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코노 가서 노래 불렀는데 진짜 너무 못하고 기억 속의 내가 아니라서 그리고 그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울었어
물론 당연히 그 때도 테크닉 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거나 장기자랑에서 나보다 잘하는 애한테 밀렸을 때 조금 분했다거나 하는 쫌쫌따리 기억도 있지만
정말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게 노래였는데
부모님이랑 싸우고(혼나고?)나서 말없이 둘 이 차 타고 가고 있는데,
평소에는 제발 틀어달라고 사정사정해도 정신 사납다고 안 틀어주시던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씨디 말 없이 틀어주셔서
처음 한 두곡은 이런식으로 이럴 때만 치사하게 틀어준다고 내심 삐져있다가도 결국 집에 도착할 때 쯤엔 진짜 지나가는 사람도 들릴정도로 부르던 기억도 있고
내가 중학생 땐, 무슨 그런 칙칙한 노래만 좋아하냐구, 감정에 푹푹 절여진 질질 짜는 노래만 좋아하냐고 놀리던 동생이 나중에는 자기도 고1쯤 되니
이젠 왜 그 노래 좋아하는지 알겠다고 막 나한테 와서 가사 분석한거 알려줬을 때 이 짜식이 결국 좋아할 거면서 진짜 그 땐 왜 그렇게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놀렸나해도
내심 내 취향 인정 받은거 같아서, 그리고 같은 감정을 공유가 가능해서 기뻐했던 기억도 있고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장기라고 할 만한 것도 이거 하나였고
친구들하고 처음 같이 상 탄 것도
내가 슬프거나 신날 때 나는 내 기분을 대변해줄 노래를 듣고 부르는게 일상이었는데
그냥 항상 흥얼거리고 외우기 싫어도 외워지는게 가사였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그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나던 그 시간 그냥 노래에 동화된 채로 위안 받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부르는 노래는 목소리도 안 나오고 숨도 딸리고 언제 숨을 쉬어야 하는지 언제 볼륨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다 반자동으로 되던 것들이 하나도 안 남았더라
내가 무슨 직업이 가수도 아니고 그리고 당연히 아니니까 거의 십 년 넘게 아예 안 불렀겠지만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당연히 삶의 일부였던 것이 너무 오랫동안 방치된 채로 엉망진창이 된 게 너무 슬프다