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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나는 행복해지는 걸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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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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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절반에 가까워져가는 시간을,
사실 가족과 친구의 인정과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가 컸지만,
나아지기 위함에 몰입해왔다

그로인해 가정이 화목해졌다고 느꼈었다
365일 중 330일은 싸우던 가정이,
점차 갈수록 몇년 혹은 일년에 대여섯번으로 줄었다

오늘 엄마와 싸웠다
공황이 발현된 나를 구원하기 위한 가족 구성원을, 나는 이성적인 동생을 원했지만 동생 사정상 엄마가 왔다
우리 둘은 본가와 떨어진 내 자취방에서 열심히 공황이 더 심해지기 전에 본가에 무사히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는 과정에 마찰, 정확히는 엄마가 내게 엄마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닥에 눕지 않았다고 여러번 말했고 나는 지금 며칠간의 고생에 의해 그리고 어차피 누워봤자 또 다른 일을 해야하여
그리고 제대로 이불 필 힘이, 엄마 이불 펴드릴 힘 뿐이라
그거 펴 드리고 나는 대충 누웠고 그걸 엄마께 설명했고
엄마는 화를 내셨다
그 화는 서로에게 점점 커져서 엄마는 내게 심한 말을 했다
엄마가 죽어야 행복할 사람은 너다

난 오늘 엄마를 봐서 행복했다

엄마도 행복했을 것이다

여기 적지 못할 심한 발언들을 들었다


죽으러가려는 준비를 어느정도 하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엄마는 내가 강에 떨어지기 일보직전 이 모든 것은 뒤엎을 수 있는 것이었고 죽는 게 후회된다 라는 걸 깨달으며 손톱이 다 닳아 없어지고도 남도록 강의 기둥을 박박 긁다 죽길 원하냐고

엄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줬다
죽어, 살아라고 말할 선택지

엄마는 웃기게도 그 수많은 나의 인격에 대한 저주를 뒤로하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살라고 했다


나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은 1년에 대여섯번 꼴로 다투는 게 줄다싶이해온 줄어들어가는 과정도 견디기 힘들어하며,
특히 엄마와 아빠는 내게 많은 기대로 조급함으로 숨을 조여온다.

난 생각했다
내가 없어야 끝날 일 같고 나 없이 찍은 세명의 가족사진은 너무 완벽하니까
죽어서 없어야될까 살아서 없어야될까

25년간 자해를 하지 않았지만 오늘을 위해 하지 않은 건가 싶을 정도로 난 너무나도 용기있게 죽고 싶었지만

엄마가 단지 살아 라고 했다는 이유로 오늘도 난 살게 됐다

엄마는 자려고 누웠다가, 앉지도 눕지도 못한 채 서서 있는 나 때문인지 열심히 울었다

엄마의 미친 행각을 달래거나 없애려면 어찌해야하나 또 고민하다가 엄마가 가방에서 흰 알약들이 담긴 투명 봉투를 꺼냈다
난 놀라서 물어봤고 타이레놀이라했고 난 그 약에 쓰여있는 영문 글자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엄마에게 두 알을 드렸고 나도 한 알을 먹었다

정말 혹시 몰라서 동생에게 문자로 타이레놀임을 확인하고 드렸고 나도 한 알 먹었음을 남겼다

...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가다 엄마는 여배우 누구누구나 누구누구를 데려와도 너와 안 바꾼다는 말을 했다

엄마는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내 눈에도 너무나도 명확하게 여러 자기방어기제와 나에대한 사랑, 집착, 기대를 다 섞은 채, 특히, 오랜 난임 끝에 날 얻은, 본인 표현으론 우주의 절반을 얻은 듯한 그 기쁨에 대한 놓지 못한 무언가의 절규로
나에게 투박한 표현들을 해댔음을 난 너무 잘 알겠더라

엄마는 네가 진정으로 행복할 때 그 후에 행복해지겠다하셨다

이 말은, 딸냄인 내가 진정으로 트라우마와 과거, 상처들로부터,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고 영구적으로 행복하라는 말씀이셨다

이건 솔직히 멀티 플레이어를 몇년간 지속해야 엄마가 그나마 조금 안심할 일이기에 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안다

엄마 아빠의 조급함과 동생의 기대와 응원, 그리고 내 행복을 잘 조율하되 온전히 내가 행복해야 끝나는 이 지옥

예전에도 오늘도 아마 앞으로도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치유와 치료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며, 나 스스로를 실험체로 삼듯이 해결방법을 강구하던 나는,
그래도 다행인 건 방법을 바꿀 게 아닌 방향을 바꿔야함을 인지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정으로 행복해져서
그 행복을 통해 가족을 웃게 함으로써, 그걸 순간이 아닌 지속으로 만듦으로써

그렇게 끝까지 내 올바른 소임을 다하다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이 있다.
엄마가 자유로이 웃는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필수적으로 행복해야한다면
그렇게 앞으로 살면 되니까

감사히도 연장된 삶을 이제부터는 절대적으로 노력하려 애쓰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을 시작 삼아봐야지

이 가정폭력과 비극의 끝을 내야하는 건 나이기에
단순히 대를 잇는 걸 포기하고 연을 끊는 걸로는 끊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에
나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여 행복해져서 그 마음의 대물림을 뿌리 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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