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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부모님 이혼하신게 알수없는 기분인 중기
2,310 15
2016.03.3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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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이혼 딱 3일째 되네

솔직히 아직 부모님이랑 다같이 살고 있고 달라진 점들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상 생활에 큰 변화는 없는데 불현듯 엄마 아빠가 이제 법적으로는 남남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면 기분이 조금 묘하긴 하네.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 적었어. 나 아기 때는 엄마 아빠 모두 내가 깨기 전에 출근해서 잠들고 나서야 퇴근하셨어서,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쭉 할머니 손에서 자랐거든. 사춘기때까지 쭉 이랬다 보니 같이 있는 상황이 어색해서 나도 별 말 안 꺼냈고, 자연스럽게 셋이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이 생겨도 말업이 티비를 보면서 밥을 먹거나 그러는게 전부였어. 


아버지는 자영업하시고 내가 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엄마가 아버지 가게 일을 도와주셨는데, 그 후로는 전업주부로 돌아가셨어. 그런데 말이 전업주부지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티비만 보고... 집에 쌓인 설거지, 세탁거리들은 다 아빠나 내가 밤에 집들어와서 하는 식이었고... 난 그게 너무 싫었어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고 무기력한 모습. 어머니가 전업 주부이신 내 다른 친구들을 보면 다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다니던데 난 가끔씩 엄마가 주는 이천원으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 먹는 것도 너무 싫었고 가끔씩 집밥 얘기 같은 게 나오면 자기 엄마가 잘하는 음식들을 친구들이 막 말하면서 얘기하는데 나는 그 얘기에 못 끼는 것도 너무 싫었어 우리 엄마가 어떤 요리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알 수가 없으니까ㅋㅋㅋㅋㅋ


차라리 집안일은 안 해도 밖으로 친구들 만나러 다니고 하면 좋을 텐데... 우리 엄마는 나를 낳고 나서부터 살이 엄청 쪘다고 해. 그래서 엄마는 지금 자기 모습이 되게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나봐.  어렸을 땐 예쁘고 똑똑했는데 지금 이런 모습을 친구들한테 보여주기가 싫다고 하면서 학교 동창들 모임에 절대 안 나가...  그래서 집 밖으로 조금도 나가지 않고 모든 심부름을 나한테 떠맡겼고... 그러다 좀 나가서 놀다가 오라고 간만에 외출을 하게 했더니 그 날로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는 한동안 돈 엄청 바치고..... 


내가 수험생되고나서 그 사이비 종교에 나가는 빈도가 좀 줄어들어서 아 이제 거기랑은 완전 발길 끊은건가 했더니 거기서 만난 사람이 다단계 꼬셔서 거기로 넘어가더라... 집에 돈도 없는데 무슨 다단계냐고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아냐고 그만두라고 말리는데도 여긴 니가 티비에서 보는 그런 다단계 아니라고, 무슨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엄마가 제대로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오겠다고 하더니 결국 이것도 돈만 엄청 쓰고 흐지부지... 


나름대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안 그래도 무기력했었는데 그 무기력함이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누워서 자다 티비보다 안방으로 밥 사와서 가져다 주면 그거 먹고 다시 티비보다 자다.... 스무살때 대학교가 내가 사는 곳이랑 좀 떨어져 있어서 기숙사 생활을 하기 시작했는데 엄마 이런 모습을 안 봐도 되니까 솔직히 난 좋았어. 그래서 더 집에 안 찾아갔던 것도 있었고... 그런데 어째 내가 가끔 집에 찾아가는 날만 되면 집안이 점점 더 엉망이 되어 있더라 가스레인지가 부서져 있고 유리창 부서져 있고 두 분 사이가 많이 안 좋으신가 보다 했어. 


아버지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되면서부터 시작한 사업이 있었는데 그게 어마어마하게 망해버려서 집안 채무도 많이 있는 상태였고... 그냥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그런 상황에서 딱 작년 설에 사건이 터졌어. 할머니 묘에 들렀다 외가로 가는 길에 아빠 핸드폰을 보던 엄마가 다른 여자랑 아빠가 전화한 통화 내역들, 문자들을 보게 됐고 그 날 이후로 상황이 더 더 악화됐어. 이후 상황은 자세히 말해줄 수 없지만 뭐... 말 안 해도 어떤 상황일지 알거라고 믿어. 거의 매일을 싸우고 집안이 엉망진창이 되었어. 


엄마는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시집살이 당하면서 참았던 설움들이 이거 하나로 크게 터져 버린건지. 굳게 자리 잡아있던 믿음이 한번에 깨지고 말았으니까 의심이 끝도 없어진건지 분노가 점점 커지다 못해 없었던 일까지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망상이라고 해야하나 그게 정말 심해졌어 싸울 때는 앞에서 했던 말이랑 뒤에서 하는 말의 아귀가 맞지 않는다던지.. 횡섨수설하면서 악만 지르고 하더라 아래층에서는 매일 새벽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찾아 올라오고 죄송하다 사과하는건 내 몫이고 


어느날은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들어오니 소주병이 다 깨져있고 바닥에 피가 흥건해서 아빠에게 연락해보니 엄마가 죽어버리겠다고 하면서 소주병 집어던지고 자기 찌르려고 한거 말리다가 몸싸움생기고해서 발을 다쳤다고 하더라. 어떤 날은 내가 보는 앞에서 죽어버리겠다고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들려고 한 적도 있었고.


엄마가 아빠에게 서운하고 화나는 부분이 있듯 나도 엄마에게 그런 부분이 있는데..

집 상황 어려운 거 아니까 집안에 등록금으로 나까지 부담주고 싶지 않아서 놀고 싶은거 참고 공부해서 전액 장학금 탔을 때도 큰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고했다. 장하다. 라는 말 정도는 듣고 싶었는데 그건 니 인생한테나 도움되는거지 언제 내가 그런거 타오라고 닥달이라도 했었냐며 되려 화내시던 모습도 기억하고 있는데..

엄마의 아빠에 대한 오랜 믿음이 산산조각이 되는 듯한 마음을 완전히 이해 못하겠는건 아닌데, 자꾸 이런 모습만 보여주는게 나는 너무 지겨웠어. 또 지쳤고. 어디까지 더 망가질지 여기가 바닥인가 싶으면 더 더 밑으로 내려가고.... 솔직히 엄마 아빠 제발 이혼하게 해달라고 매일 빌었어. 이런 모습 더 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이혼을 하면 속이 후련해지고 해방된 기분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걱정이 떠나질 않아 직업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자존심도 있고 다리도 안 좋아서 식당일은 죽어도 안 하려고 할텐데 돈은 어떻게 벌지 난 아직 학생에 시험 준비 중이라 돈을 벌어다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막하다 우리 엄마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리고 우리 아빠는 또 어떻게 하지 따로 살려고 해도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아무것도 없는데ㅋㅋㅋ아 모르겠다 진짜.... 그냥 내가 존나게 성공하고 싶다


어디 털어놓을 곳도 없어서 그냥 더쿠에 글 한번 써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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