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을 거 각오하고 써.
나도 알아. 내가 쏘패같고 싸패같은 거.
근데 어떡해... 진짜로 공감이 안 가.
아니, 그 전에 가장 근원적인 부분이 이해가 안 가.
'그 한 사람이 나만을 바라볼 것이다.' 라는 생각. 여기에 공감을 못 하겠어.
하다못해 가족조차도 가족이 최우선이 아닌데. 가족 안에서도 우선순위가 명백하게 갈리는 게 현실 아니었어? 사람인데. 사람인 이상 불완전한 거잖아.
욕하는 덬들한테는 미리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진짜 미안한데, 설명 좀 해 주라.
우리 집이 그랬거든.
엄마에게도 내가 우선 순위가 아니었어.
내가 내는 성과가 우선 순위였어.
성과를 못 내면 나는 죄인이었고, 간신히 성과를 내면 그것보다 더 좋은, 더 높은, 더 나아가 전국 최고가 되어야 했어.
뭐... 그건 결국 되지 못했고 지금은 간간히 숨만 쉬고 있지만.
초등학교 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
'니가 누구 때문에 이러고 사는 건데?!'
내가 돈 내고 너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하는 거니 고분고분 잘 듣고 성과 내고 하라는 거였지. 못 낼 거면 집안 가정부 하고. (진짜로 나 아무것도 못하겠으면 고등학교만 마치고 집에서 가정부 하라고 했어. 두 분 다.)
지금도 우리 집에 내 건 없어.
마음만 먹으면 다 빼앗길 것들 뿐이니까.
거기에 24시간 365일 붙어 살아야 했던 또 다른 가족은 편애라는 게 뭔지 뼈에 새겨 주고.
동생이 내 걸 훔쳐 가도, 내 물건을 몰래 써도, 그걸 지적해도 '왜 집에 분란을 일으키려 하냐' 라면서 나를 면박 주던 사람... 정작 그 동생에게는 주머니까지 다 퍼줬거든.
거기에 경제력 있고 사회적 지위 있는 부모님에게는 끽소리도 못 하고 두 분 퇴근하면 자기 방 가기 바쁘고.
두 분 집에 없으면 은근히 자기 일 나 시키고, 집안일 나 부리려 하고, 내가 못하겠다 하면 '니가 안 하니까 내가 한다'라면서 노골적으로 눈치 주고.
한 가족 안에서도 우선순위가 갈리고,
가족이라 하여도 가족이 가져오는 성과를 보고 그 가족을 대우하는 것이며,
결국 내 권력이 있어야 내 자리가 확보되는 것.
내 가치를 보여 내 입지를 만들어야 하는 곳.
아무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곳.
그런데 어떻게 사랑, 결혼, 혼인신고라는 계약만을 믿고 '평생 나만 바라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
아니, 그 계약조차 없이 사랑이라는 감정만 있는, 그보다 더 얕은 관계인 연애에서 바람을 피우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고 그걸 죄로 봐?
애초에 사랑을 한다 한들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거잖아.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엮인다 한들 사람 속을 완전히 다 까 볼 수는 없는 거잖아.
그 믿음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얄팍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거잖아.
'내가 이 사람에게 가장 최우선 순위'라는 명제도 가정 내의 권력구도에 따라, 외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잖아.
그토록 약한 걸 깨뜨렸으면 그냥 내 갈 길 가면 되는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숨이 막힌다고, 살 수가 없다고 하는 거야?
진짜로 모르겠어.
나도 알아. 내가 이상한 거.
그런데 진짜로 모르겠다.
나쁘다고 하니까 나쁜 건 알겠는데 왜 나쁜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
막말로 나는 내 부모님이 내일 나를 호적에서 파버린다 해도 안 놀랄 거 같거든. 내 쓸모가 다했다고 판단했다는 거니까.
누가 나 좀 멱살잡고 설명해 주라. 제발. 어디 가서 물어볼 수도 없어서 여기에라도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