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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신과 상담 진료 - 기분부전증 진단 받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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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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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1)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를 가보자.
요약2) 여러 병원을 다녀 보자.

나는 몇 년째 파도처럼 지속되는 우울감으로 인해 고통 받았어.
행복한 상태를 10, 보통을 0, 극도의 우울증을 -10으로 치자면
-3에서 -5정도 됐던 것 같고, 상태가 좋아져 봐야 -1 정도

죽을 용기는 없는데 죽고 싶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으며, 신체적으로도 활동성이 떨어짐은 물론 회사에서 업무할 때 외에는 무력감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음.

회사에서 일할 때는 상태가 최상. 일하는 거 너무 좋아. 왜냐면 눈 앞에 할 일이 있으니까 우울한 생각을 안 할 수 있어!

근데 퇴근하면 우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됨.

그게 너무 심해져서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고 우울감으로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던 어느 날 정신과를 갔어.


■ A병원 : 가벼운 우울증이란 진단 받음. 비용은 3~5만원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따뜻하게 내 말에 반응해주는 상담사는 없었다...... 정신의학과와 상담치료는 다른 거란 걸 알았음에도 그래도 좀 따뜻함을 기대했었나 봐.

하여튼 그럼에도 펑펑 울면서 힘들다고 하니까 무슨 테스트를 하라고 함.
한 30분 정도 테스트 작성하고 약 받고 결제하고 집에 감.
테스트 질문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기력하다 :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 그렇다/아니다' ... 이런 종류였어. (정확하지 않고 저런 느낌의 질문들이었단 거야.)

아, 그리고 뇌파 검사 같은 것도 했었어.

그리고 일주일 후 재방문했는데 의사가 내가 이전 방문 시 테스트 답변한 걸 하나하나 짚으며 읽어주더라고.

'음.... 이 질문엔 이렇게 답변하셨고요, 저 질문엔 저렇게 답변하셨네요......'

내가 일주일 전에 작성한 거잖아? 내가 뭐라고 답변했는지 내가 이미 아는데, 해석을 하거나 평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나하나 '이걸 고르셨네요.'라고 읽길래 왜 이러나 싶었음.

이게 무슨 시간 낭비지??? 싶었는데 나갈 때 또 무슨 서류 한 봉지 주면서 다음에 올 때 테스트 작성 해오라길래 그 다음부터 안 감......

약도 먹었는데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 나쁘지는 않았던 거 같음.



그리고 몇 년 후 또 심하게 우울해져서 일상 생활이 불가해짐 (여전히 일하는 건 좋아함)

그래서 찾아간 B병원.



■ B병원 : 기분부전증 진단 받음. 비용 9천원~18,000원


누가 봐도 오래 된, 옛날 동네 내과 같은 병원에 머리 희끗한 나이 많으신 의사샘이 내 가족관계를 메모해가며 꼬치꼬치 물어봄. 테스트 같은 거 안 함.

언니 때문에 우울해요, 이랬더니 아빠는? 엄마는? 아 재혼하셨어요? 그럼 새엄마는? 그 분은 자제가 있으세요? 몇이나 있으세요? 그 자제분들 나이는?

이러면서 호구조사를 막 하더니 마지막에 "근데 아빠랑 안 살고 언니랑만 사는데요..."라고 하니까 "아, 그래요? 같이 사는 줄 알았네." 이러더니 그만 물어봄.

그러고는 "내가 보기에 환자분은 우울증 아니에요. 기분부전증이에요."이라고 핵단호하게 진단내림.

????????

당시 나는 기분부전증이 뭔지 몰랐지만 일단 내가 우울해 죽을 거 같아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호구조사 좀 하더니 '우울증 아님. 절대 아님. 우울증 심한 사람 못 봤죠? 그 사람들은 너님보다 훨씬 말도 못하게 심함. 아예 말하는 게 다르다니까? 넌 말은 또렷하게 하잖아.' 라고 적극적으로 부정 당하니 억울할 만큼 서운함.

근데 나와서 기분부전증 증상 검색해 보니까 내 증상 같긴 해서 지금은 그냥 닥치고 그 병원 다니는 중......


<기분부전증의 정의>

기분부전증은 우울증의 한 형태로, 기분 부전 장애라고도 불립니다. 주요 증상은 우울증과 비슷하지만 좀 더 경미하며,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됩니다. 이 때문에 이 질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한 늘 우울했다고 말합니다. 

<기분부전증의 증상>

기분부전증의 증상은 강도는 덜 하지만 주요 우울증과 비슷합니다. 기분부전증과 우울증 모두 기분이 저하되거나 짜증을 느낍니다. 사물에 관한 관심이 결여되고, 에너지가 없어 보이며, 피로해 보입니다. 식욕과 체중은 늘거나 줄 수 있으며, 잠을 너무 많이 자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해지거나 비관적인 경우도 흔합니다. 자아상이 나빠져 자존감이 낮습니다.

주요 우울증은 종종 삽화로 나타나지만, 기분부전증은 아동기에 시작되어 좀 더 꾸준히 나타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됩니다. 기분부전증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우울감이 자신의 성격의 일부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나 가족, 친구 등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분부전증이 있는 사람은 주요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평균보다 높습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똑같이 기침을 한다고 해도 천식과 코로나는 다른 병이잖아?

우울증이나 기분부전증이나 둘다 우울감이라는 증상을 공유하지만 치료나 원인이 다른 거라고 나는 이해했어.

의사샘도 내가 우울증은 아니라고 했지먼 그렇다고 환자분이 우울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그 감정은 실재하고 힘들겠죠, 도움이 필요한 게 맞아요, 라고 강조하심.




기분부전증은 주로 어릴 때부터 발병하고, 은은하고 장기적으로 가지고 가다 보니 성격이 그런 걸로 오해받기 쉬우며, 특히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다는 점 등의 설명이 내가 지금 MBTI를 읽고 있는 간가 싶을 만큼 일치했어.




■ 기분부전증 진단받은 후

기분이 나아졌어.

나는 현실적인 문제(가족구성원, 금전적 문제)에 대한 끊이지 않는 걱정과 고민으로 우울하고 슬펐거든.

그래서 병원 가기 전에도, 심지어 상담 받는 중에도 정신과 약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어. (회의적인 것도 기분부전증 증상이라고 함ㅋ)

약 먹는다고 어디서 돈이 나오나, 집을 주나 뭐 하나 안 바뀌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가봤자 바뀌는 건 없을 거야. 그냥 너무 힘드니까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간 거지...

근데 뭐랄까, 기분부전증이라고 진단을 받고 나온 후에 오히려 기분이 산뜻해졌어.

내가 걱정하던 일들이 그렇게 무덤 파고 삽질할만큼 실제로 위험한 수준인게 아니라, 그냥 내 병 때문에 과대포장된 거였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 마음이 가벼워진 듯 해.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만으로도 이성이 돌아온 느낌.

그리고 약을 매일 챙겨먹고 조금 더 냉정해진 후 알게 된 건,

우울한 일과 우울한 감정은 별개라는 것.

우울한 일을 겪으면 물론 우울해지지.
하지만 그걸 얼마나 오래 가지고 가느냐, 거기서 헤어나올 수 있느냐 아니면 발목 잡혀서 일상을 빼앗기느냐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

예를 들어 운전하다가 크지 않은 사고를 겪었을 때, '응,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전은 무서워. 다시는 도로에 나가고 싶지 않아. 집 밖은 위험해. 나는 방에만 있을 거야.'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잖아?

올바른 진단과 약물 처방은, 우리가 가진 현실을 바꿔주진 않지만 현실에 무너지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어.




약 먹기 전에 내 기분은 꿈을 꾸는 것 같았어.

꿈 속에서 의심하면 의심했던 일이 벌어지잖아?

예를 들어 하늘로 높이 뻗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꿈에서 '어? 근데 이 계단이 어디까지 이어지지? 갑자기 끊기면 어떡하지?'하고 의심하는 순간 계단이 사라지고 추락하는 거 같은 거 말야.

약을 먹기 전에 나는 우울한 걱정거리를 떠올리는 순간 우울감에 젖어서 헤어 나오지 못했어.

근데 지금은 내가 계단의 끝을 의심해도 눈 앞에 올라갈 계단이 계속 보이는 기분이야.

그래서 약간 어색하기도 해.

'어? 원래 이 생각을 하면 난 원래 저 아래로 곤두박질쳐야 하는데?' 하고 무너지는 감정에 대한 대비를 했는데도 심한 우울감이 생기지 않아서 좀 어리둥절해.




음......

병원 갔다 집 가는 중에 쓴 글인데 아직도 길바닥이라 어떻게 갈음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참사로 인해 정신과 상담에 대한 필요와 궁금증이 많을듯 해서 소소하나마 내 경험 공유함.

다들 건강해.

문제 시 삭제함.


덧붙임) 우울증 관련 베스트셀러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가 진단받은 병이 기분부전증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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