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궁금하지 않았겠지만 내 개인적인 기록을 겸해 또 씀
지금까지 너무 너무 바빴는데 갑자기 같은 병실에서 확진자가 여럿 나오는 바람에
음성인 나랑 아빠한테 "너네 밀접 접촉자인데 병원에서 격리 or 집에서 자가격리"라는 선택지를 줌
그래서 그냥 추석이기도 하고 격리 당해봐야 재활치료도 못 받으니까 집에 가겠다고 함
맨날 눈코 뜰 새 없이 살다가 조금 짬이 난 김에 4개월하고 절반쯤이 지난 지금 또 글을 찜
글을 처음 썼을 때로부터 근 1달 반 가량이 지났지만 인생이 언제나 그러하듯 사이다 같은건 없음
마찬가지로 이번 글도 매우 매우 매우 거칠 것이므로 유난 떨거면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는게 좋을듯
뇌졸중이나 뇌출혈 걸린 부모나 식구를 간병하다 죽인 사람들 기사에 종종
"아무리 그래도 부모를 죽이냐", "아픈 자식의 의지는 어쩌고"라는 댓글을 보는데...
조금 거칠게 말하면
씹새끼들 다 산채로 아가리를 찢어 죽이고 싶었음
여기 와서 보면 참...가관임
병원 벽에 똥을 칠갑해놓고 찍어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만 되면 섬망이 와서 죽을 힘을 다해서 보살피는 자기 자식, 아내에게 개씨발 호로새끼니
누구랑 붙어먹은 개잡년이니 하는 쌍욕을 퍼부어가며 길길이 날뛰기도 함
사람이 그런 꼴을 보아가면서 하루에 1시간 내지 2시간 밖에 잠을 못자면 판단력이 점점 흐려짐
내가 그랬거든...^^
소중히 여기던 것들 이를테면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내가 한 말은 지켜야 한다
이런 미덕같은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는 회의가 들고
환자의 부속물이 되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계속 마모되는 것 같았음
매일 닳고 닳아서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이틀을 버텨도 이 사람이 예전의 그 모습을 찾을 가능성이 있냐?
그것도 0%에 한없이 가까움
그런 덧없는 매일 매일
그래도 내 아빠, 내 남편, 내 부인
사람처럼은 만들겠다, 내 손으로 밥 떠먹고 화장실 뒷처리는 하게 만들겠다
그 마음 하나로 질기게 버티다 버티다 못 버틴 사람들이 대부분임
그런 사람들한테 키보드 몇 줄로 찍 싸갈기는 말들
"사람이 어떻게 그래?"
그런 새끼들은 씨발 대체 뭘 해봤는데?
존나 아무것도 모르면 그 좆같은 손가락 좀 그만 놀렸으면 좋겠음
내 애비는 시쳇말로 병신이 돼서 자식인 내 속만 썩어문드러지게 하지만
속엣것이 개좆병신인 그새끼들은 안그래도 피멍든 사람들한테 병균이나 퍼뜨림
또 아내가 병들면 버린다 어쩌고 하는 댓글들도 많던데
최소한 뇌졸중, 뇌출혈 전문 재활병원에는 아내 간병하는 남편도 제법 많고 엄마 간병하는 아들도 많음
뇌졸중이란 병증 자체가 참 드러운 병임
뇌가 문제인거지 사지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고 기능 자체도 크게 이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다...!라는 희망고문을 전제로 하거든 ^^
그래서 재활 스케줄도 빡세고 그걸 어떻게든 쫓아갈 수 있는 사람이 간병하는게 최우선이니까 대체로 그렇게 하는 편임
내 자식, 내 부모, 내 배우자가 사람처럼 살기를 바라는 보통의 사람이면 다들 그럼
그리고 간병비 시세 얼만줄이나 알고 처씨부리는지 궁금하더라
좆로나 때문에 교대 간병도 쉽지 않아서 간병사랑 교대하기 어려우니 한달 꽉 채워서 간병사를 쓰게 됨
그럼 한달이 30일이니 못해도 간병비 360만원은 고정 지출로 빠져나간다는 말임
병원비가 못해도 400-500만원에 실손 처리를 받더라도 80-100만원은 나가니까
간병비+병원비는 최저 400-500만원선임
실손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조차도 기저질환 있어서 가입 못하면 쌩돈 써야됨
간병인한테 아내 맡기고 있는 한 아저씨는 주말에 면회와서 자주 못 온다고 미안해하더라
간병비에 병원비 대려니까 너무 바빠서 주말까지 일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어떤 여자 환자분은 남편더러 간병 오지 말라고 그랬대
자기만 보면 자꾸 운다면서 우는거 보면 자기가 속상해서 안되겠다고
환자 하나 있으면 가족 망가지는거 순식간임
조금 불편할지언정 가족과 한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버젓이 있는데 같잖은 식견으로 빼액거리는 꼴을 볼때마다 키보드로 아가리를 찍어버리고 싶음
말이 많이 거칠어진 걸로 눈치챘겠지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달 반이었음
누군가는 많이 회복 되어 나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도저히 답이 없다면서 요양원으로 가기도 했지
그 와중에도 끝나가는 여름이 아쉬워서 땀 뻘뻘 흘려가며 수박 한 덩이를 사다가 병실 식구들이랑 화채를 해먹기도 하고
환자 탓에 속이 시꺼멓게 썩어문드러지지만 서로 다독이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척하며 지냈음
눈에 띄게 확 좋아지진 않았지만 조금씩의 변화는 있었음
할 줄 아는 단어가 욕 밖에 없었던 환자 분은 대명사를 구사할 수 있게 되어서
아직도 욱하긴 하지만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지럼증 탓에 항상 찌푸리고 다녔던 환자 분은 어느 정도 병증이 누그러져서 방긋방긋 웃을 수 있게 되었고
글 올리기 전에 보호자 분들한테 이런 내용을 쓰려고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봤음
그랬더니 "써도 된다. 누가 됐든 어디가 됐든 우리가 어떻게 버텼는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우리 아빠는 자기 힘으로 10m가량은 걸을 수 있는 정도로 다리 힘이 회복됐음
외래진료 갈 때 이제 휠체어 없이 두 발로 택시 탈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됨
계속 곱아들던 손도 걸을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펴고 있는 상태로 지낼 수 있게 됐음
서있거나 걸어갈 때는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런 것 같고 그럴 때마다 보조기 착용해서 최대한 펴진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음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것 같지만 문제는 인지 능력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
간단히 말하면 혈관성 치매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말임
이를테면 밥을 먹고나면 식판이 있는 상태로 탁자를 걷어참 ^^ 다리 아프다고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머리에 국물 뒤집어쓰고 바닥에 칠갑된 김치국물이며 반찬 찌꺼기를 열심히 치워야됨
환자 탓할게 아님
그냥 밥 먹자마자 치워주지 못한 내가 죄인임
환자에겐 학습 능력이 거의 없거든
눈깔에 고춧가루 들어가서 눈물 줄줄 흘리며 바닥 닦는게 한달쯤 되니까
아, 다 그냥 내 잘못이네 내 잘못이야 하고 웃고 넘기게 됨
또 밤이면 한 시간 내지는 두 시간마다 일어나서 몸부림을 침
다리 근육에 강직이 온다며 침대가 삐걱대도록 스트레칭을 하질 않나
병실 사람들한테 민폐가 따로 없음
거기다 오줌이 마렵다면서 화장실에 가려고 발버둥을 침
물론 한밤중에는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데도
내가 완전히 곯아떨어졌을 때 몰래 나갔다가 무릎 관절을 다쳤음
덕분에 일주일 넘게 재활 치료가 지연됨 ^^
그렇게 다치기를 2번 반복하고 밤에는 소변통을 쓰려고 했더니 들이대자마자 안 마렵다 ^^잼
성질이 뻗쳐서 기저귀를 채웠더니 답답하다고 기저귀 양옆을 모조리 뜯어놓고 시트에다 실례함
저 짓거리를 8월 내내 반복해서 정말 진심으로 저걸 죽이고 나도 죽을까 심각하게 고민함
저건 내 애비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짐승이고 저걸 데리고 내가 떠나면 남은 가족이라도 속편하게 지내겠지
그 생각을 버릴 수가 없더라 정말
그나마 내가 이승 안 뜬건 친구, 동료, 같은 병실 분들 덕분이 큼
내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이니까 못해도 2주에 한 번씩 절친이 이것저것 챙겨주고 수다 떨어주고
같이 일하는 분이 자주 찾아와서 함께 일도 하고 군것질거리도 가져다주고
같은 병실 보호자 분들이 유별난 아빠 덕에 개고생 하는 나한테 고생한다면서 이래저래 편의를 많이 봐주심
아빠가 바닥에 오줌을 지려놓으면 말 없이 정리하는걸 도와주신다든가
보조기를 빌려준다거나 내가 뭔가를 잊어버리면 대신 챙겨주신다든가
그리고 처음으로 아빠가 자기 발로 열 몇 걸음 떼던 날 정말 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었음
울 기력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
눈물이 줄줄 난게 뭐 아빠가 열심히 해서, 잘 버텨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그 시간동안 악착같이 버틴게 완전히 허사는 아니었구나 딱 그 생각 들어서
내가 한 말을 지키겠다고 한게 헛된 일은 아니었다 그런 확신이 생겼으니까? 딱 그쯤이었음
난 애초에 스스로 약속했던 6개월을 지킬 예정임
누구한테 이렇게 할거다 말한 적은 없지만
최초 6개월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하고 나도 그게 내 최소한의 도리라고 정했으니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해보려고
현실적인 이유로는 6개월 차에 요양등급 받고 장애등급 판정 받을 수 있게 됨
요양급여가 어느 정도 나와야 식구들이 아빠 돌보느라 파탄 안날테니까
내 체력이나 정신력도 한계가 슬슬 느껴지는걸 체감하기도 하니
11월 1일이 되면 손 딱 떼고 나갈거야
혹시라도 누가 날 흉본다 한들 좆도 신경 안쓸거고 그 누구도 날 비난할 자격 없다고 자부함
할만큼 했다 생각하니 아무 아쉬움도 후회도 없고 카운트다운만 하고 있음
지금 이 시간에도
화장실 가겠다고 내 이름을 불러제끼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집에 돌아오게 돼서 꼭 필요한 약 처방을 못 받은 채로 나온 탓인가봄
약이 몇 개가 빠졌더라니.......
씨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