 하는게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도 너무 나이 먹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고


핏줄로 이어진 사람들이 등을 돌리더라도

재주껏 내 편으로 만든 사람들은 대체로 내가 절박할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손 내밀어준다는걸 알아서 참 다행이고


새벽마다 바지에 오줌 싸갈기는 애비한테 호로새끼 소리 들어가며 수발 들면서
어떻게든 업무 스케줄은 맞춰서 진행했던 덕분에 벌어먹고 사는게 어렵지 않아진게 다행이고

달리 생각하면 악다구니가 생겨서 악착같이 일하다보니 결과가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나온 후로 바뀐게 있다면 

이것저것 운동을 시작했다는거랑 나를 위해서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거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쇼핑을 썩 즐기지도 않았는데
안 하는거랑 못 하는건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들데

피티 비용 비싸서 못 하고 있었는데 
병원비로 물쓰듯이 써제낀 돈이랑 비교하니까 오히려 싸게 먹히는 느낌이었어
심지어 그 돈은 다시 나한테 돌아올 일이 없겠지만 운동하는데 쓴 비용은 내 몸에 남잖아

쇼핑도 마찬가지더라
환자가 먹고 싶어하는 것, 병원 생활에 필요한 것 사느라 정작 내가 정말 가지고 싶은건 사본 적도 없었단 말이지
변변한 옷가지 한 번 사러 나가질 못해서 낡은 옷만 입고 다녔음
환자의 종속물쯤 되는 취급 받으며 기계처럼 살았는데
내가 너무 나를 괄시한 것 같길래 옷가게에서 열심히 카드도 긁어봤음
세일 안하는 물건도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산 것도 처음이고
그래봐야 간이 작다보니 얼마 못 사긴 했다만

짧진 않지만 길다고 보긴 애매한 내 인생 전반을 되짚어봤을 때
이 6개월이 내 인생 중 가장 보람이 없고 어이가 없지만
앞으로도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여러모로

아무튼 간병 후기는 여기까지임
나덬이랑 비슷한 상황을 겪는 덬들 모쪼록 힘내길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나니까
뭐 나처럼 최악의 결말이 있긴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덬들은 최소한 나보다는 나은 엔딩을 맞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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